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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을 전공하는 부부가 저자이며, 이해하기 쉬운 문장으로 우리 건강에 있어 미생물의 중요성을 잘 설명하고 있다. 내가 지금까지 읽어 본 미생물 관련 책 중에서 가장 머리속에 쏙쏙 들어온다는 생각에, 입문자분들께 추천한다.
아래는 책을 읽으며 눈에 띄는 부분을 발췌했다.
저자 : 저스틴 소넨버그, 에리카 소넨버그
● 원제 : The Good Gut : Taking Control of Your Weight, Your Mood, and Your Long-term Health (2016년 출간)
● 저스틴 소넨버그와 에리카 소넨버그는 같은 분야에서 같은 주제로 함께 연구하는 동료이자 부부이다. 이들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의 정의를 그야말로 뿌리째 뒤바꿀 흥미진진한 연구 분야를 개척했다. 우리 몸을 보금자리 삼아 살아가는 미생물과 인체 간의 연결고리에 주목한 것이다.
● 저스틴 소넨버그는 스탠퍼드 대학교 의과대학의 미생물학 및 면역학 분과에서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09년에는 미국 NIH(국립보건원)가 수여하는 혁신연구상(NIH Director’s New Innovator Award)을 수상했다.
● 에리카 소넨버그는 스탠퍼드 대학교 의과대학의 미생물학 및 면역학 분과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식단과 사람 장 미생물총사이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미생물이 뭔데 중요하다는 걸까
미생물이 지배하는 세상
● 체르노빌 원전 사고 현장에서 살아남은 곰팡이를 생각해보자. 녀석은 진화를 통해 단 몇 십 년 만에 방사능에서 에너지를 수집하는 능력을 획득했다. 만약 대재난이 이 지구를 덮친다면 미생물은 틀림없이 새로운 환경에 금세 적응해 번성해 나갈 것이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그러지 못한다.
인체는 박테리아가 득실거리는 튜브
잔해만 남은 서양인의 장 미생물총
불가피한 협력관계
● 장 미생물의 유전자가 인간 게놈의 보조 유전자처럼 기능한다는 것이다. 인간 게놈에 들어 있는 유전자는 모두 종국에는 주어진 몫을 톡톡히 하지만 그러기까지의 과정에서 엄청난 수고와 노력이 든다. 인체 세포 하나가 분열할 때마다 인간 게놈에 들어 있는 유전물질, 즉 약 2만 5,000개의 유전자를 전부 복제해야 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장 미생물의 유전자를 이용하면 인간 게놈으로는 벅차거나 불가능한 여러 작업을 간단하게 끝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바이옴은 사람의 장 자체는 소화시키지 못하는 음식을 특별한 분자로 분해시킨다. 이 분자물질은 염증 억제나 잉여 칼로리 저장 등 인체 생리의 다양한 측면을 조절한다. 이와 같은 노동분업은 영겁의 세월 동안 수많은 생물들이 생존 전략으로 채택했을 만큼 매우 효과적인 진화의 매커니즘이다.
박테리아, 누명을 쓰다
미래는 장 미생물총의 시대
● 인간 게놈을 전부 분석했다는 것은 분명 과학계에나 의학계에나 엄청난 사건이다. 그런데 인간 게놈 정보는 과학자들로 하여금 사람이 사람 유전자에 의해서만 만들어진 결과물이 아님을 차츰 깨닫게 했다. 인간 게놈을 완전히 이해하려다 보니 사람 몸속에 사는 세입자들의 게놈 정보도 알아야 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피부, 콧구멍, 입속, 비뇨생식기뿐만 아니라 위장에 사는 미생물까지 게놈 연구의 주제로 급부상했다. 실제로 미국 국립보건원은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완결되자 2007년에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에 새롭게 착수했다. 이 프로젝트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낳은 최첨단 과학기술들을 활용해 사람 몸속에서 박테리아가 어떤 일생을 사는지 규명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인간과 공생하는 미생물 유전 정보량을 따지면 우리는 우리와 관련된 모든 게놈의 서열 분석이라는 목적지까지 아직 100분의 1밖에 오지 못한 셈이다. 이 두 번째 게놈 프로젝트가 5년차에 접어드는 현 시점에 인류는 사람 몸을 편안한 집으로 생각하는 미생물을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잘 알아감으로써 진정한 개인 맞춤 의학이라는 최종 목표에 한 발짝씩 다가가고 있다.
잊힌 장기
장 미생물총, 주인공이 되다
● 비만 쥐의 장 박테리아를 날씬한 완전무균 쥐의 장에 이식했다. 그러자 바로 다음날부터 날씬했던 녀석들의 몸무게가 불어나기 시작했다. 먹는 것이나 활동량에는 조금도 변화가 없었는데 말이다. 이 실험은 장 미생물총을 조작하는 것만으로도 늘씬하고 완벽하게 건강했던 쥐를 뒤룩뒤룩 살찌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연구는 우리 뱃속에 있는 장 박테리아를 보는 학계의 시작도 바꿔놓았다. 장 미생물총은 단순히 우리의 장에 주저앉아 빌어먹고 사는 무력한 박테리아들의 무리가 아니다. 녀석들은 숙주 몸 상태를 뿌리째 뒤흔들 수 있다. 나아가 서구사회 전반의 문제로 떠오른 다양한 현대병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장 미생물총과 비만 간의 관련성은 더 큰 사건을 예고하는 빙산의 일각임이 최근 연구를 통해 확실해졌다. 크론병, 대사증후군, 결장암, 자폐증 등 다양한 질병군의 환자들은 몸속 미생물의 균형도 깨져 있는 것으로 관찰된다. 이제는 장 미생물총 불균형과 관련 없는 질병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울 정도다. 우리는 여전히 장 미생물이 이들 질병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정확히 모르지만,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지금까지의 관념을 바꿔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장 미생물은 우리가 짐작하는 것 이상으로 훨씬 깊고 넓게 우리의 건강과 관련되어 있다. 장 미생물총 연구가 한 단계씩 앞으로 나아갈수록 심혈관계부터 정신 건강까지 우리 몸 곳곳에 장 미생물총의 입김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는 것이 분명해질 것이다.
