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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성장과 재성장
제2장 재생의 원동력
성장의 역학
19세기가 저물어 가면서 발생학자들은 계속 유전의 문제들과 씨름 했고 여전히 '난쟁이'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것을 발견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바이스만의 '결정자'들은 배 성장에 있어서는 그런대로 들어맞지만, 재생의 문제를 설명할 수 없었다. 원래 이론에는 성장이 완료된 후 손상된 부분을 재성장시키는 데 대한 설명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괴이하게도, 오늘날 거의 완전히 잊혀진 사람인 하인리히 보베리에 의해 그 설명이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1880년대에 뮌헨 대학에 근무하면서, 보베리는 염색체를 포함해 세포분열에 관련된 거의 모든 것들을 발견했다. 전자현미경이 발명되기까지는 아무도 그의 업적에 추가할 만한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보베리는 같은 동물의 체세포들은 모두 같은 수의 염색체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유사분열에 의해 성장이 진행되면서 이 염색체들이 각각 둘로 쪼개져 각 딸세포는 같은 수의 염색체를 갖게 되는 것이다. 한편 난자와 정자는 감수분열이라고 불리는 특별한 과정으로 분열되어 정확하게 반 수의 염색체를 갖고 있다가, 수정이 되어 수정란이 되면 다시 염색체의 수가 원래대로 된다. 따라서 수정란의 염색체의 반은 모체로부터, 반은 부체로부터 받은 것이다. 그는 결국 염색체들이 유전을 담당하며, 각 염색체는 그 자신의 일부를 배우자 생식세포의 염색체와 서로 교환할 수 있다는 명백한 결론에 도달했다.
처음에 이 개념은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히 이 주제에 대한 첫번째 미국인 참가자이며 콜롬비아 대학의 존경받는 발생학자였던 모건이 격렬히 반대했다. 나중에 모건은 자신의 실험 결과가 보베리와 일치한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곧 염색체의 구조를 좀더 상세히 설명하기 위해 실험을 계속했다. 그리하여 형질의 유전을 담당하는 특정 부위를 발견하여 유전자라고 이름붙였다. 이렇게 해서 유전학이란 과학이 태어났고, 모건은 1933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보베리에 대해서는 이 정도로 해 두자.
모건은 초파리에 대한 유전학적 연구로 가장 유명했지만, 초기에는 도롱뇽의 다리 재생에 대한 연구를 하여 결정적 결론을 얻은 바 있다. 그는, 새로운 다리가 형성되기 전에 일단의 세포들이 잘려진 부분에 나타나는데 그것들을 초기 배의 특화되지 않은 세포들을 닮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이것을 아체芽體라 불렀고 나중에 어떻게 재생된 다리가 형성되느냐 하는 문제는 어떻게 알로부터 배가 발생하는가 하는 문제와 일치한다는 것을 알았다.
모건은 염색체와 유전자가 유전되는 특징들뿐만 아니라 모든 세포 분화에 대한 정보까지도 포함하고 있다고 가정했다. 예를 들면, 근육세포는 근육으로 특화되는 일단의 유전자들이 활동 상태에 있을 때 형성된다는 것이었다. 이 통찰은 바로 오늘날 우리가 갖고 있는 지식으로 연결되었다. 발생의 초기 단계에서는, 각 염색체의 모든 유전자가 활동 상태에 있고 또 모든 세포에 영향을 미친다. 유기체가 성장함에 따라, 세포들은 세 개의 초기 조직층을 형성하는데 그 중 내배엽은 내분비선과 내장으로 발달하고, 중배엽은 근육, 뼈, 순환계 등이 되며, 외배엽은 피부, 감각기, 신경계 등이 된다. 이 단계에서 벌써 유전자의 일부가 기능이 상실되거나 억제된다. 세포들이 성숙한 조직으로 분화되어 감에 따라 각 조직에는 오직 특정한 한 집단의 유전자들만이 그 기능이 살아 있다. 각 유전자 집단은 오로지 일정한 종류의 전령 RNA 만을 만들 수 있다. 전령 RNA는 '집행관'격인 화학물질로서 DNA가 '지시하는' 내용을 세포의 단백질 제조공장인 리보솜에 전달하여 특정한 단백질, 예를 들면 근육세포나 뼈 세포가 아닌 신경세포만을 제조하게 한다.
이 유전학적 메커니즘과 이전의 결정자 이론 사이에는 피상적인 유사점이 있다. 그 결정적 차이점은, 결정자들은 분리되고 분리되어 결국은 각 세포에 오직 한 개만 남게 되는데 반하여 유전자들은 각 세포에 모두 남게 되면서 오직 한 집단의 유전자만이 '활동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각 세포에는 전체 유전 청사진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이다.
과학은 고대 이집트인의 종교와 닮은 점이 있다. 이집트 종교는 오래된 신들을 절대로 내버리지 않고 새로운 신들에 덧붙여 기묘한 뒤범벅을 만든다. 이상하게도, 과학 역시 낡은 이론을 버리기를 꺼린다. 지지할 만한 증거가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바이스만의 이론 중 하나는 유전학이란 과학에 완전히 흡수되었다. 세포의 분화는 여전히 '일방통행 도로'이며 역분화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역분화는 글자 그대로 성숙한 성체 상태에서 분화되지 않은 초기의 원시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염색체가 역행을 위한 그럴듯한 수단을 제공한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가정이 설정되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모든 성체 세포들(정자와 난자를 제외하고)은 전체 염색체 배열을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이 억제되어 있는 상태이기는 하지만 모든 유전자들이 여전히 거기 있는 것이다.
무언가가 자물쇠로 채워졌으면 새로운 세포들이 필요할 때 풀리는 것이 논리적으로 보이는데, 이상하게도 이러한 생각은 학계에서 격렬하게 거부되었다. 기계적 생명관의 우위라는 것 이외에는 이렇다 할 만한 중요한 원리가 결부된 것도 없기 때문에 왜 그랬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기계론자들은 유전자와 염색체의 발견을 기뻐하며 감사하고 있다. 마침내 정자 속 난쟁이의 대체물을 발견한 것이다. 아마도, 역분화를 허용하게 되면 생명에게 그 자신의 기능들에 대해 너무 많은 지배권이 주어질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아마도, 일단 유전자가 생명의 유일한 기초라면 보기 좋고, 단순하고, 기계적 방식으로 활동해야 한다고 믿었을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되듯이 이러한 독단은 재생 현상을 연구하는 데 지독한 난관을 초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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