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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빌 브라이슨
● 1951년생
●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사람을 만드는 방법
● DNA는 대단히 안정적이어서 수만 년 동안 존속할 수 있다.
● 사람의 유전체 중 단백질의 암호를 가진 것은 2퍼센트에 불과하다. 나머지가 무슨 일을 하는지는 거의 밝혀지지 않았다.
바깥 : 피부와 털
● 촉각의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뇌가 단지 무엇인가가 어떤 느낌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느낌이어야 한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연인의 애무는 황홀한 느낌을 주는 반면, 낯선 사람의 동일한 접촉은 징그럽거나 섬뜩한 느낌을 주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 몸의 다른 부위들과 달리, 손은 신체 운동이나 열이 아니라, 오직 스트레스에만 반응하여 땀을 흘린다. 거짓말 탐지기 검사에서는 이 감정적인 땀 분비를 측정한다.
● 우리의 피부에는 1제곱센티미터당 약 10만 마리의 미생물이 살며, 그들을 없애기란 쉽지 않다. 한 연구에 따르면, 목욕이나 샤워를 한 뒤에 사실상 세균의 수가 증가한다고 한다. 구석구석 숨어 있던 세균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미생물
● 호흡을 할 때, 공기에 든 질소는 우리 허파로 들어왔다가 곧바로 다시 빠져나간다.
● 사람은 20가지 소화 효소를 만든다. 세균은 1만 가지, 즉 우리보다 500배나 더 많이 만든다.
● 세균은 마치 포켓몬 카드를 교환하듯이 서로 유전자를 교환할 수 있으며, 죽은 이웃의 DNA를 주워서 쓸 수도 있다. 또 세균의 DNA는 복제될 때에 그다지 꼼꼼하게 교정을 보지 않기 때문에, 돌연변이가 더 자주 일어나며, 그 결과 유전적으로 다양성이 훨씬 커진다.
● 마른 사람은 살찐 사람보다 장 미생물이 더 많다.
● 개인의 몸에 사는 미생물의 무게는 약 1.5 킬로그램에 달한다.
● 유전자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대략 99퍼센트는 세균이며 나는 겨우 1퍼센트에 불과한 셈이다.
● 지금까지 파악된 약 100만 종의 미생물 중에서 1,415종만이 사람에게 질병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 이 모든 미생물들이 각자의 역사와 유전 측면에서 공통점이 거의 없다는 점을 기억할 가치가 있다. 그들을 하나로 묶는 특징은 오직 작다는 것뿐이다.
● 대체로 바이러스는 먼지 알갱이처럼 활기 없는 상태로 존재하지만, 살아 있는 세포 안에 넣으면 갑자기 활기에 차서 여느 살아 있는 존재들처럼 격렬하게 증식한다.
● 설상가상으로 현재 우리는 그냥 미친 짓이라고 할 만큼 항생제를 마구 써댄다. 미국에서 한 해에 발행되는 항생제 처방전 4,000만 건 중에서 거의 4분의 3은 항생제로 치료할 수 없는 증상에 쓰인다.
뇌
● 겉질(피질) 1세제곱밀리미터 - 모래알만 한 크기 - 에는 많으면 2,000테라바이트의 정보가 저장될 수 있다. 사람의 뇌는 총 200엑사바이트 수준의 정보를 담는다고 추정된다.
● 몸무게 중 2퍼센트를 차지할 뿐이지만, 에너지의 20퍼센트를 쓴다. 신생아의 뇌는 에너지의 무려 65퍼센트를 쓴다.
● 다른 신체 부위들과 달리, 뇌는 우리가 무엇을 하든 상관없이 일정한 속도로 400칼로리를 태운다.
● 예전에는 지능이 뉴런의 수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시냅스의 복잡한 연결 양상에 달려 있다고 본다.
● 시상하부 : 크기는 땅콩만 하고 무게는 3그램. 몸의 가장 중요한 화학적 과정 중 상당수를 제어한다. 성 기능을 조절하고, 허기와 갈증을 통제하고, 혈압과 염분의 변화를 지켜보고, 잠을 잘 시간이 되었는지를 판단한다. 심지어 우리가 얼마나 느리게 또는 빠르게 나이를 먹는지에도 관여한다. 인간으로서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지 여부의 상당 부분이 머리 한가운데 들어 있는 이 작은 부위에 달려 있다.