장 미생물총이여, 번성하라
평생의 동반자, 장 미생물 대모집
생애 첫 만남
● 산도를 지나오면서 아기가 처음 맞닥뜨리는 박테리아는 바로 엄마의 질과 항문에 있던 놈들이다. 보통 여성의 질에는 락토바실러스라는 산소를 견뎌내는 균이 상당수 존재한다. 그런 까닭에 자연분만으로 출생하는 아기의 장에도 이 락토바실러스가 많다. 아기가 뒤로 돌아누운 자세로 질을 내려오면 엄마의 결장이 치약 짜듯 짓눌리면서 신생아가 엄마의 장 미생물총에 무더기로 노출된다. 언뜻 보면 비위생적일 것 같지만, 이것은 소중한 아기가 미생물 세상과의 조우를 검증된 엄마의 장 박테리아를 통해 시작하게끔 철저히 계산된 진화의 산물이다. 엄마가 친구나 배우자까지 일일이 골라주지는 않겠지만, 뱃속 반려균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결정해주는 셈이다. 대변에 묻어 엄마의 장에서 밀려 내려온 박테리아는 한 인간을 후세를 생산할 나이가 될 때까지 건강하게 보좌했다는 훌륭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 베테랑 장 미생물이 신세계 개척이라는 영광을 거머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신생아의 장 미생물이 생모의 질 미생물과 더 비슷하기 때문에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유전자 절반과 함께 장 미생물도 물려준다고 말할 수 있다.
조산과 뱃속 세상
미생물 세계를 뒤흔드는 임신
장 미생물의 교과서, 모유
● 복합 탄수화물 덩어리인 HMO는 지방과 락토스에 이어 모유에 세번째로 많은 물질이다. HMO는 화학구조가 엄청나게 복잡해서 사람은 이 물질을 소화시킬 능력이 되지 않는다. 이 물질이 특별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해석하자면 모유의 주성분이라는 것이 아기가 소화시킬 수 없는 물질이라는 소린데, 도대체 엄마들은 써먹지도 못할 물질을 왜 그렇게 공을 들여 만드는 걸까? 그것은 HMO가 아이가 아니라 아기 몸속에 있는 장 미생물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장 미생물총은 2,500만 개의 유전자를 활용해 HMO를 분해하고 에너지를 추출한다. 모유 수유를 하는 여성은 제 자식뿐만 아니라 자식의 뱃속에 머무는 100조 마리의 박테리아 식객까지 대접하는 셈이다.
배앓이를 일으키는 장 박테리아
평생 건강과 이유기
생태계를 일망타진하는 방법
장 미생물과 헛살
● 소,양,닭,돼지와 같은 가축에게 소량의 항생제를 투여하면 체중이 많게는 15%까지 는다는 것은 수십년 전부터 축산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 그렇다면 사람의 경우는 어떨까? 미국 아이들은 해마다 평균 한 차례 이상 항생제 치료를 받는다. 아이들이 너무 어린 나이에 항생제에 자주 노출된 것이 체중 증가를 유발한 것은 아닐까?
갓난아기의 부모를 위한 다섯 가지 조언
1. 자연분만
2. 프로바이오틱스 이용
3. 모유 수유
4. 이유기의 건강한 식습관
면역계의 주파수를 맞춰라
현대인들에게 많은 질환
● 면역질환들이 요즘 왜 이렇게 흔해진 걸까? 장 미생물총과 면역계의 상호작용이 이런 질환 발병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것이다.
면역계의 컨트롤타워, 위장관
● 장 미생물은 위장에 파견된 연락책을 통해 면역계 본부와 끊임없이 의견을 주고받는다는 면에서다. 전신에 퍼져있는 면역계 네트워크 전체가 장 미생물의 신호에 귀 기울인다.
● 면역계는 기동성이 매우 뛰어나다. 면역세포는 위장관에 전진 배치되어 장 미생물로부터 긴밀한 첩보를 받다가, 언제든지 철수해 혈액을 타고 이동해 다른 곳으로 진지를 옮길 수 있다. 그런 면역세포 가운데 대표적인 T세포는 오늘은 소장에 머물었다가 내일은 폐나 척수에 짠 등장하곤 한다. 게다가 얼마나 영특한지 위장에서 미생물과 나눴던 애기를 모두 기억하고 있다.
● 장 미생물은 면역계 전체의 감도와 반응을 조절하는 감독관임 셈이다.
● 장 미생물총이 보낸 메시지가 와전되어 면역계가 너무 급하게 과잉 반응하는 것이 그런 경우다. 또 장 미생물이 별것 아닌 일로 면역계에 비상경계령을 전달하면 자가면역반응이 일어나 T세포를 비롯한 각종 면역세포들이 아군을 공격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면역반응의 배후
● 면역계가 감염에 대처하는 반응을 국방력이라고 하면, 장 미생물과 나누는 상호작용은 평시에도 지속되는 정부의 외교전에 비유할 수 있다.
● 혹자는 면역계의 이름을 진짜 하는 역할이 정확히 반영되도록 '미생물 상호작용계'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면역계가 사람 몸을 유해 미생물로부터 보호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주 업무는 매일 미생물과 대화를 나누고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위생가설의 등장
● 우리 사회는 주변을 소독하고 항생제로 몸속 미생물을 모조리 박멸함으로써 감염성 질환의 발생률을 낮추는 데 놀라운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유해균만 겨냥한 것이 아닌 무차별 공격은 유익균까지 몰살하는 무고한 희생을 낳았다.
● 세상이 점점 깨끗해질수록 우리는 우리 면역계를 분주하게 만들어줄 미생물을 접할 기회를 잃어간다.
