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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재생 전류
제4장 생명의 전위
새로운 전류 전도 방식
나는 나 자신이 계획하고 있는 일에 대한 적당한 학문적 배경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전문적 신경생리학자가 아니었다. 그런 사람을 알고 있지도 못했다. 사실 연구 위원회에 도전한 이후, 한 위원이 나를 생각해서 진심으로 충고했다. "학교로 돌아가서 박사학위를 따 보시오. 그러면 이 모든 것들이 억지라는 것을 배우게 될 것이오." 그러나 가장 훌륭한 신경생리학자들 중 몇 사람은 내가 '이 모든 것들'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과 똑같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사람들이 생물학으로부터 전기를 몰아내려고 너무 설레발쳐 왔다고 생각했다. 전기를 다시 고려하려는 내 생각은 그렇게 기이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이 주장해 온 것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었다. 나는 "무엇이 상처를 치료하게 하는가?"라는 의문을 가지고 인체 말단으로부터의 정보 운송 체계에 접근하고 있었다. 그들은 중앙으로부터 출발하여, "뇌가 어떻게 작용하는가?"라고 묻고 있었다. 우리는 같은 문제에 대해 서로 반대 종단으로부터 접근하고 있었다. 그들이 발견한 것과 생물학의 풀리지 않은 모든 것들에 대해 숙고함에 따라, 나는 점점 생명 현상이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훨씬 복잡한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나는 생명을 분자들의 기계적인 상호작용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은 춥고 잿빛이고 죽은 세계에 살고 있으며 그 세계는 우중춤함에도 불구하고 몽상에 불과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나는 전기가 고대적 의미의 생명력으로 판명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나, 그것이 생화학 실험실의 냄새나 해부실에 보관된 장기들보다 더 비밀에 근접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생명에 있어서 전기의 역할을 재평가하기 시작했을 때 나에게는 또 한 사람의 강력한 동지가 있었다. 그는 산화작용과 비타민C에 대한 연구로 이미 노벨상을 탄 바 있는 센트되르디였다. 그는 1941년 3월 21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과학아카데미에서 행산 연설에서 매우 인상적인 발언을 했다. (그 날짜를 가만히 보자. 그의 주변에서 제2차 세계대전이 사실상 벌어지고 있었고, 거기서 그는 조용히 새로운 생물학을 위한 토대를 만들고 있었다.) 생화학의 기계적 접근방식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는 실험자들이 생명체를 구성 부분별로 나눌 때, 생명은 그들의 손가락들을 통해 빠져나가 버리고 그들은 죽은 물질을 연구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생명에 대한 어떤 근본적 사항을 여전히 놓쳐 버리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것이 없이는 어떠한 진정한 이해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놓치고 있는 그 근본적 사항을 위하여 센트되르디는 세기가 바뀔 때 생각되었던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전기를 생명에 복귀시킬 것을 제안했다.
초기에는 전류의 전도 방식이 이온 방식과 금속 방식의 두 가지로만 알려져 있었다. 금속 전도는 일단의 전자들이 전선과 같은 금속의 표면을 따라 움직이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아무도 생명체들 속에서 전선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방식은 자동적으로 생명체로부터 배제되었다. 이온은 양성자의 양전하와 균형을 잡는데 필요한 전자의 수보다 많거나 적은 전자들을 가짐으로써 전하를 띠고 있는 분자나 원자이다. 이온 전도는 용액 속에서 이온들의 움직임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온은 전자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전도 매체 속에서 훨씬 힘들게 움직이며, 이온 전류는 짧은 거리를 가는 동안 곧 소멸되어 버린다. 그것은 신경섬유의 얇은 막을 쉽게 통과할 수 있지만, 가장 짧은 신경일지라도 신경 전체 길이를 통해 이온 전류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세번째 전도 방식인 반도체 전도는 1930년대만 해도 실험실 내의 흥미거리일 뿐이었다. 도체와 부도체의 중간적 성격으로서 반도체는 단지 적은 전류밖에 흘릴 수 없다는 점에서는 비효과적 방식이나, 먼 거리로 쉽게 전류를 전도시킬 수 있다. 그것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컴퓨터, 인공위성, 그리고 다른 모든 전자공학의 산물들이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반도체 전도는 오로지 결정과 같은 질서정연한 분자 구조를 가진 물질에서만 일어나는데, 그러한 구조 속에서는 전자기 한 원자핵 주변의 전자 구름으로부터 빠져나와 다른 원자핵 주변의 전자 구름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결정 속의 원자들은 보통 고체의 원자들에게는 없는 가지런한 기하학적 격자(틀) 속에 배열되어 있다. 어떤 결정체 물질들은 격자 속에 다른 원자들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갖고 있다. 이 불순문 원자들은 격자 물질의 원자들보다 적거나 많은 전자들을 가지고 있다. 격자 구조를 버티고 있는 힘들은 각 원자 주위의 공간에 같은 수의 전자들을 붙들고 있기 때문에, 불순물 원자들의 '잉여' 전자들은 어느 특정한 원자에 묶여 있지 않고 자유롭게 격자 속을 움직일 수 있다. 만약에 불순물 원자들이 다른 것들보다 적은 수의 전자를 갖고 있으면, 그것들 전자 구름 속의 '구멍hole'들이 다른 원자로부터 온 전자들에 의해 채워지면서 다른 곳에 구멍을 또 만드는 것이다. 음전류인 N형 반도체 전도는 잉여 전자들의 움직임에 의한 것이고, 양전류인 P형 반도체 전도는 이 구멍들의 움직임인데, 이것들은 양 전하로 생각할 수도 있다.
센트되르디는 세포의 많은 부분들의 분자 구조가 반도체 전도를 일으키기에 충분할 만큼 질서정연하다고 지적했다. 이 생각은 당시에 거의 완벽하게 무시되었다. 1960년 그가 ⟪아분亞分생물학 입문 Introduction to a Submolecular Biology⟫에서 그 개념을 확장했을 때에도, 대부분의 과학자들(소련에서는 예외)은 그것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 작은 책이 매우 의미심장했다. 나는 그 책이 과학상 가장 중요한 공헌들 중의 하나로 판명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책에서 그는 단백질 분자들이 각각 움직이는 전자를 위한 일종의 정거장 같은 홈을 갖고 있어서, 전자들이 에너지를 잃지 않고 먼 거리로 반도체 전류를 흘릴 수 있도록 긴 사슬로 결합되어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것은 마치 서양장기에서 말이 다른 말들의 열을 따라 뛰어넘으면서 장기판 전체를 다닐 수 있는 것과 같았다.
그는 전자의 흐름이, 자기가 해명하는 데 공헌한 분야인 광합성과 유사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광합성에서는 분자들이 일종의 폭포처럼 분자들의 계단을 따라 에너지를 잃으면서 계속 떨어진다. 주요한 차이점은 단백질 반도체 전도에서는 전자의 에너지가 영양소의 화학 결합에 흡수되어 저장되는 것이 아니고, 보존되어 정보로서 흘러간다는 것이었다.
센트되르디의 제안을 염두에 두고, 나는 내가 가정했던 것을 정리해 보았다. 나는 신경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면서 꼭 신경섬유 자체에 있을 필요는 없는 원초적인 아날로그 정보체계를 가정했다. 이 체계는 반도체성 직류 전류를 사용하고 있고, 신경 임펄스 시스템과 결합하거나 또는 독자적으로 성장하고 치료하며, 아마도 다른 기본적인 반응들을 통제하고 있을 것이라 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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