● 시각 입력이 시신경을 통해서 이를 처리하고 해석할 뇌로 전달되는 데에는 미미하지만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시간 - 약 200밀리초 - 이 걸린다. 5분의 1초는 빠른 반응이 요구될 때, 이를테면 다가오는 차를 피하거나 머리가 입을 타격을 피하려고 할 때에는 사소한 시간이 아니다. 이 시간 지연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뇌는 정말로 놀라운 일을 한다. 앞으로 5분의 1초 뒤에 세계가 어떤 모습일지를 끊임없이 예측하며, 그 예측이 바로 우리에게 현재라고 제시되는 것이다. 즉 우리는 결코 바로 이순간의 세계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잠시 뒤의 세계를 보고 있다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평생을 아직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서 살면서 보낸다.
● 미국의 17개 주에서는 1956년까지도 간질 환자와 혼인하는 것이 불법이었다. 18개 주에서는 간질 환자에게 강제로 불임 수술을 했다. 이런 법들이 최종적으로 폐지된 것은 1980년이 되어서였다.
● 우리 뇌에 관한 가장 뜻밖의 사실은 1만~1만2,000년 전에 비해서 지금 인류의 뇌가 더 작으며, 그것도 상당히 작다는 것이 아닐까? 구체적으로 말하면, 인간의 뇌는 평균 1,500세제곱센티미터에서 1,350세제곱센티미터로 줄었다. 뇌에서 테니스공 크기 만큼을 떠낸 것과 비슷하다. 이런 변화가 일어난 이유는 설명하기가 어렵다. 전 세계에서 동시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머리
● 진정한 웃음은 지속 시간이 3분의 2초에서 4초 사이로 아주 짧다. 그것이 바로 계속 웃음을 짓고 있으면 위협적으로 보이는 이유이다. 진정한 웃음은 우리가 꾸며낼 수 없는 표정이다. 일찍이 1862년에 프랑스의 해부학자 뒤센 드불로뉴는 진정한 자발적인 웃음이 양쪽 눈의 눈둘레근의 수축을 수반하며, 이 근육은 우리가 따로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밝혀냈다. 즉 기쁜 척할 때 입으로는 웃음을 지을 수 있지만, 눈을 반짝이게 할 수는 없다.
● 많은 전문가들은 냄새 분자가 열쇠와 자물쇠처럼 수용기에 끼워진다고 믿는다. 이 이론의 문제점은 화학적으로 모양이 전혀 다른 분자들이 냄새가 동일할 때도 있고, 모양이 거의 똑같은 분자들이 서로 냄새가 다를 때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분자의 모양만으로 설명하는 것이 미흡함을 시사한다. 대안으로 제시된 좀더 복잡한 한 이론은 수용기가 이른바 공명을 통해서 활성을 띤다고 본다. 본질적으로 수용기는 분자의 모양이 아니라 진동하는 방식에 따라서 자극을 받는다는 것이다.
● 후각의 가장 특이한 측면이 우리 모두가 저마다 다른 식으로 냄새를 맡는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가 350~400가지의 냄새 수용기를 가지고 있지만, 모든 사람에게 공통되는 것은 약 절반에 불과해요. 모두가 같은 냄새를 맡는 건 아니라는 뜻이지요.
입과 목
● 최근에는 침에 오피오르핀이라는 강력한 진통제도 들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모르핀보다 6배나 더 강력한 물질이다. 비록 아주 소량만 분비될 뿐이지만, 우리가 뺨을 깨물거나 혀를 데었을 때 아픔이 계속되지 않는 이유, 아니 사실상 통증을 유달리 느끼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 말더듬이 중 80퍼센트는 남성이다. 또 오른손잡이보다 왼손잡이가 더 많으며, 왼손잡이이면서 오른손으로 글을 쓰도록 교육을 받은 사람들에게서 더 많이 나타난다.
심장과 피
● 심장에서 뿜어지는 피 중에서 15퍼센트는 뇌로 가지만, 사실 가장 많은 20퍼센트는 콩팥으로 간다. 피가 온몸을 한 번 도는 데에는 약 50초가 걸린다.
● 혈압이 어떤 고정된 값이 아니라 몸의 부위마다 다르고, 또 하루 중 몇 시인지에 따라서도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가 활동하는 낮에 가장 높고 밤에는 낮아져서 새벽 시간에 최저점에 이르는 경향이 있다.
● 첫 심근 경색을 일으키는 사람 중에서 절반 이상은 건강에 이상 징후가 전혀 없는 매우 건강한 이들이라는 것이다. 흡연도 과음도 하지 않고, 심한 과체중도 아니며, 마성 고혈압을 앓지도 심지어 콜레스테롤 수치도 나쁘지 않음에도, 심근경색이 일어나는 것이다. 즉 건강한 생활을 한다고 해서 심장 문제를 피할 수 있다고 보장하지는 못한다.