● 서구식 생활양식은 우리를 땅 미생물로부터도 떨어뜨려 놓고 있다. 농사를 짓고 식량을 채집하던 시절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설상가상으로 항생제와 항균 화학성분들은 유익균과의 만남을 방해하는 것을 넘어 내성균 증가까지 초래한다. 병원이나 가공육에서 흔히 검출되는 슈퍼박테리아 같은 내성균에 노출되는 순간,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멜론, 샐러드 믹스, 햄버거 등 오염된 식품을 먹고 식중독에 걸렸다는 뉴스가 들려올 때마다 사람들은 병원균을 모조리 없애야 한다고 더 수선을 피우지만, 실은 그런 과잉방위야말로 면역 관련 질환을 자초하는 짓이다.
죽마고우를 잃다
● 우리는 매일 미생물을 크게 두 가지 경로로 만난다. 하나는 내부의 장 미생물총을 통해서고, 다른 하나는 컴퓨터 키보드나 악수하는 상대방의 손 등 밖에서 옮겨오는 것이다. 연구에 의하면 안팎으로 미생물과 접촉할 기회가 줄어든 것이 각종 면역기능 이상의 급증과 무관하지 않다고 한다.
● 발병 원인이야 어쨌든 장 미생물총이 자가면역질환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한다는 증거는 확실히 있다. 철저한 통제하에서 사육되는 무균 쥐는 알레르기원이 있을 때 중증 천식발작과 비슷한 기도 반응을 보인다. 반면에 풍성한 장 미생물총을 보유한 쥐는 같은 실험 조건에서도 무사태평하다.
면역계의 균형 수복 작전
● 점막 면역계(Mucosal Immune System) : 체표면에 서식해 병원균을 접할 기회가 많은 미생물들과 정보를 교환. 페나 콧속, 눈, 입안, 인후, 위장과 같이 매일 외부 환경에 노출되는 조직이 이 면역계의 비호를 받는다. 만응의 성격에 따라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위험이 있을 때 염증을 일으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쪽이고, 다른 하나는 위험이 잦아들면 염증 반응을 누그러뜨리는 쪽이다. 면역계가 장 미생물과 평등한 동맹관계를 유지하려면 시소의 양끝처럼 이 두 갈래의 균형이 늘 유지되어야 한다. 이 시소가 완벽한 수평에 이를 때는 모든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조화롭다. 점막 면역계는 너무 가까이 접근하는 미생물들을 내쫓고 염증이 과해지지 않게 점막벽을 수시로 보수한다. ... 그러다 시소의 균형이 깨져 염증유발 성향 쪽이 더 무거워지면 까칠해진 면역계가 선량한 장 미생물에게까지 시비를 건다. 이게 심할 때 질병으로 표출되는 것이고 말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시소가 한번 기울면 사태를 되돌리기가 몹시 어렵다는 것이다.
● 대표적인 염증성 장질환 - 크론병, 궤양성 결장염
● 염증성 장질환 치료가 어렵다는 사실은 염증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고난이도의 작업인지를 반영한다. 염증이 너무 약하면 밖에서 들어온 병원균이 장 조직에 쉽게 침투하지만 반대로 너무 세면 멀쩡한 장 미생물총을 활활 태운다.
● 장 미생물총은 장 미생물과 외부 병원균에 면역계가 나타내는 반응을 주도적으로 조율한다.
점막 면역계의 객원멤버
● 장 내벽을 덮고 있는 찐득한 점막은 장 미생물이 인체조직에 너무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게 막는 물리적 장벽 역할을 한다. 그런데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것 말고 장점막이 하는 일이 하나 더 있다. 장 미생물의 먹이인 탄수화물을 공급하는 것이다. 탄수화물이 풍부한 장점막은 탄수화물 의존도가 높은 특정 유익균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굶겨 죽이지 않는다는 종족보존을 약속한다. 그러면 녀석들은 보답으로 병원균 침입을 막아내고 면역계 균형을 유지하는 데 힘을 실어준다.
● 태아가 유아가 되어 100조라는 장속 생태계를 어른과 엇비슷하게 갖출 때까지 첫 몇해 동안 면역계는 무서운 기세로 성장한다. 재미있는 점은, 앞으로 면역계가 경계해야 할 대상인 미생물을, 특히 생애 초기에 일단 한번은 겪어야만 면역계가 제대로 발달한다는 것이다.
● 장 미생물이 없는 무균 쥐는 일반 실험용 쥐와 달리 장 점막이 얇고 성기다. 장 미생물 없이는 점막 면역계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 태어나자마자 항생제를 맞거나 생애 첫 몇 주를 지나치게 청결한 환경에서 보낸다면 미생물 경험이 부족해질 수는 있다. 이 결정적 시기에 안면을 트는 미생물은 죽는 날까지 돌이킬 수 없는 면역계의 완성도를 좌우할 수 있다. 요는, 아이를 기를 때 위생에 집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아이의 면역계 발달에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장 건강의 8할은 균형을 되찾는 것
● 조절T세포(regulatory T cell) - 면역반응은 보통 B세포와 T세포가 기어를 올려 염증이 생기기 쉬운 조건을 만들었을 때, 발적, 부기, 발열, 고름의 형태로 발현된다. 이때 면역계 한편에서는 면역반응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누적되면 이 증세들을 누그러뜨리기 시작한다. 이 임무는 조절 T 세포라는 또 다른 면역세포가 담당한다. 그런데 조절 T 세포가 부족하면 면역계가 과도하게 항진되어 자가면역성이 생긴다. 그 결과 중 대표적인 것이 염증성 장질환이고 심하면 암이 될 수도 있다.
● 학계 한편에서는 조절 T세포 부족 현상이 서양인의 특징이자 다양한 서구형 질환의 근원이라고 주장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조절 T세포를 더 많이 모이게 해 다양한 염증성 질환을 치료하고 나아가 예방까지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런게 가능하다면 말이다.
● 혼다팀은 실험용 쥐를 이용해 장 미생물총을 구성하는 박테리아의 대분류 두 갈래 중 하나인 퍼미쿠테스Firmicutes가 장에 조절 T세포를 집결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이렇게 조절T세포가 많아지면 염증반응이 약해지고 쥐 집단에서 결장염, 자가면역질환, 알레르기의 발생률이 줄어든다. 이런 능력자 균주들을 섞어놓은 이른바 장 미생물 칵테일을 활용하면 전에 어떤 명약도 하지 못했던 새로운 방식으로 포유류 면역계를 보정할 수 있다.
