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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The Body Electric

생명과 전기 #021

우리는미생물 2024. 2. 7.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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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재생 전류

제5장 의식의 회로

전자기적 뇌

만약에 전류가 몸의 다른 부분에서처럼 뇌에서도 신경 활동을 통제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는 의식을 조절할수 있을 것이다. 확실히 마취된 도롱뇽의 낮은 전압은 이 생각을 뒷받침했다. 문제는 전류의 변화가 마취를 '일으키는가' 하는 것이었다. 과연 그러했다.

도롱뇽의 머리 앞에서 뒤로 도롱뇽의 내부 전류를 상쇄시키는 소량의 전류를 흘렸더니, 도롱뇽은 무의식 상태로 떨어졌다. 이 상태가 정상적인 수면과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임상적으로는 마취 상태였다. 전류를 흘리고 있는 한, 도롱뇽은 꼼짝도 하지 않았고 고통스러운 자극에도 반응이 없었다.

이것이 정말 마취 상태인가, 아니면 단지 지속적으로 쇼크를 받고 있는 것인가? 이 관찰은 신경생리학에 대단히 중요하면서 또 근본적인 것이어서 확실히 해 둘 필요가 있었다.

마취 상태에 대한 객관적인 실험, 특히 도롱뇽에 대한 실험은 알려진 것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뇌파는 인간에 있어서 마취 상태의 깊이를 측정하는 데 쓸모가 없었다. 왜냐하면 느릿한 델타파는 하나의 훌륭한 척도로서, 환자가 거의 죽음이라는 위험수위에 다다랐을 때 비로소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 도움이 되는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나는 새로운 다수 전극 기록계를 써서 화학물질로 마취시킨 도롱뇽의 EEG를 기록했고, 도롱뇽들은 비록 나중에 잘 깨어나기는 했지만 눈에 띄게 델타파를 발생시킨다는 것을 발견했다. 델타파는 나의 척도가 될 것이었다. 이 생각은 잘 들어맞았다.

매우 작은 전류로서 EEG상에 델타파를 나타낼 수 있었고, 전류를 증가시킴에 따라 그 파들은 커졌으며, 그것들은 모두 도롱뇽의 무반응 기간과 연관되어 있었다.

이 결과는 자연스럽게 질문을 하나 던지고 있었다. 화학적 마취 상태는 뇌의 전류를 없애므로써 일어나는가? 분명한 증거를 확보할 길은 없었지만, 뇌에 정상적인 방향으로 전류를 흘림으로써 화학적 마취 효과를 감쇄시킬 수 있지 않을까 추측했다. 이것이 어느 정도는 맞았다. EEG상에 높은 주파수 파동이 부분적으로 회복되었고, 마취가 약해지는 듯했다. 그러나 약 먹은 도롱뇽이 깨어나지는 않았다.

이 관찰 과정에서, 마취제를 투입시켜 머리의 전압이 떨어지고 있을 때, 항상 특정한 느린 파동들이 잠깐 동안 나타나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들은 1초당 1사이클 또는 더 낮은 주파수로서 델타파의 낮은 쪽 끝에 가까웠는데, 마취가 풀려 전압이 회복될 때에도 역시 나타났다. 이 파동들이 항상 의식 상태의 주요한 변화를 알리고 있는지 여부를 알아보기 위하여, 나는 마취를 일이킬 수 있는 표준량의 직류를 이용하여 EEG상의 델타파의 크기를 측정하고, 다음에 내가 만든 1초 파동을 도롱뇽의 머리로 흘리고 있던 전류에 더해 보기로 했다. 달리 말하면, 외부에서 '상태변화' 파동을 가하여 그것들이 EEG상에 어떤 변이를 일으키는지를 알아볼 작정이었다. 그런데 내가 더한 파동을 관찰해야 했기 때문에 EEG를 동시에 기록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스위치를 장치하여 1분 후에 추가 파동을 끊고 동시에 EEG 기록계를 작동시킬 수 있게 했다. 이때 도롱뇽의 무의식 상태를 유지시키는 직류는 여전히 흘리고 있었다.

