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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재생 전류
제4장 생명의 전위
비인기 과학
1960년 경의 대부분의 생물학자들에 따르면, 이 모든 것들이 생명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들이었다. 1910년 카네기 재단의 재정지원을 받아, 존경받던 교육자 에이브러햄 플렉스너에 의해 발행되었던 <미국 의학 주요 동향>은 전기 쇼크와 전류를 의료에 사용하는 것을 맹렬히 비난했다. 그것들은 18세기 중반 이후 여러 질병에 응용되어 왔는데, 때로는 지나치게 신뢰를 받기도 했다.
전기요법은 때때로 효과가 있으나, 아무도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다. 또한 전기요법을 남용한 많은 사기꾼들 때문에 평판도 나빴다. 전기요법을 지지하는 건전한 사람들도 그 요법을 방어할 수 있는 아무런 과학적 수단을 갖고 있지 못했으며, 따라서 결국 플렉스너 보고서에 따라 의학 교육에 개혁이 일어남으로써 교실과 병원에서는 전기요법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없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약간 남이 있던 생명 전기에 대한 믿음이 아세틸콜린을 발견함으로써 생물학으로부터 쫓겨난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는 것은 생화학 지식의 증대와 제약 산업 생산물에 대한 신뢰의 성장에 꼭 들어 맞는 것이었다. 나중에 나타난 페니실린은 의학을 거의 완전히 약물쪽에 치우치게 했다.
그러는 동안 페러데이, 에디슨, 마르코니 등과 그 밖의 학자들은 전세계를 말 그대로 전기로 덮어 가고 있었다. 전기의 사용이 증가하고 있기는 했지만, 비교적 큰 전류에 의해 생기는 인체 쇼크와 가열 현상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생명체에 미치는 어떠한 명백한 효과를 발견하지 못했다. 아마 틀림없이, 제약 산업의 경기 후퇴를 두려워하여 직접적・간접적으로 연구가 억제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전기라는 그 마술은 라디오 주변에 운집해 있거나 전등 아래서 카드놀이를 즐기는 군중들 속으로 그 경이로운 능력을 침투시키고 있었다. 1920년대까지는 경력을 잘 관리하는 데 여념이 없는 과학자들은 그 누구도 감히 생명이 어떤 의미에서도 전기적인 것이라고 주장하려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의 연구자들은 당시의 관점에는 맞지 않는 관찰 결과들을 계속 만나고 있었다. 그들의 작업이 학계의 변두리에 한정되고 있기는 했지만, 1950년대 말까지는 꽤 많은 양의 증거를 축적하고 있었다.
두 개의 이단자 집단이 있었지만, 그들의 연구가 주목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각자는 서로의 존재를 별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 계열은 세기가 바뀐 직후 히드라가 전기적으로 양극성을 띠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이었다. 머리는 양이고 꼬리는 음으로 밝혀졌다. 전류에 의해 촉진되는 도룡뇽의 재생에 관한 프레이지의 1909년 보고서에 대해서는 이미 언급한 바 있다. 다음에 1920년대 초반에 텍사스 대학의 엘머 런드는 일련의 고전적 실험들을 통하여 히드라류의 재생에 있어서의 양극성이 소량의 전류를 몸에 흘림으로써 통제될 수 있고 심지어는 역전될 수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생물의 정상적인 양극성을 교란시킬 수 있는 크기의 전류는 꼬리가 나타날 곳에 머리를 형성시킬 수 있었고, 그 역도 가능했다. 다른 사람들이 이 발견을 확인했고, 런드는 곧 수정란과 배의 연구로 들어갔다. 그는 전류뿐만 아니라 자기도 개구리 수정란의 발생에 영향을 주었다고 주장했는데, 그것은 당시로서는 정말로 위험한 결론이었다.
런드의 연구에 자극받아, 예일 대학의 버어 Harold Saxton Burr는 거의 모든 종류의 생물전기를 측정하기 시작했다. 그는 운좋게도 자기 연구를 발표할 수 있는 매체를 갖고 있었다. 그는 <예일 대학 생물학 및 의학 소식>의 편집자였고 본인 보고서의 대부분을 거기에 실을 수 있었다. 당연히 다른 매체들은 그것들을 거의 취급하지 않았다. 버어와 그의 동료들은 곤충, 히드라, 도룡뇽, 인간, 다른 포유류, 심지어는 곰팡이류까지 다양한 생물들의 주변에서는 전기장을, 그리고 표면에서는 전위를 발견했다. 그들은 이 전위의 변화들을 측정하여 그것을 성장, 재생, 암 형성, 투약 효과, 최면, 수면 등에 관련지었다. 또한 버어는 배란 과정에서 전기장의 변화를 측정했다고 주장했는데, 몇 연구자는 상반된 결과를 얻기도 했다. 그는 전압계를 동시에 수년 동안 나무들에 고정시켜 측정한 결과 그것들의 전위가 빛과 습기뿐만 아니라, 뇌우, 태양 흑점, 달의 만삭 등에 따라서도 변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버어와 런드는 연구풍토뿐만 아니라 계측기 때문에도 애를 먹었다. 그들 작업은 대부분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이루어졌는데 그때는 계측기들이 오늘날처럼 정교하지 못했다. 비어 자신이 직접 진공관을 사용한 가장 민감한 계측기를 만들기도 해 보았으나, 여전히 생물체에서 감지되는 미세한 전류를 측정하기에는 정밀도가 떨어졌다. 따라서 그 두 과학자들의 관찰은 전위의 간단한 이극二極 분포의 발견에 국한되었다. 즉, 대부분의 동물의 머리 부분은 음이고 꼬리 부분은 양임을 관찰한 것이다.