● 장 미생물총이 만들어내는 대표적인 부산물 중에 단쇄지방산short-chain fatty acid, 즉 SCFA가 있다. 이 분자는 조절T세포가 장에 모이도록 돕는 일을 한다.
경솔한 유죄판정과 퇴거조치의 대가
●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누군가에게는 큰 문제를 일으키지만, 다수는 자신의 뱃속에 이 박테리아가 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병치레 없이 잘만 지낸다. 그 뿐만 아니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심지어 건강에 유익하다는 가능성을 제기하는 증거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 블레이저나 동료들의 연구에 의하면, 위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없는 소아는 천식과 알레르기가 생길 위험이 높다고 한다.
●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의 퇴장은 두 가지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 단 한 종류의 박테리아도 면역계에 현명한 길잡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미생물을 박멸 대상으로 삼기에 앞서, 수천 년 동안 인류와 관계를 맺어온 균주라면 더더욱, 혹시라도 인체 면역계가 입을 손해를 신중히 예측해야 한다. 둘째, 어떤 위장관 박테리아는 지킬과 하이드처럼 양면성을 가진다. 어떤 인자가 신호가 되어 온순했던 녀석을 병원균으로 돌변시키는 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는 우리 편이고 누구는 나쁜 놈이라고 못 박는 것은 미생물의 다면성을 무시하고 성급한 단순화의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면역계의 적정온도
● 과학계는 장 미생물총을 이용하면 면역계를 보정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기뻐하는 분위기다.
● 개를 기르는 사람은 피부 박테리아의 조성이 자신의 개와 닮아 있지만 남의 집 개와는 완전 딴판이다. 매일같이 애완견을 만지고 껴안고 할 테니 미생물을 서로 주고받는 것은 당연하다. 이렇게 미생물을 애완견과 나눠가지면 주인의 피부 미생물 구성이 더 다양해진다. 사람은 몸에 닿을 일이 없는 박테리아를 강아지가 앞마당에 설치된 소화전 같은 동네의 온갖 지물에서 털에 묻혀오는 것이리라. 개를 기르는 사람의 경우 미생물의 다양성이 더 크다는 사실은, 애완동물과 함께 성장하는 아이들은 알레르기와 천식에 덜 걸린다는 통계와 통하는 맥락이 있다.
● 흙도 환경 미생물을 만나는 효과적인 경로다. 조사에 의하면 흔한 토양 시료에서 검출되는 박테리아의 종류가 사람 장에서 발견되는 것보다 세 배나 많다고 한다.
● 흙을 통해 환경 미생물에 많이 노출되는 사람이 자가면역질환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것은 최근 속속 발표되는 연구결과로도 탄탄하게 뒷받침된다.
● 미생물에 더 많이 노출되는 게 현대인 대부분의 면역계에 이롭다는 것은 이제 분명한 사실이다. 단, 그 방법은 반드시 안전하고, 거부감 없으며, 우리의 생활양식과 어우러지는 것이어야 한다.
단기체류 여행자, 프로바이오틱스
구조요청
발효의 역사
장 방부제
● 메치니코프 "독자는 미생물을 많이 먹으라는 내 제안에 깜짝 놀랐을지 모른다. 미생물은 모두 해롭다는 게 세상의 통념이니까. 하지만 그 통념은 틀린 것이다."
● 프로바이오틱스 생균은 장 미생물 집단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지만 머릿수에 어울리지 않는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한다. 심지어는 위장관을 너머 저 꼭대기에 있는 뇌에도 신호를 보내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흔적을 남기고 떠나는 여행자
● 프로바이오틱스 균에 대한 흔한 오해 중 하나는 녀석들이 일단 장에 들어오면 그대로 영구 입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프로바이오틱스 생균은 잠깐 동안만 장 미생물총 무리와 어울릴 뿐, 통로를 따라 이동하다 그대로 몸 밖으로 빠져나간다. 발효 유제품에 풍부한 락토바실러스의 경우, 우유처럼 락토스가 많은 곳에 집단 서식한다. 모유를 먹는 아기의 뱃속도 발효 유제품만큼 락토바실러스가 많지는 않다. 엄마젖에 들어 있는 락토스는 아기가 위와 소장에서 아미 소화시켜 흡수해버린 뒤이기 때문에 대장에서는 미생물이 먹고살 만큼 남지 않는다.
● 프로바이오틱스 생균이 장에 발을 붙이지 않고 수적으로 열세라고 해서 존재감이 별로 없다는 뜻은 아니다. 연구에 의하면 이렇게 프로바이오틱스 생균이 자주 스쳐지나감으로써 체내에 침입한 병원균을 막아내는 인체방어력이 향상된다고 한다. 프로바이오틱스가 모의훈련에서 일종의 대항군 역할을 해 우리 면역계가 더 능숙하게 대처하게끔 단련시키는 것이다.
● 위장벽을 덮고 있는 세포들은 마치 타일처럼 질서정연하게 다닥다닥 붙어 있다. 그런 세포 사이에는 단백질이 타일 사이사이의 줄눈에 채워넣는 회반죽 역할을 하며 네트워크를 이룬다. 연구에 의하면 프로바이오틱스 생균이 '회반죽' 단백질을 더 많이 만들어내도록 장 세포들을 자극해 장벽을 강화한다고 한다. 타일벽을 튼튼하게 만드는 것 말고도 벽 겉면의 점액 분비를 촉진하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점막층을 더 두텁게 덮어 불청객의 침입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이다.
● 방어벽을 다지고 점막을 두껍게 바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 때는 프로바이오틱스 생균이 장 세포들을 선동해 디펜신defensin이라는 분자를 분비시킨다. 디펜신은 인체가 체내에 침입한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등에게 사용하는 일종의 화학무기다.
