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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아닌 뇌로 본다

우리는미생물 2024. 1. 10.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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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 우리 몸 안내서⟫ '뇌'장에서 발췌


지금 주변을 한번 둘러보라. 눈은 초당 1,000억 개의 신호를 뇌로 보낸다. 그러나 그것은 이야기의 일부일 뿐이다. 당신이 무엇인가를 '볼' 때, 시각 정보 중 시신경에서 오는 것은 약 10퍼센트에 불과하다. 우리 뇌의 다른 부위들이 그 신호들을 해체해서 얼굴을 인식하고, 움직임을 해석하고, 위험을 식별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보는 것의 가장 큰 부분은 시각 이미지를 받는 것이 아니라, 그 이미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시각 입력이 시신경을 통해서 이를 처리하고 해석할 뇌로 전달되는 데에는 미미하지만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시간 - 5분의 1초, 즉 200밀리초이다 - 이 걸린다. 5분의 1초는 빠른 반응이 요구될 때, 이를테면 다가오는 차를 피하거나 머리가 입을 타격을 피하려고 할 때에는 사소한 시간이 아니다. 이 시간 지연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뇌는 정말로 놀라운 일을 한다. 앞으로 5분의 1초 뒤에 세계가 어떤 모습일지를 끊임없이 예측하며, 그 예측이 바로 우리에게 현재라고 제시되는 것이다. 즉 우리는 결코 바로 이순간의 세계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잠시 뒤의 세계를 보고 있다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평생을 아직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서 살면서 보낸다.

뇌는 우리를 위해서 많은 방법으로 우리를 속인다. 소리와 빛은 우리에게 도달되는 속도가 다르다. 비행기가 머리 위로 지나가는 소리를 듣고서 올려다볼 때마다 우리는 이 현상을 경험한다. 소리는 하늘 저편에서 나는데 비행기는 다른 쪽에서 소리 없이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뇌는 더 가까운 주변 세계를 대할 때에는 대개 이 차이를 무시한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자극이 동시에 도달되는 것처럼 느낀다.

비슷한 방식으로, 뇌는 우리의 감각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을 꾸며낸다. 존재에 관한 기이하면서 직관에 반하는 한 가지 사실은 광자는 아무런 색깔도 없고, 음파는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으며, 후각 분자는 아무런 냄새도 없다는 것이다. 영국의 의사이자 작가인 제임스 르 파누는 이렇게 말한다. "나무의 초록과 하늘의 파랑이 열린 창을 통해서 우리 눈으로 쏟아져 들어올 때, 우리는 압도적인 인상을 받지만, 사실 망막에 부딪히는 빛 입자는 색깔이 없으며, 고막에 부딪히는 음파는 소리가 나지 않고, 냄새 분자들은 아무런 냄새도 없다. 모두가 공간을 날아다니는 보이지도 않고 무게도 없는 아원자 입자들이다." 삶을 풍성하게 하는 이 모든 것들은 우리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진다.


핵심은, 우리가 지금 눈으로 보고 있는 장면은 현실 그대로가 아닌 뇌를 한 번 거친, 그러니까 뇌가 프로세싱한 이미지라는 것. 그리고 시각 정보만이 아닌 청각, 후각, 미각 등의 감각도 뇌를 거치며 가공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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