생각대로 잘 되는 듯했다. 추가 파동들은 도롱뇽이 깊은 수면 상태에 있을 때의 델타 파동의 크기를 눈에 띄게 증가시켰다. 이것도 하나의 인위적인 사건인가? 추가 파동들은 평상시의 뇌 전류에 단지 진동을 초래했을 따름인가?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깊은 수면 상태의 델타파 주파수는 초당 3사이클인데 비하여, 내가 추가한 상태 변화 파동은 초당 1사이클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다른 주파수의 파동들을 추가시켜 초당 1사이클 파동과 같은 효과를 내는지 알아보았다. 그렇지 않았다. 추가 파동의 주파수를 증가시킴에 따라 깊은 수면 상태의 델타파가 보다 작아졌다. 1초파가 바로 의식의 주요 변이를 나타내는 표식이었다.

이 계열의 실험들은 내 가설의 주요한 점들 중의 하나를 확증하고 있었다. 중추신경계 속 직류는 몇 가지 방법으로 뉴런의 감수성 수준을 조절했다. 그 방법들은 한쪽 방향 전류의 크기를 변화시키거나, 전류의 방향을 바꾸거나(극성을 역전시키거나), 또는 전류를 주파수 파동으로 조정하거나 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외부에서 각 형태의 전류를 머리로 주입시킴으로써 똑같이 조절할 수 있었다. 이것은 매우 흥미로운 것이었다. 그것은 뇌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새롭고 거대한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또한 제라드와 그의 협력자들이 행한 작업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고 있었기 때문에도 훌륭한 성과였다. 그런데 다음 실험은 더 믿기 어려운 것이었다.

나는 뇌의 전류도 말초신경계의 전류처럼 반도체성임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뇌에서 홀 전압을 찾아볼까 하다가 뇌의 복잡성 때문에 어떠한 결과일지라도 해석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잠시 망설였다. 그러다가 홀 효과를 거꾸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말하자면, 홀 전압을 찾는 대신에 뇌에 대한 자기장의 작용 자체를 관찰하는 것이었다. 홀 전압은 전류의 원래 방향으로부터 전하 운반체의 일부를 빗나가게 함으로써 만들어지는 것이므로, 강력한 자기장은 전하 운반체 전부를 빗나가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만약에 그렇다면, 뇌의 중심선 전류에 직각인 강력한 자기장은 외부에서 전류를 흘려서 그 전류를 상쇄시키는 것과 똑같은 효과를 일으킬 것이다. 그리고 동물은 잠에 떨어질 것이다.

도롱뇽 한 마리를 약간 진정시키고, 플라스틱 판 위에 얹어 강력한 전자석의 양극 사이에 둔 다음 전극을 붙여 EEG를 측정했다. 자기장의 세기를 점차 증가시켰는데, 아무 변화가 없다가 2,000가우스에서 델타파가 출현했다. 3,000가우스에서 EEG 전부가 단순한 델타파로 구성되었고, 도롱뇽은 아무런 움직임 없이 모든 자극에 대해 무반응이었다. 더욱이 자기장의 세기를 감소시킴에 따라, 정상적인 EEG 패턴이 급격히 회복되었고, 도롱뇽은 불과 수초 만에 의식을 되찾았다. 이것은 다른 마취 형태와 극명한 대조를 보이는 것이었다. 직류 전류의 경우에는, 전류가 끊어진 후에도 30분 정도는 EEG상에 델타파가 나타났고, 도롱뇽은 마치 마취제를 투입시킨 직후처럼 기진맥진하고 반응이 없었다.