짧은 등장, 긴 여운
● 연구결과들을 모아보면 면역계 기능을 미세조정하는 프로바이오틱스의 능력이 위장관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국한되지 않고 전신으로 퍼져나간다는 것이 더욱 분명해진다.
● 심지어는 건강한 일반인조차도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으면 감염균에 맞서는 면역계의 대항력이 상승하는 변화가 일어난다고 한다.
● 유감스럽게도, 지금까지 수집된 정보만으로는 어떤 프로바이오틱스가 한 사람의 장 미생물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하게 예측하기가 어렵다. 그런 까닭에 다양한 프로바이오틱스 균주가 골고루 들어 있는 발효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우리에게 우호적인 미생물을 많이 만날 최선의 방법이다.
● 프로바이오틱스 함유 식품 - 사워크림, 케피르, 사워크라우트, 피클, 콤부차
프로바이오틱스의 자격
이름만 봐도 안다
우기기 게임
프로바이오틱스의 짝꿍
청신호를 켜는 미래
● 프로바이오틱스 칵테일
● 바깥세상에도 프로바이오틱스가 다이아몬드 원석처럼 잔뜩 숨어 있는 보물섬이 있다. 바로 흙이다. 흙을 먹는 토식증은 동물의 왕국에서는 흔한 습성이다.
● 먹을 게 궁할 때를 제외하고, 인류가 흙을 왜 먹는지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해준다든가 흙 특히 진흙이 장에 쌓인 독소를 흡수한다는 등 비슷비슷한 추측만 무성할 뿐이다. 다만 흙을 먹는 것이 메스꺼움을 가라앉히는 데 효과적인 것은 사실이다.
● 토양 박테리아가 과민성 대장 증흐군의 증상을 완화한다는 증거가 있긴 하다. 어쩌면 지나치게 깔끔 떠는 요즘 산업사회에서 흙을 입은 고사하고 손발에도 묻힐 일이 없으니 그게 문제였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흙으로 만든 프로바이오틱스로 자연과 인간을 다시 이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논리가 맞을 테고 말이다. 개발에 힘을 실어주는 연구 자료가 나올지 아닐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기존 공급원에서는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토양 박테리아로 새로운 프로바이오틱스를 만든다는 것은 충분히 해볼 만한 시도다.
프로바이오틱스 사용자를 위한 안내서
● 우리 가족은 생균을 정기적으로 섭취한다. 애용하는 것은 요구르트나 케피르와 같은 발효유제품이다. 그러다 감기 기운이라도 보이면 바로 생균 섭취량을 늘린다.
● 장 미생물총 구성은 몸 주인만큼이나 개성이 뚜렷하다. 게다가 몸에 어떤 이상이 있을 때 어떤 종류의 균주가 얼마나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내 장 미생물총과 손발이 가장 잘 맞는 나만의 프로바이오틱스를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먹었는데 속이 더부룩하고 가스가 많이 나오거나 머리가 아프다면 그것은 나와 맞지 않는 것이다. 반대로 나에게 딱인 프로바이오틱스를 만나면 변비가 없어지고 배변이 원활해지는 현상으로 금세 할 수 있다.
● 나만의 프로바이오틱스를 찾기 위해서는 내 몸에 가장 잘 맞는 것을 발견할 때까지 이것저것 써보는 수밖에 없다. 맞는지 안 맞는지 어떻게 아느냐고? 딱히 불편한 증상이 없을 때는 배설물이 장 미생물총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가장 확실한 단서다. 건강한 대변은 물러서 갈라진 틈이 없고 부드러워서 쑥 미끄러져 내려가 뱀이 똬리를 틀듯 돌돌 말려 쌓인다.
한 몸에 딸린 입, 100조 마리
장 미생물총의 멸종
● 장 미생물총 다양성 급락 배경. 첫째, 음식을 통해 이주하는 유익균이 너무 적다. 둘째, 현대인은 식이섬유를 너무 조금 섭취한다.
● 식이섬유 섭취를 늘리는 것이 장 미생물총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장에 사는 미생물은 복합 탄수화물을 먹고 사는데, 복합 탄수화물은 주로 식이섬유에서 나온다. 단순 탄수화물은 소장에서 전부 흡수되므로 장 미생물총이 집단 서식하는 대장까지 닿지 않는다.
● 장 미생물총이 접근 가능한 탄수화물 microbiota accessible carbohydrate MAC. MAC는 한마디로 장 미생물의 밥이 되는 식이섬유 성분이다.
● 이 식단의 특징은 과채류와 콩류, 도정하지 않은 전곡류를 통해 복합 탄수화물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며, 장 미생물총의 다양성 확보 및 유지를 목표로 한다.
재활용 전문가
● 장 미생물총은 음식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우리가 무엇을 먹는지에 따라 장 미생물총의 구성과 하는 일 모두 그때그때 달라진다.
장 미생물이 버린 보물
● 사람 장에서 가장 흔한 발효 산물은 단쇄지방산, SCFA(Short chain fatty acids)이다.
그저 약간의 보너스가 아니다
● 장 미생물총만 만들 수 있지만 사람 건강에 유익할 것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SCFA만은 아니다. 장 미생물총이 하는 대사는 엄청나게 복잡하고, 만들어지는 화학물질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식이섬유의 진가
● 아프리카 농민들의 대변이 성양인에 비해 3~5배 더 큼직하고 소화관 통과가 2배 이상 빠르다는 특징을 발견했다. 그런데 아프리카인의 식이섬유 섭취량은 60~140그램으로 서양인의 20그램과 비교하면 3~7배나 많았다.
● "사람들이 작은 똥을 싸는 동네일수록 병원이 커야 합니다."
탄수화물은 억울하다
● 탄수화물 - 탄소, 수소, 산소로 구성.
● 단당 - 당 분자 하나. 글루코스, 프럭토스.
● 이당 - 단당 두 개 연결. 락토스, 수크로스. 설탕이 수크로스.
● 단당, 이당은 미생물의 도움 없이 소화, 소장에서 흡수, 바로 혈류로 흡수.
