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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몸은 이미 알고 있었다: 발생 과정에 숨겨진 5가지 놀라운 진실
한 명의 복잡한 인간이 어떻게 단 하나의 수정란 세포에서 생겨나는 걸까요? 이 질문은 우리 모두가 한 번쯤 품어봤을 근원적인 의문입니다. 상상할 수 없는 복잡성과 놀라운 재현성을 동시에 지닌 이 여정은 생명의 가장 큰 경이 중 하나입니다.
이 과정은 단순히 유전적 설계도를 순서대로 실행하는 것이 아닙니다. 과학자들이 여전히 그 비밀을 풀고 있는 놀라운 반전, 역사적인 논쟁, 그리고 우아한 해결책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우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과학, 즉 우리의 기원에 관한 과학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영향력 있고 직관에 반하는 5가지 사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1. 어린 시절, 당신은 2천 년 된 과학 이론을 본능적으로 믿었다
과학사에는 '전성설(preformationism)'과 '후성설(epigenesis)'이라는 두 가지 오랜 논쟁이 있었습니다. 전성설은 우리가 처음부터 모든 기관을 갖춘 아주 작은 형태의 자신으로 시작하여 그저 크기만 커진다는 직관적인 생각입니다. 이 이론이 얼마나 본능적인지는 저자가 여섯 살 딸에게 아기가 어디서 오는지 물었을 때의 일화에서 잘 드러납니다. 딸은 배아를 "아주 아주 아주 작은 아기"라고 묘사했습니다. 이는 바로 전성설의 핵심 개념입니다.
기원전 4세기에 아리스토텔레스는 닭 배아를 관찰한 후, 신체 부위들이 순차적으로 형성된다는 '후성설'을 주장하며 반박했습니다. 그의 논리는 이후 2천 년간 지배적인 패러다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놀라운 역사적 반전이 있었습니다. 17세기에 현미경이 발명되자, 보이지 않던 미생물의 "소인국 우주(Lilliputian universe)"가 드러났고, 이는 오히려 전성설을 부활시켰습니다. 과학자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더 작은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난자나 정자 안에도 완전히 형성된 작은 인간이 있을 것이라고 상상했습니다. 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가 훗날 요약했듯이, 이 생각은 다음과 같은 강력한 질문으로 이어졌습니다.
만약 난자가 정말로 체계가 없고, 미리 형성된 부분 없이 균일한 물질이라면, 어떻게 신비로운 지시력 없이는 그토록 경이로운 복잡성을 낳을 수 있겠는가?
2. 당신의 세포는 '미국식 계획'을 따른다 : 중요한 것은 혈통이 아닌 이웃이다
세포의 운명이 처음부터 정해져 있을까요, 아니면 환경에 따라 변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은 빌헬름 루(Wilhelm Roux)와 한스 드리슈(Hans Driesch)의 대조적인 실험을 통해 탐구되었습니다.
루는 개구리 배아의 초기 두 세포 중 하나를 뜨거운 바늘로 죽였습니다. 그 결과, 살아남은 세포는 '절반짜리 배아(hemi-embryo)'로만 발달했습니다. 이는 세포의 운명이 처음부터 고정되어 있다는 '모자이크 모델'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반면, 한스 드리슈는 루와 같은 인내심이나 손재주가 없었습니다. 다소 서툴렀던 그는 정교한 장비나 섬세한 기술이 필요 없는 더 간단한 실험 방법을 찾았습니다. 그는 성게 배아의 초기 세포들을 격렬하게 흔들어 완전히 분리했습니다. 놀랍게도 각각의 세포는 더 작지만 완전한 형태의 성게 유생으로 자라났습니다. 이는 세포가 엄청난 유연성, 즉 '가소성(plasticity)'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이러한 단순화 시도가 루가 놓쳤던 것을 발견하게 한 열쇠였습니다.
왜 이런 다른 결과가 나왔을까요? 놀랍게도 루의 실험에서 죽은 세포는 "무덤 너머에서"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죽은 세포는 살아있는 세포에게 "나는 아직 여기 있다!"라고 말하며, 살아있는 세포가 스스로의 발달을 제한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생물학자 시드니 브레너는 이 두 가지 발생 전략을 우아한 비유로 설명했습니다.
유럽식 계획 하에서 세포는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한다." 반면 미국식 계획 하에서 세포는 "이웃이 시키는 대로 한다."
우리의 발생 과정은 이 두 가지 방식이 혼합된 형태입니다. 즉, 세포의 정해진 운명과 주변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 사이의 타협인 셈입니다.
3. 당신 몸의 모든 세포는 60억 글자로 된 동일한 설계도를 가지고 있다. 다만 서로 다른 챕터를 읽을 뿐이다.
우리 몸의 거의 모든 세포는 동일한 유전자 전체 세트, 즉 게놈을 가지고 있다는 원칙을 '게놈 등가성(genomic equivalence)'이라고 합니다. 이는 중요한 질문을 제기합니다. 만약 모든 세포가 동일한 DNA를 가지고 있다면, 왜 모든 세포가 똑같지 않을까요?
