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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성장과 재성장
제3장 기적의 가능성
역전
우선 나는 도롱뇽과 개구리를 공급해 줄 사람을 만났는데, 그는 테네시 주 경기위원으로서 부업으로 이 사업을 하고 있었다. 배달되는 꾸러미에 가끔 작은 뱀이 섞여 있어서 놀라기도 했다. 그가 고의로 그랬는지 아니면 실수로 그랬는지는 아직도 모른다. 여하튼, 그가 공급해 주는 것들은 수족관에서 양식된 질 낮은 것들이 아니고 자연 서식지에서 수집된 싱싱한 것들이었다.
다음에 나는 몇 가지 기술상의 문제들을 해결하였다. 이것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전극을 어디다 두느냐 하는 문제였다. 회로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두 전극이 동물에 닿아야 했다. 하나는 '활活'전극 또는 측정 전극이었고 또 하나는 기준 전극이었다. 측정 전극은 기준 전극에 대하여 음 또는 양의 극성을 나타내 주는 것이었다. 음의 극성은 측정 전극이 있는 곳에 기준 전극보다 많은 전자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였고, 양의 극성은 그 반대였다. 특정한 곳이 음 전하의 우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그곳을 향한 전류의 흐름이 있다는 것을 뜻하였으며 그곳에 계속 전자가 보충되는 것이었다. 따라서 기준 전극의 위치를 잡는 것이 매우 중요하였다. 잘못하면 전압은 제대로 나오지만 극성, 즉 전류의 방향이 틀릴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적당한 기점이 선택되어 매번 사용되어야 했다. 나는 신경이 어느 정도 전류와 관계가 있다고 가정하였기 때문에, 사지四肢로 신경섬유를 보내는 신경세포 본체를 좋은 기준점으로 생각했다. 이 신경세포체는 상완上腕 전개 부분이라고 불리는 척수의 한 부분에 있었는데, 팔이 몸에 결합되는 곳에서 바로 머리 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래서 개구리 도롱뇽들 모두에 있어서 나는 측정 전극을 절단 부분의 표면 바로 위에 두었고, 기준 전극은 상완 전개 부분 위의 피부에 두었다.
장비들을 설치한 후에, 나는 완전한 동물들에 대해 기본적으로 몇 가지 측정을 해 두었다. 그것들은 모두 상완 전개 부분에 전위 영역들을 갖고 있었고, 사지에 8~10 ㎷의 음전위를 갖고 있었는데 이것은 머리 부분으로부터 사지와 꼬리(도롱뇽에 해당)로 전류의 흐름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실질적인 실험에 들어가서, 나는 마취 상태에서 개구리와 도롱뇽 각 열네 마리씩의 오른쪽 앞다리를 오금과 발목 사이에서 절단하였다. 나는 출혈에 대해서 전혀 처치를 하지 않았는데, 혈액이 빨리 응고되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상처를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은, 도롱뇽 절단 부분의 봉합이 재생을 정지시키기 때문일 뿐만 아니라, 자연 과정을 조사하여야 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야생의 상태에서, 개구리와 도롱뇽 - 둘 다 북미산 농오류가 즐기는 먹이이다 - 모두는 내가 일부러 만든 것 같은 부상을 입고 수술 없이 스스로 치료되는 것이다.
일단 마취가 풀리고 혈액이 응고되면, 각 절단 부분의 전압을 측정하였다. 놀랍게도 절단 직후 절단 부분의 극성이 양으로 역전되었다. 개구리와 도롱뇽 모두, 다음날에는 전압이 20㎷까지 상승하였다.
나는 도롱뇽의 아체가 형성되면서 개구리보다 도롱뇽의 전압이 올라가기를 기대하면서 매일 측정을 하였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도롱뇽 절단 부분의 전류는 급격히 떨어졌고, 반면에 개구리는 원래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3일쯤 지나니, 도롱뇽에게는 전류가 완전히 없어지고 나타날 기미도 없었다.
실험이 실패한 것 같았다. 나는 거의 바로 그만두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무언가가 나로 하여금 측정을 계속하게 만들었다. 나는 그때 그것도 하나의 좋은 실습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나서, 6일째와 10일째 되는 날 사이에 놀라운 현상이 일어났다. 아체가 보이기 시작한 바로 그때 도롱뇽의 전압은 다시 그 극성을 바꾸어, 보통 때의 전압을 초과하여 -30㎷ 이상의 최고치에 도달하였다. 개구리들은 여전히 약간씩 떨어지기는 하지만 플러스 전압을 유지하고 있었다. 도롱뇽의 다리가 재생되고 개구리의 절단 부분이 표피와 상흔으로 회복되면서, 양쪽 모두 10㎷의 정상적인 전압으로 서서히 복귀하였다.
여기에 내가 최고로 기대하던 것 이상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첫번째 실험에서 벌써 연구비의 대가를 치를 만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것은 그때까지 누구도 본 일이 없는 무언가를 보는 흥분을 맛보게 해주는 것이었다. 나는 이제 상처 치료 전류가 죽어가는 세포들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것들은 이미 오래 전에 사라졌던 것이다. 게다가, 반대 극성은 양쪽 동물의 전기적 특성에 있어서 의미심장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도롱뇽만이 재생을 할 수 있는 이유를 어느 정도 설명해 주고 있었다. 음전압이 그 중요한 아체를 형성시키는 듯하였다. 비록 나의 깔끔한 가설을 약간 뒤흔들어 놓기는 하였지만, 그것은 대단히 중요한 관찰이었다.