버어와 런드는 전동력 장electrodynamic field에 대한 비슷한 이론들을 개발했다. 버어는 그것을 생명 장life-field이라고 불렀는데, 그것은 같은 모양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주형과 같이 유기체의 모양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었다. "우리가 6개월 동안 한 번도 만난 일이 없는 한 친구를 만났을 때 그의 얼굴에는 이전에 그 얼굴에서 보았던 분자들이 단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생명 장의 통제 덕분에 새로운 분자들은 예전의 친숙한 형태로 배열되어 그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것이다."라고 버어는 말했다.
버어는 마치 주형의 흠집이 생산 제품에 나타나는 것처럼 생명 장의 실수가 잠재적 질병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는 머리와 손 사이의 전압을 측정하는 것만으로 사람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관한 모든 사항을 예측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의 후기 저작은 일종의 생물전기적 결정론과 대통령이 연설할 때 쓰는 밉살스런 완곡어법인 '법과 질서'를 자연에서의 '법과 질서'와 혼동하는 경향 때문에 망쳐져 버렸다. 전기측정법이 구직자, 군인, 정신병자, 범죄 피의자 등을 평가할 수 있는 간단하고도 확실한 방법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버어와 런드가 발견한 장들은 사실 너무나 단순한 것이어서 도룡뇽의 다리나 인간의 얼굴을 설명하기에는 무리였다.
당시의 생물학 지식은 그 장들이 어떻게 유래되었는지에 대한 이론적 토대가 전혀 되지 못했다. 그들은 세포 내에서 흐르는 전류 때문이라고 생각했으나 증명할 수 없었다. 그들은 특정한 조직 내에서 또는 세포 밖의 유체流體에서 전류가 흐를 수 있는지에 대해 근거를 제시할 수 없었다. 그들은 이 미세한 세포 수준의 전류들이 합쳐져서 전체 장을 형성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버어는 "전기 에너지는 세포 원형질의 기본적 속성이고, 전동력 장의 존재를 대변하는 것이다."라고 썼다. 불행하게도, 이 문장을 분석해 보면 조리가 맞지 않는 것으로 밝혀져, 버어의 연구는 모호한 생기론으로 배척되었다. 런드도 같은 운명을 겪었다. 아무도 그들이 측정한 것들이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귀찮게 알아보려 하지 않았다. 훌륭한 연구자라면, 어떤 이론에 동의하지 않기 전에 그 이론이 제시하는 자료를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만약 당신이 그 자료들을 실험으로 반복할 수 없음을 입증했다면, 당신은 자신의 개념을 정립할 자격이 있다. 만약에 같은 결과를 얻었다면 당신은 그 이론에 동의를 하든지 혹은 수정된 이론을 제안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쉬운 길을 택하여, 단순히 버어와 런드를 무시했다. 그들의 발견들은 거의 알려지지 않게 되었고, 대부분의 생물학자들은 그것들을 재생에 대한 가설적 형태형성 장 이론에 연결시키지 않았다.
1952년에 런드의 이론이 마쉬와 빔스에 의해 채택되어 플라나리아 실험에 응용되었다. 그들은 편충의 양극성이 히드라의 그것처럼 그 동물에 전류를 흘림으로써 조절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벌레의 몸 한 조각에 적당한 방향으로 직류 전류를 흘리면, 정상적인 극성이 사라지고 양쪽에 모두 머리가 만들어졌다.
전류의 세기를 증가시킴에 따라, 그 조각의 극성이 다시 바뀌어 뒤에서는 머리가, 앞에서는 꼬리가 재성장했다. 더 높은 전압에서는 그냥 둔 편충까지 재조직되어 꼬리가 머리가 되었다. 마쉬와 빔스는 점차로 동물의 전기장이 형태형성의 기초가 된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여전히 아무도 그들의 작업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는데 메릴 로즈만은 예외였다. 그는 앞에서 뒤로 이동하는 전하가 성장 억제제와 촉진제의 비율을 조절한다는 이론을 내놓았다. 그는 성장 화합물이란 전하를 띤 분자로, 전기장에 의해 몸의 다른 곳들로 이동하며, 전하의 부호와 양量, 그리고 분자량에 영향을 받는다고 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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