독일의 생물학자 아우구스트 바이스만은 세포가 분화하면서 더 이상 필요 없는 유전자를 잃어버린다는 논리적인 가설, 즉 '생식질설(germ plasm theory)'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이 가설은 틀린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존 거던의 획기적인 핵 이식 실험이 이를 증명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영국의 명문 이튼 칼리지 재학 시절, 그의 생물 교사는 "거던이 과학자가 되려는 생각을 하는 모양인데, 현재로서는 터무니없는 생각이다. 간단한 생물학적 사실조차 배우지 못한다면 전문가로서의 일을 해낼 가망이 없으며, 이는 본인과 그를 가르쳐야 할 사람들 모두에게 순전한 시간 낭비가 될 것이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그는 250명의 생물학 수강생 중 꼴찌였습니다.
그러나 거던은 자신의 길을 갔습니다. 그는 올챙이의 분화된 장 세포에서 핵을 꺼내 핵이 제거된 난자에 이식하여 완벽하게 새로운 개구리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는 분화된 세포가 유전자를 잃어버리지 않는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었습니다. 이 실험이 시사하는 바는 혁명적이었습니다. 분화된 세포는 발생에 필요한 모든 지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단지 사용하지 않는 유전자의 스위치를 끌 뿐이라는 것입니다.
훗날 그가 회상했듯이, 거던은 분화된 세포가 이전에 배운 모든 것을 잊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약 40년 후 복제양 돌리의 탄생은 이 게놈 등가성의 원칙이 포유류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사실을 확증했습니다.
4. 인간을 만드는 유전적 도구는 초파리의 것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수억 년의 진화 과정 속에서도 유전적 기능이 보존되는 현상을 '기능적 보존'이라고 합니다. 크리스티아네 뉘슬라인-폴하르트와 에릭 비샤우스가 수행한 '하이델베르크 스크리닝' 실험은 초파리의 몸 전체 설계도를 만드는 데 관여하는 모든 유전자를 찾아내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이 거대한 프로젝트의 설계자들은 독특한 배경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뉘슬라인-폴하르트는 학창 시절 "상당히 게으르다"는 평을 들었지만, 12살 때부터 생물학자가 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한편, 비샤우스는 원래 예술가를 꿈꿨지만, 고등학교 여름 프로그램에서 과학이 창의적 충동을 발산할 또 다른 배출구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은 발생의 비밀을 풀겠다는 공동의 비전 아래 뭉쳤습니다.
그들의 연구에서 나온 가장 놀라운 두 가지 발견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초파리 유충을 만드는 데는 약 120개의 유전자만이 핵심 설계자 역할을 합니다.
2. 이 유전자들은 인간을 포함한 거의 모든 동물에게서 직접적인 상동 유전자(orthologs), 예를 들어 혹스(Hox) 유전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자연이 극도로 "절약 정신"이 투철하여, 완전히 다른 동물을 만들기 위해 동일한 기본 유전 도구 키트를 재사용하고 용도를 변경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연은 6억 년의 진화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초파리를 만드는 방식과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인간을 만드는 것처럼 보인다.
5. 암은 외부의 침입자가 아니라, 당신 자신의 세포가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암과 배아 발생이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생각은 직관에 반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이 둘의 연관성은 100년도 더 전에 처음 제기되었습니다. 독일의 발생생물학자 테오도어 보베리는 성게 배아의 염색체를 연구하면서, 암 역시 염색체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일 것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발생의 원리를 탐구하던 중 암의 분자적 원인을 최초로 제시한 것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유사점은 둘 다 빠른 세포 성장과 증식을 포함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더 깊은 연관성이 있습니다. 종양은 새로운 생물학적 과정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배아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바로 그 유전 프로그램을 탈취하거나 "차용"합니다. 책에서 소개된 자동차 비유에 따르면, 암유전자는 '가속기'이고 종양 억제 유전자는 '브레이크'이며, 암은 통제를 벗어난 자동차와 같습니다.
이 과정에서 암세포는 특화된 특징을 잃고 더 원시적인 배아 상태로 되돌아가는 '탈분화(de-differentiation)'를 겪습니다. 더욱이, 암세포는 배아의 '조직자(organizer)'를 모방하여 주변의 정상 세포(종양 미세환경)를 타락시키고 자신의 성장을 돕도록 강요하는 "사악한 조직자"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본질적으로 암은 우리 몸 자신의 창조 이야기가 뒤틀린 형태인 것입니다.
결론
우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근본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학문적인 탐구에 그치지 않습니다. 역사적인 논쟁부터 세포의 사회적 삶, 그리고 우리 DNA에 깊이 새겨진 진화의 메아리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통찰은 의학의 미래와 직결됩니다.
암에서부터 퇴행성 질환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치료하는 기반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세포의 고대 언어를 계속 해독해 나가면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이야기를 읽는 힘뿐만 아니라, 처음으로 그 이야기를 편집할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다음에 어떤 이야기를 선택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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