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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Breath

Breath #004

우리는미생물 2025. 10. 18.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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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입으로 숨쉬기

오전 8시 15분, 올슨이 아래층 아파트 옆문을 크레이머처럼 벌컥 열고 뛰어들어왔다. “좋은 아침이야!” 그가 외쳤다. 그는 코에 실리콘 공 모양의 마개를 꽂은 채, 헐렁한 운동복 반바지와 ‘애버크롬비&피치’ 스웨트셔츠 차림이었다.

올슨은 나와 마주보는 길 건너편에 한 달짜리 스튜디오를 빌려 살고 있었다. 잠옷 차림 그대로 슬쩍 건너오기엔 가까웠지만, 이상한 복장으로 남의 눈에 띄지 않기엔 또 너무 멀었다. 한때 건강한 구릿빛이던 얼굴은 이제 핼쑥하고 창백해져, 마치 게리 뷰시의 머그샷 사진을 보는 듯했다. 그 표정도 며칠째 그대로였다 — 멍한 눈빛, 그리고 어딘가에 쫓기는 사람 같은 웃음.

오늘은 실험의 ‘입호흡 단계’가 절반을 지난 시점이었다. 그리고 오늘도 어김없이, 올슨은 하루 세 번 — 아침, 점심, 저녁 — 나와 마주 앉았다. 하나, 둘, 셋. 우리는 탁자 위에 덕지덕지 얹힌 삐삐 울고 부르르 떨리는 기계 더미의 전원을 켜고, 팔에 혈압 커프를 감고, 귓불에 심전도 센서를 붙이고, 입속에 체온계를 문 채 데이터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어제와 다르지 않았다. 입으로 숨쉬기가 우리의 건강을 망치고 있었다.

내 혈압은 실험 전보다 평균 13포인트나 상승해 1기 고혈압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박 변이도는 급격히 떨어져, 내 몸이 만성 스트레스 상태에 있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맥박은 빨라졌고, 체온은 낮아졌으며, 정신은 안개 속처럼 흐릿해졌다. 올슨의 수치 또한 내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가장 끔찍한 건 숫자가 아니라 ‘느낌’이었다. 몸이 엉망이었다. 날이 갈수록 점점 더 나빠졌다. 그리고 매일 같은 시간, 마지막 검사를 마친 올슨은 호흡기를 벗고, 하얗게 센 머리카락을 쓸어넘긴 뒤 실리콘 마개를 코 깊숙이 밀어 넣는다. 그는 다시 스웨트셔츠를 입으며 “열시 반에 보자.” 하고 말하고는 문밖으로 나선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가 슬리퍼를 끌고 복도를 지나 길 건너로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본다.

마지막 실험 항목은 식사였다. 두 단계의 실험 동안 우리는 같은 시간에 같은 음식을 먹고, 혈당을 연속 측정하면서 하루 동안 걸음 수도 일정하게 유지해야 했다. 입호흡과 비강호흡이 체중이나 대사에 어떤 차이를 가져오는지 보기 위해서다. 오늘 메뉴는 달걀 세 개, 아보카도 반 개, 독일식 호밀빵 한 조각, 그리고 라프상 홍차 한 주전자. 즉, 열흘 후에도 나는 같은 부엌에서 똑같은 식사를 하고 있을 것이다.

식사를 마친 뒤 나는 설거지를 하고, 거실 실험실에 널려 있는 필터와 pH 시험지, 포스트잇을 치운다. 메일을 몇 통 확인하고 나면, 올슨과 함께 ‘코를 더 효과적으로 막을 방법’을 찾는 실험을 하기도 한다. 방수용 귀마개(너무 딱딱하다), 폼 귀마개(너무 물렁하다), 수영용 코집게(너무 아프다), CPAP용 코 패드(편하긴 하지만 꼴이 우스꽝스럽다), 화장지(너무 헐겁다), 껌(너무 끈적이다). 결국 실리콘이나 폼 귀마개 위에 수술용 테이프를 덧붙이는 방법으로 정착했다. 숨이 막히고 코 주변이 쓸리지만, 그나마 덜 끔찍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간 동안 — 지난 닷새 내내 — 올슨과 나는 각자의 방에서 그저 ‘삶을 미워하며’ 앉아 있었다. 마치 아무도 웃지 않는 우울한 시트콤 속에 갇힌 듯했다. 끝없이 반복되는 <그라운드호그 데이>의 하루처럼.