● 다당 - 단당이 여러 개 연결. 전분은 다당이나 단당, 이당과 같이 소장에서 바로 흡수.
● 올리고당 - 단당 3~9개로 구성. 대장에서 미생물의 먹이가 된다. 펙틴, 이눌린.
● 셀룰로스 - 식물 세포벽 섬유질 성분. 인간이나 장내 미생물은 소화 못 시킨다.
● 단순당과 전분은 혈당을 순식간에 올린다.
장 미생물과 영양성분표
● FDA는 성인 남성은 하루에 38그램, 성인 여성은 29그램의 식이섬유를 섭취하도록 권장한다. 하지만 미국인의 하루 식이섬유 섭취량 평균은 고작 15그램에 불과하다.
장 미생물총을 위한 탄수화물, MAC
부자 장 미생물총, 가난한 장 미생물총
알맹이는 버리고 껍데기만 남기다
● 식재로가 음식으로 완성되면 처음에는 그렇게 많던 MAC들이 죄다 어디로 사자리는 걸까? 그 흔적은 인류의 밀 소비 역사에서 추적할 수 있다.
● 밀알의 구조 : 배젖, 겨, 씨눈
● 배젖 : 들판에서 밀이 자랄 때 필요한 모든 종류의 자양분을 단순 전분 형태로 보관
● 겨 : 밀알을 곁에서 감싸는 섬유질 성분의 두꺼운 껍질
● 씨눈 : 섬유질 약간, 지방이 주성분인 일종의 생식기관
● 현재 밀가루는 겨와 씨눈을 제거한, 그러니까 MAC가 없는 전분일 뿐이며, 더해서 화장품 파우더 같이 곱디곱게 갈린다.
● 반면 밀가루 입자가 거칠면, 소화효소가 탄수화물 고리를 모두 끊는 데 한참 걸리기 때문에 요리저리 피해 장 미생물총이 있는 곳까지 도달하는 MAC가 얼마든 생긴다. 통밀가루를 먹어야 한다.
이누이트는 왜 다를까?
● 고단백, 저탄수화물 식단을 먹은 실험군은 4주 이내에 SCFA와 섬유질 유래 항산화물질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대장에 유해한 대사물질이 다량 쌓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부자 장 미생물총을 갖는 식단
● 현미, 통보리, 콩, 채소, 통밀가루
뱃심과 용기
뇌와 위장관을 연결하는 축
● Gut-Brain Axis
● gut feeling, trust out gut instinct, gut check time
● 뇌와 장은 실제로 수많은 신경세포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되어 있다.
● 그런 의미에서 소화관 신경계를 흔히 두 번째 뇌에 비유한다. 소화관을 담당하는 이 두 번째 뇌와 첫 번째 뇌사이에는 수백만 개의 신경세포가 거미줄처럼 얼기설기 얽혀 있다.
● 소화관 신경계는 음식물이 지나가는 길을 지킬 뿐인데 이렇게 정교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소화관에 자신만의 뇌가 따로 있어야 하는 이유가 뭘까? 정말로 오로지 음식물 소화만을 위해서일까? 혹시 장에 사는 100조 미생물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뇌가 하는 일이 아닐까?
● 소화관 신경계는 기본적으로 뇌와 중추신경계의 감독을 받는다. 중추신경계가 위장관과 소통하는 구체적인 통로는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 분지와 부교감신경 분지다. 자율신경계의 본업은 의식 저 바닥에서 심장박동과 호흡, 음식물 소화를 조절하는 것인데, 그 중에서도 소화와 관련해서는 음식물이 튜브를 통과하는 속도를 조절하고, 위산 분비를 제어하고, 장 점막에서 점액이 만들어지게 한다. 이때 뇌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hypothalamic-pituitary-adrenal)축, 즉 HPA 축이라는 또 다른 채널을 통해서도 호르몬 분비를 지시해 위장관의 소화 작업을 돕는다.
● 최근 연구에 의하면, 인간의 뇌가 장 미생물총의 존재를 신경 쓰는 것은 물론이요, 반대로 장 미생물이 인간의 세계관과 행동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고 한다. 장 미생물총의 영향력이 장에만 머물지 않고 그 누구도 상상치 못했던 인체 생물학의 영역, 즉 정신세계에까지 미치는 것이다.
● 강력한 신경전달물질 중에 행복감을 조절하는 세로토닌이라는 성분이 있다. 그런데 장 미생물총이 이 세로토닌의 수치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 사실 세로토닌은 장 미생물총의 눈치를 보고 사람의 기분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수많은 체내 생화학물질 중 하나일 뿐이다.
무모하고 건망증이 심한 쥐
● 무균 쥐는 장 미생물총이 존재하는 일반 쥐와는 확연히 다른 성격을 갖는다고 한다. 무균 쥐는 더 대담하고 탐험을 좋아한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이렇게 튀는 습성은 생존과 번식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 장 미생물총이 없어 겁도 없는 쥐의 장에 미생물을 이식하자, 일반 쥐처럼 몸가짐이 한결 조신해졌다. 단, 이렇게 행동을 변화시키려면 어른이 되기 전에 미생물을 심어주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어른이 되고나면 이미 굳어버린 호방한 성정이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정확히는 장 미생물이 쥐의 성격에 영향을 미치는 시기가 유아기 중에서도 특정 기간에 한정되는 걸로 보인다.
● 무모하다는 것 말고도 무균 쥐가 보이는 특징은 기억력이 나쁘다는 것이다.
● 장 미생물총은 위장관을 한시도 벗어나지 않지만 녀석들의 의지는 훨씬 너머에까지 미친다. 장 미생물총이 만드는 화학물질이 장관벽을 뚫고 혈액의 바다를 헤엄쳐 뇌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인격 이식
● 장 미생물총이 몸 체질을 바꾸듯 성격도 바꿀 수 있는가? 소심한 쥐와 외향적인 쥐의 장 미생물총을 맞바꾸는 실험에서 성격도 변할 수 있음을 확인.
