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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The Body Electric

생명과 전기 #009

우리는미생물 2024. 1. 30.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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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성장과 재성장

제2장 재생의 원동력

신경의 연결

아체의 기원에 관한 주요한 다른 의문은 '무엇이 아체를 유도하는가'이다. 그 유도물의 '운반자'로서 가장 유력한 후보자는 신경이다. 복잡한 다세포 동물에 있어서, 신경조직 없이는 재생이 일어날 수 없다. 1823년으로 거슬러올라가, 영국의 아마추어 연구자 토드 Tweedy John Todd는 도롱뇽의 다리를 절단함과 동시에 다리 속의 신경을 중간에서 끊어 버리면 다리는 다시 자라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사실상, 절단 그루터기 부분 자체가 오므라들어 없어져 버렸다. 다리를 절단하기 전에 끊어진 신경이 회복될 수 있는 시간을주면, 절단했을 경우 정상적인 재생이 이루어졌다. 당시의 과학으로서는 그의 관찰에 대해 아무런 평가도 할 수 없었지만, 이후의 많은 실험들이 그것을 확인했다. 한 세기가 지난 후, 이탈리아 생물학자 피에라 로카텔리 Piera Locatelli는 절단된 다리의 신경을 근처의 멀쩡한 다리에 연결시키면 '여분의' 다리가 또 성장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그녀는 도롱뇽의 뒷다리 아랫부분 도중에서 좌골신경을 끊은 다음, 척추에 연결시켜 놓은 채 그 끝을 앞다리 부근의 피부 밑에까지 조심스럽게 끌어다 놓았다. 그랬더니 여분의 앞다리 하나가 거기서 솟아나왔다. 그 신경 끝을 뒷다리 근처에 갖다 놓았을 때는 뒷다리가 또하나 자라났다. 신경이 원래 어디를 향하고 있었는가는 문제가 되지 않고, 결국 어디에서 끝나는가에 의해 여분의 구조물의 종류가 결정되었다. 이것은 신경으로부터 나오는 어떤 에너지가 지역적 환경에 순응하여 다시 성장시킬 패턴을 결정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얼마 후 곧 다른 연구자들은, 도롱뇽의 다리 절단 부분에 성한 피부를 이식하여 붙이면 피부의 안쪽 층인 진피眞皮가 꼭대기 모자와 신경 사이에서 장애물 역할을 하여 재생을 막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애물에 조그만 틈이라도 생기면 재생이 이루어졌다.

1940년대 초기의 이 실험에 착안하여 스미스 대학의 젊은 해부학 강사였던 메릴 로즈는 개구리 다리 절단 부분에서의 급속한 피부 형성이 다리의 재생을 막는 것이 아닌가 하고 추측했다. 로즈는 상처를 하루에 몇 차례씩 진한 소금물에 담가 절단 부분에 진피가 만들어지는 것을 억제해 보았다. 실험은 제대로 잘 되었다. 팔꿈치와 발목 사이를 절단했던 대부분의 개구리들이 잃었던 부분의 일부를 회복했다. 몇몇은 발목 연결 부분을 제대로 회복했고, 다른 몇몇은 새로운 발가락까지 만들기 시작했다. 재생이 완전하지는 못했다 할지라도, 이것은 엄청나게 중요한 발견이었다. 일반적으로 재생 능력이 없는 동물에게 처음으로 인공적으로 재생을 유도한 것이다. 그런데 진피는 절단 부분 위에 형성되었기 때문에 그 성공은 로즈가 짐작치 못한 어떤 다른 원인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었다.

나중에 다른 연구자들이, 진피가 없는 상태의 꼭대기 모자가 재생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그것은 재성장하는 신경섬유가 아체가 나타나기 전인 재생의 첫번째 단계에서 표피세포와 독특하게 연결되기 때문이었다. 이 연결들은 신경-표피 접합이라 부른다. 미시간 주립대학의 찰스 손턴은 일련의 정밀한 실험에서, 도롱뇽의 다리를 절단하기 전에 그 신경을 여러 차례 절단하고는 신경이 재성장하는 것을 관찰했다. 다리의 재생은 신경ㅣ 표피에 도달한 후에야 시작되었고, 둘 사이에 어떤 장애물이 있으면 중지되었으며, 장애물에 조그만 틈이라도 있으면 재생이 진행되었다. 1954년까지 손턴은 신경-표피 접합이란 아체가 형성되어 재생이 시작되기 전에 일어나야만 하는 핵심적인 과정임을 증명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뉴욕 코넬 의과대학에서 연구하고 있던 해부학자 엘리자베스 헤이는 신경-표피 접합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했다. 그녀는 각 신경섬유 다발이 절단 부분에 도달하면서 여러 갈래로 갈라져 표피 속으로 스며들어간다는 것을 발견했다. 각 신경섬유는 그 끝에 조그만 공 같은 것을 형성하여 표피세포막에 침투시키고 자리를 잡는다. 그 배열은 마치 신경세포의 연결부인 시냅스와 같았다.

그러나 그 접합은 다만 하나의 다리 역할에 불과하다. 중요한 의문은 '무엇이 그 위를 지나다니는가'였다.