● 놀랍게도 수혈을 더 적게 받은 환자들이 회복이 더 빠르다는 것이 드러났다. 특히 얼마간 보관한 피를 수혈했을 때에는 거의 언제나 그러했다. ... 게다가 방금 채혈한 피를 수혈하더라도 수혈자의 몸에 있는 원래 피의 활동에 사실상 지장이 생긴다는 것이 드러났다.
● 캘리포니아 스탠퍼드 병원에서는 시험 삼아 의사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적혈구 수혈량을 줄이도록 권고했다. 5년 사이에 그 병원의 수혈량은 4분의 1이 줄었다. 그 결과 160만 달러의 비용이 절약되었을 분만 아니라, 환자의 사망률도 낮아지고, 평균 입원 일수도 짧아지고, 후유증도 줄었다.
몸의 화학
● 제1형 당뇨병이 개인의 HLA(사람 백혈구 항원) 유전자의 결함과 관련은 있지만, 그 결함을 가진 사람들 중에서도 일부만 당뇨병에 걸린다. 따라서 우리가 아직 모르는 어떤 다른 요인이 있음을 시사한다. 많은 연구자들은 생애 초기에 노출되는 다양한 병원체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의심한다.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이나 태아 때 받은 스트레스나 영양 상태와 관련이 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 그는 그 호르몬에 렙틴(lelpti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렙틴은 내분비샘이 아니라 지방세포에서 생산되었다. 바로 이 점이 가장 흥미로운 발견이었다. 호르몬이 전용 분비샘이 아닌 다른 곳에서 생산될 수 있다고는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사실 이제는 호르몬이 위, 허파, 콩팥, 췌장, 뇌, 뼈 등 모든 곳에서 생산된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 본질적으로 간은 몸의 실험실이다. 지금 이 순간에 우리 몸에 있는 피의 4분의 1은 간에 들어가 있다.
● 대다수의 사람들은 간 질환이 지나친 음주 때문에 생긴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만성 간 질환 중에서 약 3분의 1만이 알코올과 관련이 있다.
●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혈액의 나트륨 농도가 치솟아서 혈압이 위험할 만치 높아진다.
● 콩팥 기능 상실의 가장 주된 원인은 당뇨병이며, 비만과 고혈압도 중요한 기여 요인이다.
해부실 : 뼈대
움직이다 : 직립보행과 운동
균형잡기
● 신기하게도, 아니 정말로 기이하게도 동물의 심장이 일생 동안 뛰는 횟수는 대개 비슷하다. 심장이 뛰는 속도가 크게 다름에도, 거의 모든 포유동물은 평균수명을 사는 동안 심장이 약 8억 번 뛴다. 사람의 예외이다. 우리 심장은 25세 때까지 8억 번을 뛰며, 그후로도 50년 동안 계속해서 16억 번을 더 뛴다.
● 체온이 1도쯤 오르면 바이러스의 증식 속도가 약 200배 느려진다고 알려져 있다.
● 체온을 계속 2도 높은 상태로 유지한다면, 필요한 에너지량은 약 20퍼센트 솟구칠 것이다.
● 오늘날 우리는 세포의 안과 밖의 이온 농도가 달라서 서로 다른 전하를 띠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 사이에 있는 세포막에는 이온 통로라는 일종의 미세한 출입구가 있다. 이 출입구가 열리면 통로로 이온이 흘러들면서 약간의 전기가 생성된다. 여기서 "약간"은 전적으로 규모의 문제이다. 세포 수준에서 한 번 씰룩거리는 전기는 100밀리볼트에 불과하지만, 1미터에 걸쳐서 보면 3,000만 볼트에 해당한다. 번개가 한 번 치는 것과 비슷하다. 달리 말하면, 세포 내에 생기는 전기의 양은 집안에서 쓰는 전기의 양보다 1,000배나 많다. 아주 작은 규모에서 볼 때, 우리는 대단히 활동적이다.