우리가 지상 최고의 마취 바법을 발견한 듯했다. 이 방법을 쓰면 아무런 부작용 없이 신속하게 회복이 가능했다. 우리는 더 강력한 전자석을 구해서 훨씬 큰 동물과 궁극적으로는 인간에 대해 이 방법을 적용해 보려고 제안서를 제출했으나 회답도 받지 못했다. 신경 속의 직류 전류에 대한 우리의 자료들은 썩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정도였으나, 생명체에 대한 자기장의 작용은 당시 미국에서는 완전히 관심 밖이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하버드—MIT 합동 연구팀의 가장 저명한 생물학자들 중의 한 사람에게서 전화를 받고 나는 잠시 어리둥절했다. 그는 나에게 말했다. "우리는 MIT에서 고에너지 자기장에 대한 국제적 회의를 개최하려고 준비중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다른 나라의 명망있는 과학자들로부터 자기장의 생물학적 효과에 대한 분과회의는 왜 없느냐는 질문을 받아 왔습니다. 이것은 우리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로서 사실상 우리는 그러한 효과가 있다고 믿지는 않지만, 이 친구들 중 몇 사람은 고집스럽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과학 문헌들을 추적하여 홀 효과에 대한 당신의 논문을 발견했습니다. 당신은 이 나라에서 이쪽 방향의 연구를 하는 유일한 사람인 듯하기 때문에, 실제로 무슨 효과가 있는지 묻고자 합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겸손하게, 뭔가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하고 최근의 실험들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경멸의 빛으로 가득찬 긴 침묵이 흘렀다. 이어서 나는 찰리 바흐먼 교수가 나와 함께 일해 왔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대화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 사람도 전쟁 동안에 있었던 전자현미경 연구를 통해 찰리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나에게 회의를 주선하고 다른 발표자들도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다.

선발한 연구자들은 별로 많지 않았고 그들 중 일부는 시원찮은 연구를 하고 있었다. 나는 발표된 작업들을 토대로 브라운과 그밖의 몇 사람을 추천했다. 구성을 막 끝냈을 때 또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독일인의 굵은 엑센트를 가진 사람이 자신을 디트리히 바이셔라고 소개했다.

"나는 홀 효과에 대한 당신의 논문을 읽었소."하고 그는 말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많은 공통적 관심사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오." 그는 해군을 위하여 자기장의 생물학적 효과를 연구하고 있고, 공개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많은 작업을 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에 그는 실험 자원자들에 대해 제로 자기장 상태, 즉 자기가 완전히 없는 상태의 영향에 대한 실험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그런 상태를 만들 수 있냐고 반문했더니, 와서 한번 시찰을 하고 아이디어도 교환하자고 하며 나를 초청했다. 그래서 나는 매릴랜드로 달려 갔다.

바이셔는 실버 스프링에 있는 해군 무기 연구소의 방위 측정 건물을 사용하고 있었다. 거대한 건물이었다. 전선 케이블들이 벽, 바닥, 천정에서 지구 자기장의 세 축에 유기적으로 작용하여 그 구조물의 중앙에서 지구 자기장이 상쇄되는 직경 6미터정도의 둥근 공간을 만들고 있었다. 몇 사람이 그 지역에 살면서 실험대상이 되고 있었다. 나는 바이셔의 통제 권한과 장비들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배운 것도 많았다. 그러나 나는 거기서 나온 발견들이 궁극적으로 어디에 소용이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내가 도움이 되어 주었던 유일한 점은 그 건물이 지구의 저주파 성분을 발견하기 전에 지어졌다는 사실을 지적했던 것이다. 그것은 초당 1에서 25사이클까지의 미세 파동으로서, 전체적 지구 전기자기장보다 훨씬 약한 것이었다. 따라서 바이셔의 피실험자들은 여전히 매우 약한 자기장에 노출되어 있었다. 모든 뇌파들이 그 성분과 똑같은 범위에 있기 때문에, 나는 그 성분이 생명체에 가장 중요한 것들 중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제로 장 실험에서는 별로 얻는 것이 없을 것 같았다. 하여간에 나는 바이셔에게 MIT 회의에 참석하여 전자기장이 배胚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전의 실험 결과들을 소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내 차례가 왔을 때 나는 회의적인 청중들 앞에서 내가 지금까지 해 온 것을 단 몇 분으로 압축해서 발언하는 짓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대신에 나는 찰리와 내가 정신의학자 하워드 프리드먼의 도움으로 수집한 약간의 증거를 제시했다. 그것은 정신착란과 태양의 자기폭풍과의 관련성(이 연구에 대해서는 제 14장에서 계속 논할 것이다)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MIT 회의는 순조롭게 잘 진행되었다. 생물전자기라는 분야가 여전히 초기 단계였기 때문에, 이 분야의 연구자들은 생물학들의 주류에서 많은 변화들을 발생시키지는 못했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물리학자들이 더 열심히 귀를 기울이려고 했다. 그러는 가운데 우리들은 서로 영감을 얻었다.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전자기 에너지와 생명과의 관련성을 규명하려는 결의에 차서 연구실로 돌아왔다.

