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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셀리악병일까, 아닐까?

우리는미생물 2024. 1. 2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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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똥배⟫중에서...


셀리악병일까, 아닐까? 진실 가리기

웬디 이야기를 해보겠다.

이미 10년도 더 된 일이지만 웬디가 궤양성 대장염으로 무척 고생할 때였다. 36세의 초등학교 교사이자 세 아이의 엄마였던 웬디는 끊임없는 경련과 설사에 시달렸고, 출혈이 잦아 수혈을 한 적도 있었다. 웬디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여러 차례 받았고, 세 가지 처방약을 치료에 사용했다. 그중에는 암 치료와 인공 유산에 사용하는 독성이 매우 강한 메토트렉사트도 있었다.

나는 궤양성 대장염과 별 상관이 없는 가벼운 질환인 심계 항진 치료차 웬디와 상담했다. 양성으로 밝혀졌지만 특별히 받을 치료는 없었다. 그런데 그녀가 궤양성 대장염 얘기를 꺼내더니 약이 효과가 없으며, 담당 소화기내과 전문의가 결장 제거와 회장루 성형이라는 인공 항문 수술을 권유한다고 말했다. 복부 표면에서 소장(특히 소장의 끝부분인 회장)까지 인공 관으로 잇고, 계속 배출되는 대변을 받아낼 주머니를 몸에 부착하는 수술이었다.

웬디의 사연을 들은 후, 나는 식단에서 밀을 빼보라고 강력히 권했다. "효과가 있으리라고 장담은 못합니다. 하지만 결장을 제거하고 인공 항문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시도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왜죠?" 그녀가 내게 물었다. "저는 이미 셀리악병 검사도 받았지만,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거든요."

"네, 압니다. 하지만 더 잃을 것도 없잖아요. 4주 동안만 해보세요. 해보면 알게 될 겁니다."

웬디는 회의적이었지만 일단 해보기로 했다.

석 달 후, 다시 진료실로 찾아온 그녀에게서는 배변 주머니가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되셨나요?" 내가 물었다.

"음, 일단 체중이 17킬로그램 줄었어요." 그녀는 자기 손을 배 위에 올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궤양성 대장염은 거의 사라졌고요. 경련이나 설사도 없어요. 아사콜 빼곤 약도 다 끊었어요. 정말 좋아졌어요." (아사콜 Asacol은 궤양성 대장염 치료에 흔히 사용하는 아스피린의 일종이다.)

그 후로 웬디는 밀과 글루텐을 꼼꼼하게 챙겨 피했고, 증상이 없어지자 아사콜 복용도 중단했다. 치료된 것이다. 그렇다, 치료되었다. 설사도, 출혈도, 경련도 없어졌다. 빈혈도 사라졌고, 약은 물론이요, 인공 항문도 필요 없게 되었다.

따라서 만약 웬디의 대장염이 셀리악 항체 반응에서 음성이 아닌 양성 반응을 보였더라면, 사실상 밀 글루텐 제거로 치료되었을 것이다. 그것을 뭐라고 해야 할까? 항체-음성 셀리악병? 항체-음성 밀 불내증?

웬디처럼 셀리악병 유사 증상이 있는 경우, 인공 항문을 만들면 매우 해롭다. 결장을 거의 상실하거나 평생 결장 제거에 따른 후유증에 시달리기 십상이며, 배변 주머니를 달고 다니는 불편함과 당혹감은 말할 나위가 없다.

웬디의 상황에 딱 들어맞는 산뜻한 병명은 없다. 밀 글루텐을 제거하자 놀라운 반응을 보였는데도 말이다. 웬디의 사례는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밀 민감증이 많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피해는 심각하지만 치료 방법은 말도 못하게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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