면역계
심호흡 : 허파와 호흡
● 들어온 공기는 머리에 있는 가장 수수께끼의 공간인 굴(sinus cavity)을 지나간다. 머리 공간 전체에 대한 비율로 따질 때, 머리에 있는 굴들은 아주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데, 그 이유를 확실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노팅엄 대학교와 퀸스 이학 센터의 벤 올리비어는 이렇게 말한다. "굴은 기묘해요. 말 그대로 머릿속에 나 있는 동굴 같은 공간들이지요. 그렇게 많은 공간을 굴로 만들지 않았다면, 우리 머리에 회백질이 들어갈 공간이 훨씬 늘어났을 겁니다." 이 공간은 완전히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뼈들이 복잡한 그물처럼 뻗어 있는 형태이다. 이 그물은 어떤 식으로든 간에 호흡 효율을 높인다고 여겨진다. 진정한 기능이 있는 없든 간에, 굴은 우리에게 많은 불행을 안겨주기도 한다. 해마다 미국인 중 3,500만 명이 굴염을 앓으며, 모든 항생제 처방전 중 약 20퍼센트가 굴 질환에 쓰인다(굴 질환 중에서 바이러스로 인한 것이 압도적으로 많아서 항생제가 무용지물임에도 그렇다).
● 우리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많은 공기가 필요하다. 평균적인 몸집의 어른은 피부 면적이 2제곱미터쯤 되지만, 허파 조직의 면적은 약 95제곱미터에 달하며, 그 안의 공기 통로는 총 길이가 2,400킬로미터에 달할 것이다.
● 중국의 광저우는 오염이 극심한 반면, 열차로 겨우 1시간 거리인 홍콩은 공장이 거의 없어서 비교적 오염이 적고 바닷가라서 신선한 공기를 늘 접할 수 있다. 그런데 홍콩의 천식 환자 비율은 15퍼센트인 반면, 심하게 오염된 광저우의 천식 환자 비율은 3퍼센트에 불과하다. 우리의 예상과는 정반대이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아무도 설명하지 못한다.
음식, 맛있는 음식
● 비타민은 유기물, 즉 식물이나 동물처럼 살아 있거나 살아있었던 생물이 만든 물질이고, 미네랄은 토양이나 물에서 나오는 무기물이다. 총 약 40종에 달하는 이 미량의 물질들은 우리 스스로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음식에서 얻어야 한다.
● 지금도 비타민은 명확히 정의된 것이 아니다. 그 용어는 우리 몸이 원활하게 기능하기 위해서 필요하지만 우리 스스로는 만들 수 없는 잡다한 13가지 화학물질을 가리킨다. 우리는 비타민들이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비타민들은 우리에게 유용하다는 것 말고는 대체로 공통점이 거의 없다. 때로는 "체외에서 만들어진 호르몬"이라고도 불리는데, 꽤 좋은 정의이지만 일부 사실이 아닌 부분이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비타민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축에 드는 비타민D는 우리 몸에서도 만들어지며(그러면 진짜 호르몬인 셈이다), 음식을 통해서도 섭취한다(그러면 정의상 비타민인 셈이다).
●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것들 가운데 하나는 탄수화물이 소화될 때 당이 단순히 더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왈칵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흰밥을 150그램 먹거나 콘플레이크를 한 그릇 먹으면, 설탕을 찻숟가락으로 9번 떠먹은 것만큼 혈당이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 우리의 과일과 채소 중에서 상당수는 영양학적으로 보면 아주 최근에 재배되던 것들보다도 더 좋지 않다. 2011년 텍사스 대학교의 생화학자 도널드 데이비스는 1950년과 현재의 여러 식품들의 영양가를 비교했는데, 거의 모든 식품에서 영양가가 크게 낮아졌음을 알아차렸다. 예를 들면, 현재의 과일은 1950년대 초의 과일보다 철분 함량은 거의 50퍼센트, 칼슘 함량은 약 12퍼센트, 비타민A 함량은 약 15퍼센트가 더 적다. 현대 농업은 질을 희생시키면서 수확률을 높이고 생장을 촉진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미국에서 월등한 차이로 가장 인기 있는 채소라는 것이 감자튀김이라는 점을 알고 나면 할 말을 잃을 것이다. (미국인의 채소 섭취량 중 4분의 1을 차지한다)
소화 기관
● 음식물의 장 통과 시간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며, 사실 한 사람에게서도 하루에 얼마나 활동을 하고, 무엇을 얼마나 먹었는지에 따라서 크게 달라진다. 남녀별로도 놀라울 정도로 큰 차이가 난다. 남성은 음식물이 입에서 항문까지 가는 데에 평균 55시간이 걸린다. 여성은 대개 72시간에 가깝다. 음식물이 여성의 몸속에서는 거의 하루나 더 오래 머문다. 이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 가져온다고 할 때 - 우리는 전혀 모른다.