찰리, 하워드, 그리고 나는 인간의 뇌에 있어서 직류 전위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도롱뇽에 사용했던 전극은 사람에게 사용하기에는 너무 작았기 때문에 찰리가 사람의 머리를 위한 새로운 전극을 만들었다. 우리는 즉시 도롱뇽에서와 마찬가지로 뒤에서 앞으로 흐르는 전류가 의식 상태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것은 고조된 신체적 또는 정신적 상태에서는 방향을 바꾸었다. 이 지식은 곧바로 최면과 통증 지각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많은 것을 알게해준 실험(제13장에서 상세히 기술하겠다)으로 이어졌다.

이 즈음 나는 메릴 로즈로부터 동물과학계의 큰 행사인 국제 동물학 대회에 와서 강연해 달라는 초청을 받았다. 이것은 단순한 연중행사가 아니었다. 학회의 이사들이 대회를 개최할 만한 충분한 진보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열릴 수 있는 대회였다. 이 대회는 처음 대회를 1889년에 시작한 이래 1963년 8월의 대회는 겨우 제16회째를 맞고 있었다. 거기 참석하는 것은 영광이었고, 그때 과학계에서는 살충제 공해, 멸종 생물, 인구 팽창, 도시 확장과 같은 생태학적 위기들을 거의 공식화했기 때문에 대회 자체도 특별한 중요성을 갖고 있었다. 나에게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청중들 중에서 대학 시절 나의 생물학 교수였던 랠프 보웬 박사를 발견한 것이었다. 그는 친절하지만 엄격한 스승으로서, 특유의 과학적 안목과 생명에 대한 경외심으로 나에게 강한 인상을 준 사람이었다. 나중에 그는 자상한 충고의 어조로 말했다. "괜찮았어. 베커, 자네가 이 연구를 계속하는 것을 보고 싶군."

내가 의학박사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초 생물학에 열중하고 있다고 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바람직한 일이야. 하지만 이것을 명심하게. 무언가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결코 인기를 끌지 못한다는 것을." 그의 격려는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 무언가를 보여 줄 수 있었기 때문에 기뻤다.

상처 치료 전류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이후 연구와 실험으로 가득 채워졌던 4년 동안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첫번째 실험은 모든 종류의 매혹적인 방향으로 인도되는 통행로를 가진 거대한 방으로 통하는 문을 열어 놓았다. 그것은 바로 생명 그 자체였던 것이다! 연구실을 떠나지 않고서도, 지도에도 없는 뉴기니아의 섬들을 탐험하는 것과 같은 스릴을 탐구라는 여행에서 맛볼 수 있었다. 신경과 뇌에 대한 우리의 연구는 그 신비가 이제 비로소 서서히 밝혀지고 있는 생명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개념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나와 나의 동료들은 치료 과정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나의 정열적인 연구를 정당화시키는 것 이상으로, 직관과 실용적 응용의 방향으로 나아갔다.

 

생명과 전기 #022

제2부 재생 전류 제6장 다루기 힘든 유전자 생명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들로 가득찬 나의 열의에도 불구하고 결국 나는 정형외과 의사였다. 나는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을 발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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