감독관 없는 제약공장
● 수많은 장 미생물총 대사산물 중에 정상적인 인체의 신호전달 화학물질과 생김새가 거의 똑같아 약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것들이 있다. 그런 물질들이 장에 흡수되면 장의 신경세포나 면역세포와 상호작용하거나 혈류를 타고 뇌로 올라간다. 이런 생물활성 화학물질은 인체 세포에 젖어들어 신경세포로 메시지를 넘겨주고, 결국 정신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독성 쓰레기
● 장 박테리아가 실제로 대박을 터뜨리는 경우는 거의 없는 까닭에 장 미생물총이 만드는 화학물질 대부분은 쓰레기에 불과하다. 그래서 모든 동물들에게는 간이 있다. 간은 장 미생물총이 만들어낸 독성 쓰레기를 중화시킨다. 그래서 간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으면 체내에 독성물질이 쌓여 인지기능에 큰 문제를 일으킨다. 이런 상태를 간성 뇌병증이라 한다. 독성물질이 일단 혈액에 집결한 뒤 뇌로 넘어와 멀쩡하게 작동하던 신경계를 망가뜨리는 것이다.
● 신장 역시 간과 마찬가지로 노폐물 처리 능력을 장착한 장기다. 신장이 망가지면 혈액에 장 미생물총 쓰레기가 고여 인지력이 저하될 수 있다.
● 장 미생물총이 만들어내는 유독물질 중에 연구가 가장 많이 된 것으로 TMAO(trimethylamine-N-oxide, 트릴메틸아민산화물)가 있다. TMAO가 많은 사람은 머지않아 심장마비나 뇌졸중이 발생할 위험이 높고 동맥이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잘 막힌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 TMAO의 전구물질인 트릴메틸아민의 생성능력이 약한 장 미생물총을 가진 사람은 혈중 TMAO 수치가 낮고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도 낮다고 한다. 채식 위주의 식습관을 가진 집단은 평소에 육식을 즐기는 집단보다 생성된 TMAO가 훨씬 적었던 것이다.
● 엄격한 채식주의자의 장 미생물총에는 TMA를 만드는 재능이 없는 종만 모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뇌와 장 미생물총의 연락망
● 뇌와 장 미생물총 간의 커뮤니케이션은 양방향으로 일어난다. 장 미생물총이 사람의 기분과 기억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뇌도 장 미생물총의 일상생활에 참견을 하는 것이다. 억지로 어미에게서 떼어놓은 실험동물은 스트레스를 받거나 침울해져 장 미생물총 조성이 변한다.
● 장에 병원균이 들어와 있는 쥐는 장이 깨끗한 녀석보다 더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장 미생물이 숙주의 행동을 좌우함을 보여주는 또 다른 예이기도 하다.
● 장에서 향정신성 화학물질을 뇌에 보내 정신 증상을 개선할 목적으로 선별된 프로바이오틱스 균을 사이코바이오틱스psychobiotics라고 한다.
●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생긴 실험동물에게 프로바이오틱스 균을 먹였더니 행동이 개선되더라는 연구결과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장 밖으로 질질 새는 화학물질
●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동들은 만성적인 설사, 변비, 위경련, 더부룩함 등 다양한 위장관계 문제로 고생하고, 심하면 염증성 장질환을 앓기도 한다.
● 자폐 아동에게 전형적인 장 미생물총의 특징을 딱 집어낸 연구는 아직 없다. 하지만 자폐 아동의 장 미생물총이 보통 아이들의 그것과 다르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 사람의 경우, 임신 기간에 감염병에 걸려 한때 면역반응이 활발했던 여성이 아이를 낳으면, 이 일이 훗날 아이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 발병에 기여한다는 지적이 있다. 쥐의 경우는 화학물질로 면역반응을 유도한 어미에게서 태어난 새끼들이 전형적인 자폐 환자의 특징과 일치하는 위장관 증상과 행동을 보인다.
● 박테로이디스 프라질리스를 아픈 쥐에게 공급했다. 장에 B. 프라질리스를 투입하자, 장 투과성이 보정되고 장 미생물총 구성도,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정상 쥐와 가까워진 것이다. 더 놀라운 결과는 B. 프라질리스가 장 생리뿐만 아니라 여러 행동 문제도 해결했다는 점이다. 예전만큼 불안에 떨지 않고 특정 동작을 더 이상 반복하지 않으며 친구들과도 잘 지냈다.
● 언젠가 장 미생물총이 뇌-장관 축을 쥐고 흔드는 원리가 완전히 밝혀지면 장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조작해 다양한 행동장애를 치료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대화의 매개체, 발효식품
뇌와 장 미생물총을 평생의 동지로
● 사람의 뇌는 평생에 걸쳐 발달하지만, 특히 생애 첫 몇 해가 매우 중요하다. 어릴 적 경험이 뇌의 물리적 구조를 조금씩 바꿔 그대로 굳히고 우울증, 불안장애, 다양한 정신장애의 위험성 등 정신건강 상태도 좌우한다. 이렇듯 유년기가 뇌와 장 미생물총 모두의 발달에 중차대한 시기인 걸 보면 뇌의 물리적 구조와 정신건강은 처음부터 둘이 아닌 하나인 것 같다.
● 특정 사물이나 상황에 과도한 공포를 느끼거나 익스트림 스포츠와 같은 위험한 행동을 즐기는 사람은 장 미생물 때문에 그런 성격을 갖게 된 것일 수 있다. 실제로 자폐스펙트럼 장애, 간성 뇌병증, 다발성 경화증 등 장 미생물총 조성의 변화가 증상 변화를 불러오는 중추신경계 질환이 적지 않다.
● 지금도 장 미생물총 생태계와 우리 뇌의 상태를 최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방법이 있다. 바로 MAC가 풍부한 식이요법으로 장 미생물 총을 잘 먹이고, 항생제를 되도록 사용하지 않고, 아기에게 엄마젖을 물리고, 안전한 범위에서 환경 미생물과 자주 접촉하는 것이다.