● 큰창자(대장)에서 최대 3일까지 머문다. 그곳에서 수많은 세균들이 달리 분해할 수 없는 것들 - 주로 섬유질 - 에 달려들어서 처리한다. 그것이 바로 섬유질을 더 많이 먹으라는 말을 줄곧 듣는 이유이다. 섬유질은 우리 장내 미생물의 활력을 유지시키는 동시에, 우리가 아직 잘 모르는 이유로 심장병, 당뇨병, 창자암 등 사실상 모든 유형의 사망 위험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 대변 1그램에는 세균 약 400억 마리, 고세균 약 1억 마리가 들어 있다. 대변 표본을 분석하면, 아메바, 박테리오파지, 피하낭류, 지낭균류, 담자균류 등 아주 많은 미생물들도 발견된다.
● 생쥐는 암이 작은창자에 생기고 큰창자에는 생기지 않아요. 그런데 생쥐에게 서구식 식단을 제공하면 정반대가 됩니다. 일본인이 서양으로 와서 서구식 식단을 채택할 때에도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위암에 덜 걸리는 반면, 대장암에 더 많이 걸리죠.
잠
● 수면 부족이 정확히 왜 죽음으로 이어지는지는 수수께끼이다. 1989년 시카고 대학교의 연구진은 쥐 10마리를 죽을 때까지 잠을 재우지 않는 실험을 했다. 잔인하기 때문에 두 번 다시 이루어질 가능성은 없는 실험이다. 지쳐서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11~32일이 걸렸다. 쥐들을 부검하니 사망을 설명해줄 수 있는 증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몸이 그냥 삶을 포기한 것이었다.
● 대부분의 남성은 렘 수면 때에 발기한다. 여성도 생식기로 가는 혈액의 흐름이 증가한다. 이유는 아무도 모르지만, 성적 충동과 관련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대개 남성은 하룻밤에 2시간쯤 발기된 상태로 있을 것이다.
● 연구진들은 실험 참가자들의 머리에 전극을 붙여서 자고 있는 동안의 뇌파를 기록했는데, 자고 있는 참가자들은 연구자가 자신의 이름을 크게 부를 때면 뇌파가 씰룩거렸다. 모르는 다른 사람의 이름을 부를 때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또 사람들은 알람시계 없이도 미리 정한 시각에 알아서 꽤 잘 일어난다는 사실이 실험을 통해서 드러났으며, 이는 자고 있는 뇌의 어떤 부위가 바깥 세계의 변화를 추적하고 있음이 분명하다는 뜻이다.
● 과학자들은 우리가 뇌뿐만 아니라, 온몸에 생체 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시계들은 췌장, 간, 심장, 콩팥, 지방 조직, 근육 등 거의 모든 곳에 있으며, 각자 나름의 시간에 따라서 째깍거리면서 언제 호르몬을 분비하라고 하거나 기관들에게 언제 가장 바쁘게 움직이고 언제 쉬라고 말한다. … 이런 체계들 중에서 어느 하나가 너무 시간이 어긋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몸의 하루 주기 리듬에 일어나는 교란은 당뇨병, 심장병, 우울증, 심한 체중 증가에 기여한다고 (그리고 몇몇 사례에서는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여겨진다.
● 우리는 자해, 자살, 아동 학대라는 예기치 않은 많은 영역에서 계절 리듬이 나타난다는 것을 발견해왔어요. 이런 것들의 발생 빈도가 계절에 따라 높낮이를 보이는 것이 그저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남반구와 북반구에서 6개월 차이를 두고 동일한 패턴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북반구에서 사람들이 봄에 많이 하는 일이 무엇이든 간에 - 자살률 증가 등 - 6개월 뒤 봄을 맞은 남반구에서도 같은 양상이 나타난다.
거시기 쪽으로
● Y염색체는 작으면서 특이하다. 유전자가 70개뿐이다. 다른 염색체들에는 2,000개까지도 들어 있다. Y염색채는 1억6,000만 년 동안 줄곧 크기가 줄어드는 중이다. 현재의 줄어드는 속도로 볼 때, 약 460만 년 뒤에는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고 추정된다.
● 섹스는 개인이 후대에 기여하는 비율을 줄이지만, 종 전체에는 큰 도움이 된다. 유전자들을 뒤섞고 새로 짝을 지음으로써 우리는 다양성을 확보하고, 다양성은 우리에게 안전성과 복원력을 제공한다. 질병이 집단 전체로 퍼지는 것을 더 어렵게 한다. 또한 다양성을 가진다는 것은 우리가 진화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는 종 전체의 행복에 지장을 주는 유전자들은 버리고 유익한 유전자들만 간직할 수 있다. 복제를 통해서는 자신의 동일한 사본을 계속 얻게 된다. 반면에 아인슈타인과 램브란트는 섹스를 통해서 나온다. 물론 얼간이들도 많이 나오지만 말이다.