1946년 런던에서 연구하고 있던 소련의 젊은 생물학자 블라드미로비치 폴레자에프는 일련의 긴 실험에서, 개구리의 다리 절단 부분을 바늘로 매일 찔러서 메릴 로즈가 성공시켰던 것처럼 개구리 다리의 부분적인 재생을 유도했다. 폴레자에프는 매우 다양한 자극으로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는데, 포유동물에게는 이런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의 실험은 상처를 악화시키는 것이 재생을 쉽게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또한 로즈가 상처를 소금물에 담가 성공한 것은 진피의 형성을 막아서라기보다는 자극을 가해서 가능했던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다음에, 1940년대 중반에서 1950년대 중반에 걸쳐 하버드 의과대학의 마커스 싱어는 일단의 지혜로운 실험들을 통하여 신경조직이 담당하는 역할을 분명히 밝혀 주었다. 싱어는 우선 오랫동안 잊혀졌던 토드의 신경절단 실험의 결과를 확인했다. 다음에 그는 도롱뇽 다리 재성장의 여러 단계에서 신경을 절단해 봄으로써 신경이 단지 첫 주에만 필요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일주일 안에 아체가 형성이 되고 필요한 정보는 모두 전달되는 것이었다. 그 후로는 설사 신경을 절단하더라도 재생은 진행되었다.

그 당시의 연구 결과, 도롱뇽은 운동신경을 모두 절단해도 다리를 재생시킬 수 있는데 반해 감각신경 없이는 재생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성장 요소가 오직 감각신경에만 관계되어 있다고 가정했으나 싱어는 쉽게 동의하지 않았다. "재생에 있어서 몇 개의 신경 성분만 중요하다는 것은 성급한 결론이다." 과연 몇 개의 사실들이 들어맞지 않았다. 도롱뇽의 모든 신경섬유를 끊었을 때는 물론 재생에 실패했고, 소수의 감각신경만을 남겨 두었을 때에도 실패했다. 그런데, 오직 운동신경만 남겨 두었을 때에도 추가로 내부에서 운동신경이 좀 침투될 경우에는 재생이 가능했다. 또한, 동물학자들은 감각신경이 운동신경보다 더 많은 수의 섬유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싱어는 스스로 직접 세어 보기도 했다. 허벅다리나 팔 윗부분에서는, 감각신경 섬유가 운동신경 섬유보다 4대 1의 비율로 많았다. 말초에서는 그 비율이 훨씬 더 컸다. 그리고나서 그는 오랫동안 여러 가지 조합으로 절단 실험을 행했다. 조합이 어떻게 되든지간에, 원래 신경의 3분의 1 내지 4분의 1만 남아 있으면 재생이 이루어졌다. 재생에 필요한 뉴런(신경세포)의 어떤 한계 숫자가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았다. 남아메리카산 개구리인 크세노푸스는 다른 개구리들에는 없는 재생 능력을 갖고 있는데, 그 다리의 신경섬유 숫자가 한계에 훨씬 못미치고 있었다. 그래서 싱어는 뉴런의 크기를 측정해 보았는데, 크세노푸스는 재생 능력이 없는 개구리들보다 훨씬 큰 뉴런을 갖고 있었다. 일련의 다른 실험들이 그 관계를 명백히 했다. 정상적인 신경조직의 약 30퍼센트가 한계 질량으로서, 재생이 지속되기 위해서 남아 있어야 하는 양이었다.

이 발견은, 신경이 전달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도 그것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신경신호를 전달하는 기능으로부터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밝혔다. 만약에 신경신호가 관련되어 있다면, 재생의 진행은 신경을 절단해 감에 따라 서서히 감퇴될 것이지, 한계량에 못미치게 되었을 때 갑자기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다.

싱어의 발견은 또한 유기체가 복잡해짐에 따라 재생 능력이 감퇴하는 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해명을 해주고 있다. 몸의 질량과 총신경조직 간의 비율은 대부분의 동물들에 있어서 거의 같은데, 동물이 복잡해짐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신경이 뇌에 집중된다. 이러한 결과로 말초부분에서의 신경섬유 양이 한계수준 이하로 감소되어 재생을 유도하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1950년대 초반에, 싱어는 그때까지 배운 것을 재생 능력이 없는 황소개구리에 응용했다. 로카텔리의 방법을 사용하여, 뒷다리의 좌골신경을 앞다리 절단 부분으로 이식했다. 2 내지 3주 만에 아체가 형성되었고, 로즈나 폴레자에프의 실험에서와 거의 같은 정도로 다리를 회복할 수 있었다.

1954년까지 싱어는 신경으로부터 나오리라 예상되는 성장 유도 화학물질을 찾으려는 시도를 했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신경전달체인 아세틸콜린이었는데, 그것은 시냅스간에 신경 임펄스(충격 전기 신호)를 전달시키는 몇 가지 화학물들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었다. 신경은 아체가 형성될 때 - 바로 신경 공급이 결정적일 때 - 보통때보다 훨씬 많은 아세틸콜린을 분비했고 재성장이 잘 진행될 때는 정상수준으로 다시 떨어졌다. 싱어는 아세틸콜린을 가지고 실패한 이전의 실험들을 연구했는데, 그 실험들에서는 아세틸콜린을 절단 부분에 바르거나 아체속으로 주사했었다. 그는 이 방법들이 너무 인위적이었다고 생각하고, 신경이 하는 것처럼 소량의 아세틸콜린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다. 다리 신경을 제거한 동물의 마취시킨 어깨부분에, 시계 모터를 사용해 바늘을 통하여 천천히 그 호르몬을 떨어뜨리는 장치였다. 그는 동물을 살아있게 하는 데 애를 먹었고, 아마도 마취가 결과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생존했을 경우에도 재생이 일어난 일은 전혀 없었다. 아세틸콜린이 성장요소가 아니라는 것은 거의 확실했다.

 

생명과 전기 #010

제1부 성장과 재성장 제2장 재생의 원동력 생명 전기 지금까지 언급한 성과들이 1958년 내가 패턴 조절과 아체 유도 요소를 찾기 시작했을 때 참고로 할 수 있는 토대였다. 당시에 우리는 재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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