다행히 오늘은 조금 다르다. 오늘은 자전거를 탄다. 바닷가 산책로나 금문교 그늘 아래가 아닌, 형광등이 내리쬐는 콘크리트 벽 속 헬스장에서.

자전거 타기는 올슨의 제안이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격렬한 운동 중 ‘코로 숨쉬는 사람’과 ‘입으로 숨쉬는 사람’의 수행 능력을 비교하는 연구를 해왔다. 크로스핏 선수들을 대상으로 직접 실험도 하고, 코치들과 협업도 했다. 그는 입호흡이 몸을 스트레스 상태로 몰아넣어 쉽게 피로하게 만들고, 운동 능력을 떨어뜨린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래서 실험의 각 단계마다 며칠은 자전거를 타며, 최대 유산소 한계까지 몸을 몰아붙이기로 했다. 오늘의 집합 시간은 오전 10시 15분, 헬스장.

나는 반바지를 입고, 피트니스 트래커와 여분의 실리콘 마개, 물병을 챙겨 뒷문으로 나섰다. 울타리 곁에는 안토니오가 있었다. 집 2층 리모델링을 맡은, 오래된 친구이자 계약자였다. 그가 나를 보더니, 내가 얼른 정원 쪽으로 빠져나가기 전에 코에 꽂힌 분홍색 귀마개를 발견하고, 들고 있던 각목을 내려놓더니 다가왔다.

안토니오와는 15년 넘게 알고 지냈다. 내가 취재차 외딴 곳을 돌아다닌 기묘한 이야기들을 늘 흥미로워했다. 하지만 이번 실험 이야기를 꺼내자, 그의 표정이 확 달라졌다.

“이건 나쁜 짓이야.” 그가 말했다. “우리 학교 때 말이야, 애들이 입으로 숨 쉬면 선생님들이 돌아다니면서 퍽퍽—” 그는 자기 머리를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입으로 숨쉬면 맞았어. 병 걸린다고. 무례한 짓이었거든.” 그가 자란 멕시코 푸에블라에서는 모두가 코로 숨쉬어야 한다는 교육을 받았다고 했다.

안토니오의 아내 자넷은 만성 비염과 콧물로 고생 중이고, 자넷의 아들 앤서니도 입호흡 습관 때문에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고 했다. “나도 계속 얘기해. 그거 나쁘다고. 고치려 해보지만, 쉽지 않지.” 그가 한숨을 쉬었다.

며칠 전 금문교 위에서 올슨과 함께 코를 막은 채 달리던 중, 인도계 영국인 데이비드라는 남자에게서도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 그는 우리의 코밴드를 보고 말을 걸어왔다. “난 평생 코가 막혀 있었어요. 항상 막혀 있거나 흐르거나, 제대로 열린 적이 없었죠.” 그는 20년 동안 온갖 약을 코에 뿌려왔지만 점점 효과가 줄었다고 했다. 이제는 만성 호흡기 질환까지 생겼다고.

비슷한 사연을 더 듣지 않으려면,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려면, 나는 꼭 필요할 때만 밖으로 나가게 됐다. 물론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은 ‘괴짜’에게 관대하다. 하이트가의 거리에는 바지 뒤에 구멍을 내고, 5인치짜리 사람 꼬리를 흔들며 걷던 남자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를 보고 놀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올슨과 내가 코에 테이프를 붙이고 마개를 꽂은 채 돌아다니는 모습은 그들의 인내심을 시험하기에 충분했다. 우리가 어딜 가든 사람들은 묻거나, 혹은 자신의 호흡 고통담을 쏟아냈다. “코가 늘 막혀서요.”, “알레르기가 점점 심해져요.”, “머리가 아프고 잠도 못 자요.” 입호흡이 심해질수록, 증상도 악화된다는 하소연이었다.