시작 : 잉태와 출생
● 아무 때나 이루어진 한 차례의 성행위로 수정에 성공할 확률은 기껏해야 약 3퍼센트라고 추정되어왔다. … ⟪인간 생식 업데이트⟫에 실린 약 40년에 걸친 185건의 연구를 메타 분석한 결과를 보면, 1973~2011년에 서양 국가들에서 정자 수가 50퍼헨트 넘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 ⟪뉴욕 타임스⟫에 쓴 "당신의 정자는 안녕하십니까?"라는 글에서 그렇다고, 아마 그럴 것이라고 답하면서, "플라스틱, 화장품, 침구, 살충제, 그밖의 무수한 제품들에 있는 내분비계 교란물질들"이 원인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는 미국 젊은 남성의 정자중 평균 90퍼센트가 결함이 있다고 주장했다. 덴마크, 리투아니아, 핀란드, 독일 등의 연구에서도 정자 수가 급감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 20주일째에 태아는 몸무게가 약 100그램에 불과하지만, 몸속에 이미 600만 개의의 난자가 들어 있다. 난자의 수는 태어날 무렵에는 100만 개까지 줄어들며, 비록 속도는 더 느려지지만 평생에 걸쳐서 서서히 계속 줄어든다. 가임 연령에 들어설 때면, 부르면 튀어나올 준ㄴ비를 하고 있는 난자의 수가 18만 개쯤 남아 있을 것이다. 난자의 수가 왜 그렇게 급감하는지, 그러면서도 여전히 가임기에 필요한 수보다 엄청나게 많이 있는지도 생명의 수많은 수수께끼 중 두 가지이다.
● 정자는 투명층이라는 바깥 장벽을 뚫고 들어가서, 일이 순탄하게 잘 풀리면 난자와 융합하게 된다. 그 즉시 난자 주위로 일종의 전기장이 형성됨으로써 다른 정자가 뚫고 들어오지 못하게 차단한다.
● 새 생명의 출발점인 탄생의 순간에는 정말로 기적이 일어난다. 자궁에서 태아의 허파는 양수로 가득 차 있지만, 태어나는 시점에 절묘하게 맞추어서 양수가 빠져나가면서 허파가 부푼다. 그러면서 작은 심장에서 뿜어내는 피가 허파에서 흡수한 산소를 몸 전체로 보내는 순환 회로가 처음으로 완결된다. 바로 전까지 사실상 기생생물이었던 아기는 이제 완전히 독립된, 자체 유지되는 존재가 된다.
● 아기는 살균되어 있는, 아니 일반적으로 그렇다고 생각하는 자궁을 떠나서 산도를 지나는 동안, 말 그대로 엄마의 몸에 있는 미생물들을 몸에 덕지덕지 바르게 된다. 우리는 여성 질의 미생물 군집이 지닌 중요성과 특성을 이제야 겨우 이해하기 시작했다. 제왕절대로 태어난 아기는 이 첫 미생물 세례를 받지 못한다. 이 차이는 아기에게 심오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가 제1형 당뇨병, 천식, 복강 질환, 심지어 비만의 위험이 상당히 더 높으며, 알레르기가 발달할 위험도 8배 높음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들이 여럿 나와 있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도 나중에 자연 분만으로 태어난 아기와 동일하게 미생물들을 지니게 되지만 - 1년쯤 지나면 대개 동일한 수준의 장내 미생물 군집을 갖춘다 - 그 초기 노출 여부에 따라서 어떤 식으로든 장기적인 차이가 빚어지는 듯하다. 왜 그러한지는 아직까지 밝혀내지 못했다.
● 현재 미국에서 분만하는 여성의 3분의 1은 제왕절개를 택하며, 제왕절개 분만의 60퍼센트 이상은 의학적 필요 때문이 아니라 편의 때문에 이루어진다.
● 또 엄마의 피부에서 얻는 유용한 미생물들도 있다. 뉴욕 대학교의 교수이자 의사인 마틴 블레이저는 아기를 태어나자마자 서둘러 씻기는 행위가 사실은 아기를 보호하는 미생물을 제거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더구나 10명 중 약 4명은 분만할 때 항생제를 투여받는다. 아기가 미생물을 습득하고 있는 바로 그때에 의사가 아기의 미생물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 이미 몇몇 유익한 세균들이 사라질 위험에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비피도박테륨 인판티스는 모유에 들어 있는 중요한 미생물로서, 개발도상국 아이들은 90퍼센트까지도 이것을 지니고 있는데, 선진국 아이들은 30퍼센트에 불과하다.