● 장 미생물총학 분야가 발달할수록 인체 생리의 실타래를 풀어가다 보면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장 미생물총에 닿지 않는 요소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재차 확인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어디가 아플 때 꼭 그 장기에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은 버릴 때다.
●
똥을 먹는 자, 살지어니
미생물 신분세탁
● 수시로 재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장 미생물총의 가변성은 인간의 건강을 도모할 강력한 수단이 되어주므로 인류에게 밝은 미래를 약속한다.
파티 불청객
● 병원균이 소화관을 따라 이동해 대장에 이르면 시끌벅적한 장 미생물총 세상과 마주한다. 이때 달라진 분위기를 감지한 유익균들은 똘똘 뭉쳐 살모넬라나 C. 디피실리에와 같은 악의를 띤 침입자들을 경계한다. 이처럼 집단으로 불청객 병원균을 배척하는 장 미생물총의 성질을 학계에서는 '군집저항 colonization resistance'이라 한다.
● 첫째, 장 미생물총은 물리적 공간을 차지해 자원을 선점함으로써 애초에 병원균이 발을 붙이지도 먹을 거리를 찾아 나서지도 못하게 막는다.
● 둘째, 일부 장 미생물총 균주가 살균 효과가 있는 화학물질을 살포해 병원균을 죽인다.
● 셋째, 장 미생물총이 면역계를 부추겨 방어 활동을 강화하게 한다.
● 평소에는 장 미생물총이 병원균을 쫓아내는 데 다방면으로 총력을 기울이기에, 항생제 때문에 잠깐이라도 장 미생물총이 약화되면 병원균은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불로 불길을 잡다
● 보균자 대부분의 뱃속에서는 C.디피실리에가 작은 말썽도 부리지 않고 아주 착실하게 살아간다. 그러다 항생제를 투하하거나 해서 장 미생물총 생태계가 대혼란에 빠지면 C.디피실리에가 자신에게 유리해진 상황을 악용해 세력을 키우고 막강한 악한으로 돌변한다.
뭘 이식한다고?
● 박테리오테라피(bacteriotherapy) 혹은 대변미생물 이식수술 FMT(fecal microbiota transplant)
● CDAD 환자. 항생제 치료에 실패한 환자로 자격 요건 제한하여 대변미생물 이식수술 1차 시행. 완치율 81%. 1차 치료에서 완치되지 않은 참가자 19%에게 2차 시술. 누적 완치율 94%.
● 수의학 분야에서는 100여 년 전부터 대변 미생물을 이식해 아픈 동물을 치료했다. 어떨 때는 동물종이 달라도 이런 대변 미생물 교환이 치료에 효과적이었다.
● 중국에서는 4세기부터 중증 설사를 대변을 묽게 탄 음료로 치료했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 중국 사람들은 이 물약을 황차 yellow tea라고 불렀다고 한다.
항생제와 무차별 살생
● 강력한 항생제 시프로플록사신 복용시 장 미생물총 변화 실험. 단 5일 만에 장 박테리아 수는 적게는 10분의 1, 많게는 100분의 1까지 줄었고 살아남은 균주의 조성도 훨씬 단조로워졌다.
● 첫 번째보다는 두 번째 그리고 두 번째보다는 세 번째에 장 미생물총 피해가 더 크다.
머릿수도 능력이다
유속도 중요하다
● 설사가 있을 때는 빠른 이동에 최적화된 균주들이 많아졌고, 변비가 있을 때는 또 그 속도에 익숙한 균주들이 번성했다. 어느 쪽으로든 정상에서 벗어난 두 경우 모두 장 미생물총의 다양성이 현지히 낮아진다. 그러면 장 미생물총 생태계가 불안정해져 잉여 자원이 생기게 된다. 병원균이 훔쳐가 활용할 수 있는 자양분 말이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암흑의 시대는 지났다
● 한 연구팀이 CDAD 치료를 목적으로 33가지 박테리아를 조합한 혼합액을 개발하고 리푸풀레이트 RePOOPulate라는 이름을 붙였다. 두 명 모두 병이 완치되었고 6개월 뒤에는 리푸풀레이트의 성분인 균주 33가지가 장 미생물총에 정착해 잘 살고 있었다.
장 운영체제를 업그레이드하라
● 날씬한 사람의 장 미생물총은 비만 환자의 뱃속에서 고작 세 달을 버티지 못하고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고 한다. 짐작컨대 이 경우 식단 조절을 병행하지 않은 게 대변 이식수술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 과채류 위주의 식단을 계속 유지해야 비만 장 미생물총과 작별할 수 있다.
● 식이요법을 대변 이식수술과 병행하는 전략은 죽어가는 장속 생태계를 심폐소생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
늙어가는 장 미생물총
평생의 동반자, 장 미생물총
● 장 미생물총 안티에이징
은퇴를 준비하는 자세
● 장이 나이 든다는 가장 큰 증거는 음식물이 장을 통과하는 속도가 느려지는 것이다.
● 노인들은 배에 가스가 차 더부룩하다는 불평을 자주 하는데, 이것은 장 미생물총 사회가 대규모 구조조정 중이라는 결정적인 신호다.
● 나이가 들더라도 장 미생물총을 젊게 유지할 열쇠는 식단이라는 것이다.
염증노화
● 장 미생물총 노화의 흔한 특징 중 하나는 평소에는 순하게 공생하다가 기회를 노려 병원성을 드러내 병을 일으키는 회색분자들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 저지방 식단은 잠재적 병원균의 증식을 막아 염증 위험을 낮춘다. 건강한 장 환경은 염증에 의존하는 유해균에게 쥐약이다.
몸과 마음의 장 미생물총을 위한 피트니스
암과의 전쟁, 최대 동맹군
문제는 약이 아니라 장 미생물총
젊음의 샘에는 박테리아가 가득하다
장 미생물총을 젊게
내 안의 발효실 관리지침
내 게놈은 1%만 거들 뿐
기초부터 탄탄히
일망타진이 능사는 아니다
장 미생물총의 소셜네트워크
장 미생물총을 위해 잘 먹기
건강을 위한 매일 밥상
나와 그놈들이 아니라,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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