인테마 박사도 이것을 인정하면서 발표를 위한 보고서를 쓰라고 격려해 주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또 하나의 다른 아이디어가 있었다. 나는 새로운 개구리들을 모아서 앞다리를 절단한 다음 전지를 사용하여 매일 절단 부분에 음전류를 공급하였다. 나는 일반적으로 재생 능력이 없는 동물을 완전히 재생시킨 최초의 연구자가 되는 꿈을 꾸고 있었다. 나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Scientific American>지의 표지에 내 이름이 크게 실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개구리들은 나의 영광에 별로 관심이 없는 듯하였다. 그들은 여전히 거의 반시간 동안 전극을 붙이고 있어야 했다. 그들은 반항하였다. 나는 매일 그들을 마취시키면서 안간힘을 써 보았으나 결국 일주일 만에 나의 노벨상 꿈은 한 떼의 죽은 개구리들로 변하였다.
생물전기에 관한 이전의 연구를 참고로 하려고 얼마 동안 나는 의학 도서관의 먼지 쌓인 서고를 훑었다. 그리하여 오웬 프레이지란 이름의 미국인 연구자가 1909년에 쓴 논문을 발견하였다. 그는 도롱뇽이 살고 있는 수족관의 물에 전류를 흘리면 그들의 재생 속도가 빨라진다고 보고하고 있었다. 당시의 전기 장치란 것이 매우 원시적이었을 것이므로 프레이지의 보고에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았지만, 어쨌든 나 스스로 그것을 한번 해 보기로 하였다. 나는 시뉴킨이 토마토를 가지고 했던 것을 도롱뇽을 가지고 성공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일단의 도롱뇽들에게 나는 절단 후 처음 5일 동안 전지를 사용하여 2㎂의 양전류를 절단 부분에 5 내지 10분간 직접 공급하였다. 이것은 0.000002 암페어로서 일반적인 기준에서 볼 때는 미세한 전류이지만(보통 대부분의 가정의 전기회로에서는 15~20암페어의 전류가 흐른다), 사지에 흐르는 전류의 크기에는 견줄 만한 것이다. 그것은 상처 치료 전류의 양陽의 최고치를 크게 하려는 것이었다. 이것은 아체를 좀 더 커지게 하는 듯하였으나 전체적인 과정을 약간 느리게 하였다. 다른 집단의 도롱뇽들에게 나는 5일째 되는 날부터 9일째 되는 날까지 3㎂를 공급하였는데, 그때는 정상적인 전류가 음의 최고치에 도달하는 때였다. 이것은 일주일 동안은 재성장 속도를 빠르게 하는 듯하였으나 완전한 다리를 만드는데 필요한 시간을 변화시키지는 못하였다. 마지막으로 나는 수족관의 물에 일정한 전류를 흘리는 프레이지의 방법을 써 보았다. 마찬가지로 결과는 애매했다. 이 실패들에서 얻은 교훈은, 내가 발견한 것들을 다른 동물들에게 적용하기 전에, 상처 치료 전류가 어떻게 작용하는 가를 알아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는 동안에, 나는 결과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더 나은 곳을 알지 못해, 나는 보고서를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정형외과 간행물인 <뼈와 접합외과 저널>에 제출하였다. 그런데 그것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그 잡지는 임상보고서만을 싣고 있었는데 반하여, 나의 보고서에는 당장 실제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었다. 게다가 그 간행물은 매우 정치적인 성격을 띠고 있어서, 확고한 명성을 갖고 있거나 하버드나 컬럼비아 대학 같은 명문 정형외과 과정을 이수한 사람만이 기고를 할 수 있었다. 다행이었는지 나는 그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누군가가 내 논문이 의사가 꼭 필요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의 논문이 잡지에 실리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1961년 마이애미 해변에서 개최될 다음 번의 정형외과 연구협회와 미국 정형외과 의사회의 합동회의에 초대받기까지 했다. 이것은 누군가가 나의 작업이 매우 의미심장하여서 연구자는 물론 현장의 의사들도 바로 그때 거기에서 그 내용을 들어야만 한다고 판단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가 남자든 여자든 나의 영원한 감사를 받아야 마땅하다.
나의 보고서에 대한 반응이 좋았고, 지방 연구자들의 놀라움과 체스터 인터마의 격려 속에 곧 출판되었다. 그 잡지는 주로 현장의 의사들에게 배포되기 때문에, 나는 내가 진실로 만나고 싶어하는 기초 연구자들에게 나의 실험이 가 닿을 수 있을지를 걱정하였는데, 이번에도 역시 착오였다. 다음 해에 나는 저 유명한 메릴 로즈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그 기사에 매혹되었으며 그 뒤로 내가 무엇을 하였는지 궁금해했다.
로즈는 뉴올리언즈의 툴레인 의과대학에서 강의하고 있었는데, 매년 여름을 케이프 코드의 우즈 홀 해양생물학 연구소에서 보냈기 때문에 그와 그의 부인은 거기에서 차를 몰아 시라쿠즈까지 올 수 있었다. 높은 명성에도 불구하고 그는 훌륭한 연구자가 가져야 하는 완전히 열린 마음을 갖고 있었으며, 내가 다음 장에서 기술할 전기장, 신경, 마취 그리고 자기磁氣의 관찰에 매료되어 있었다. 그때부터 시작된 그의 관심은 나에게 엄청난 용기를 주었다. 이 훌륭한 신사 과학자와의 교분은 당시 내가 기대한 것 이상으로 유익한 것이었다. 로즈 부부를 저녁 식사에 초대했을 때, 우리는 우연한 일치의 인연이 있었음을 발견하였다. 그들이 문을 들어섰을 때, 내 아내가 소리쳤다. "로즈 박사님! 혹시 1940년대에 스미스 대학에 계시지 않았나요?" 그녀는 로즈의 학생 실험실 조수의 친구였고, 저 유명한 '소금물에 상처 담그기' 실험을 위해 개구리 잡는 것을 도와 주었음이 밝혀졌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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