● 제왕절개로 태어났든 아니든 간에, 아기는 첫돌을 맞이할 무렵이면 평균 약 100조 마리의 미생물을 몸에 가지게 된다. 아니, 그만큼 가질 것이라고 추정되어왔다. 그런데 우리가 모르는 이유로, 그때쯤에는 이미 획득한 특정한 질병에 더 잘 걸리는 성향을 되돌리기가 너무 늦은 듯하다.
● 생에 초기에 접하는 가장 놀라운 특징 중의 하나는 엄마의 젖에 아기가 소화할 수 없는 올리고당, 즉 복잡한 구조의 당이 200종류 넘게 들어 있다는 것이다. 아기는 이 올리고당들을 소화할 효소가 없다. 이 올리고당들은 오로지 아기의 장내 미생물을 위해서 생산된다. 한마디로 뇌물인 샘이다. 모유에는 공생 균류에게 먹일 양분뿐만 아니라, 항체도 가득하다. 엄마가 아기에게 젖을 물릴 때, 빠는 아기의 침이 일부 젖샘관을 통해서 흘러들며, 엄마의 면역계가 그 침을 분석하여 아기에게 맞춰서 모유에 든 항체의 종류와 양을 조절한다는 증거가 얼마간 있다. 생명이란 정말 경이롭지 않은가?
● 1986년 사우샘프턴 대학교의 데이비드 바커는 "바커 가설", 조금 덜 멋진 명칭으로는 "성인병의 태아 기원론"이라고 알려지게 될 것을 제안했다. 역학자인 바커는 자궁에서 일어나는 일이 평생의 건강과 안녕을 결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는 2013년 세상을 떠나기 얼마 전에 이렇게 말했다. "모든 기관은 발달할 때 어떤 결정적인 시기를 거치는데, 그 기간은 아주 짧을 때가 많다. 그리고 기관마다 시기가 다르다. 태어난 뒤에는 간과 뇌와 면역계만이 융통성을 간직하고 있다. 다른 모든 기관들은 그단계가 끝났다."대다수 전문가들은 현재, 결정적인 취약성을 띠는 시기를 잉태의 순간부터 2번째 생일을 맞이할 때까지로 늘린다. 흔히 첫 1,000일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우리 삶의 이 비교적 짧은 형성기에 일어나는 일이 수십 년 뒤에 우리가 얼마나 편안하게 살 것인지에 강력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신경과 통증
● 통증의 치료가 유달리 어려운 것은 기본적으로 통증이 지닌 역설 때문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신체 부위는 손상되면 작동을 멈춰요. 꺼지는 거죠. 그런데 신경은 손상되면 정반대가 됩니다. 계속 켜져 있는 거죠. 아예 꺼지지 않을 때도 있어요. 그러면 만성 통증이 되는 겁니다."
● 뇌도 본래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 그러면 두통이 어디서 나오는 것이냐는 질문이 자연히 제기된다. 두통을 느끼는 이유는 머리 피부, 얼굴, 머리의 다른 부위들에 신경 말단이 많이 분포되어 있어서이다. 대부분의 두통은 이런 신경 말단들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설령 머리 깊숙한 곳에서 통증이 느껴진다고 해도, 일반적인 두통은 머리 표면에서 일어나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
일이 잘못될 때 : 질병
일이 아주 잘못될 때 : 암
● 2000년에 학술지 ⟪셀⟫에 모든 암세포가 가진 6가지 속성을 나열한 기념비적인 논문이 실렸다. - 암은 무한정 분열한다. - 암은 호르몬 같은 외부 요인의 지시나 영향을 받지 않은 채 증식한다. - 암은 혈관 생성을 동반하는데, 그 말은 암이 몸을 속여서 혈액을 계속 공급하도록 만든다는 뜻이다. - 암은 성장을 멈추라는 모든 신호를 무시한다. - 암은 세포자멸사, 즉 예정된 세포 죽음을 거부한다. - 암은 전이한다. 즉 몸의 다른 부위로 퍼진다.
● 암의 80퍼센트는 상피세포, 즉 피부와 장기의 표면을 덮고 있는 세포에서 생기며, 그런 암을 암종(carcinoma)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유방암은 가슴에서 그냥 무작위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대개 젖샘관에서 시작된다. 상피세포는 자주 빨리 분열하기 때문에 암에 유달리 민감하다고 추정된다. 연결조직에서 생기는 암은 약 1퍼센트에 불과하며, 육종(sarcoma)이라고 한다.
● 한 암 전문의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매우 놀라운 점은 우리가 지금도 기본적으로 머스터드 가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다듬어진 것이지만, 제1차 세계대전 때 군대가 서로에게 쓰던 독가스와 사실상 별 차이가 없습니다."
좋은 의학과 나쁜 의학
● 설령 먼 미래에 일어난다고 할지라도, 실제로 일이 터지기 전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에 미리 대처하거나 아예 가능성 자체를 없애는 편이 확실히 더 낮다. 이 접근법의 단점은 거짓 양성(false positive) 사례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유방암 선별 검사를 예로 들어보자. 유방암 선별 검사에서 너무나도 깨끗하다고 나온 여성 중에서 20~30퍼센트는 실제로는 종양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정반대로 선별 검사로 찾아낸 종양이 실제로는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인데, 발견된 탓에 사실상 불필요한 치료까지 받게 되는 사례도 그만큼 많다.
● 유방 촬영 사진은 사실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정확히 읽어낸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의료 전문가들이 인식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
● 애리조나 대학교의 리처드 J. 애블린은 이 검사가 "동전 던지기나 다를 바 없다"고 썼다. 더 널리 알려져야 마땅한 인물인 그는 1970년 전립샘 특이 항원을 발견한 사람이다. 그는 미국 남성들이 전ㄹ닙샘 검사에 적어도 연간 30억 달러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40년 전에 이루어진 내 발견이 이렇게 돈벌이에 혈안이 된 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 미국의 국립의학 한림원은 연간 7,650억 달러 - 보건 의료 지출의 4분의 1 - 가 무익한 예방 진단에 쓰인다고 추정한다. 워싱턴 주에서 이루어진 비슷한 연구는 그렇게 낭비되는 비용이 더욱 높은 거의 50퍼센트라고 추정하면서, 수술 전의 실험실 검사 가운데 최대 85퍼센트는 완전히 불필요한 것들이라고 결론지었다.여러 지역에서는 소송을 당할까 하는 두려움, 그리고 이 말도 해야겠는데 돈을 벌겠다는 일부 의사들의 욕망이 과잉 치료라는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 작가이자 의사인 제롬 그루프먼은 미국에서 의사들의 대다수가 "치료보다는 어떻게 해야 소송을 당하지 않을지나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을지에 더 신경을 쓴다"고 했다. 더 비꼬아 표현한 평론가도 있다. "누군가의 과잉 치료는 다른 구군가의 수익원이다."
● 현재 우리는 보건 의료 측면에서 매우 기이한 상황에 처해 있다. 즉 제약사들이 원래 계획했던 대로 작용하기는 하지만 반드시 몸에 좋다고는 할 수 없는 약물들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혈압을 낮추도록 고안된 베타 차단제인 아테놀올이라는 약물이 바로 그런 사례이다. 이 약은 1976년부터 널리 처방되어왔다. 그런데 2004년에 2만4,0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아테놀올이 혈압을 낮춘다는 것은 맞지만, 그 약을 전혀 복용하지 않은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심근경색이나 사망률을 낮추는 효과는 전혀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아테놀올을 투여한 환자나 그렇지 않은 환자나 사망률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한 평론가는 이렇게 썼다. "그저 사망할 때 혈압이 더 낮다는 것뿐이다."
● 임상시험의 또 한 가지 문제는 시험 대상자를 고를 때에 다른 질환이 있거나 다른 약물을 투여 중인 사람은 거의 언제나 제외한다는 것이다. 시험 결과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교란 변수들을 제거한다는 개념이다. 문제는 약물 임상시험과 상관없이 우리의 삶은 교란 변수들로 가득하다는 것이다. 이는 임상시험 때에는 가능성이 있는 수많은 결과들을 조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우리는 다양한 약물을 섞어서 투여할 때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거의 알지 못한다. 영국에서 입원하는 환자의 6.5퍼센트는 약물 부작용 때문이며, 여러 약을 함께 복용하다가 그럴 때가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결말
● 우리는 수명을 연장하는 일은 꽤 잘 해냈지만,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일까지 잘 했다고는 할 수 없다.
● 신기하게도 홀로 살거나 일주일에 적어도 한 차례 아이를 보지 않는다면, 더 길었던 그들의 텔로미어 길이가 짧아진다는 것이 드러났다. 애정 어린 좋은 관계를 맺는지 여부가 DNA에 물리적인 변화를 가져온다니 신기하다. 2010년 미국의 한 연구에서는 그런 관계가 없을 때에 어떤 원인으로든 사망할 위험이 2배 높아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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