나는 안토니오에게 손을 흔들고, 야구모자 챙을 조금 더 내려 코를 가렸다. 그리고 몇 블록을 달려 헬스장에 도착했다. 트레드밀 위에서 빠르게 걷는 여성들, 웨이트 기구를 당기는 노인들 사이를 지나치며 나는 그들을 바라봤다. 모두 입으로 숨쉬고 있었다.

나는 맥박 산소 측정기를 켜고, 스톱워치를 맞춘 뒤, 고정식 자전거 위에 올라탔다. 페달에 신발을 고정시키고, 발로 한 번 꾹 밟자 바퀴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번 자전거 실험은 20여 년 전, 엘리트 운동선수들을 지도하던 존 두야드 박사가 수행한 여러 연구를 그대로 반복한 것이다. 그의 제자들은 테니스 스타 빌리 진 킹부터 철인 3종 경기 선수, 그리고 뉴저지 네츠 팀 선수들까지 다양했다. 1990년대 초, 두야드는 입호흡이 선수들의 경기력을 해친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그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프로 사이클리스트들을 모아 심박수와 호흡수를 측정하는 센서를 부착하고, 고정식 자전거 위에 앉혔다. 그리고 페달의 저항을 단계적으로 높여가며 운동 강도를 조금씩 끌어올렸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모든 참가자에게 입으로만 숨쉬라고 지시했다. 운동 강도가 올라갈수록 호흡 속도도 빨라졌고, 이는 예상된 반응이었다. 마지막 단계인 200와트 부하 구간에 이르자, 선수들은 헐떡이며 숨을 몰아쉬었다.

이후 두야드는 실험을 다시 진행하되, 이번에는 코로만 숨쉬게 했다. 놀랍게도, 운동 강도가 올라갈수록 오히려 호흡수는 감소했다. 200와트 부하에 도달했을 때, 한 선수는 입호흡 시 분당 47회에 달하던 호흡수를 코호흡 시 14회로 줄였다. 심박수는 처음과 거의 변함이 없었다. 운동 강도가 열 배로 증가했음에도 말이다.

두야드는 보고했다. “단지 코로 숨쉬도록 훈련하는 것만으로도, 전체 에너지 소모를 절반으로 줄이고 지구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실제로 선수들은 입호흡 때보다 훨씬 덜 지치고, 오히려 상쾌함을 느꼈다. 그날 이후, 그들 모두는 다시는 입으로 숨쉬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나는 다음 30분 동안 두야드의 실험 절차를 따를 예정이었다. 단, 무게 대신 ‘거리’를 지표로 삼는다. 심박수를 1분당 136회로 고정한 상태에서, 코를 막고 입으로만 숨쉬며 얼마나 먼 거리를 달릴 수 있는지 측정하는 것이다. 며칠 뒤 올슨과 나는 다시 헬스장에 와서 같은 조건으로 반복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단, 이번에는 코로만 숨쉬기로 바꾼다. 이 데이터를 통해 두 가지 호흡 방식이 지구력과 에너지 효율에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운동 중 호흡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하려면, 먼저 인체가 ‘공기와 음식’으로부터 어떻게 에너지를 만들어내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방법은 두 가지다. 산소가 있을 때 일어나는 ‘호기성 호흡(aerobic respiration)’과, 산소가 부족할 때 작동하는 ‘무산소 호흡(anaerobic respiration)’이다.

무산소 에너지는 포도당(단당류)을 연료로 하며, 빠르고 쉽게 쓸 수 있다. 산소가 모자랄 때를 위한 일종의 비상 발전기이자 터보 부스터 같은 것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효율이 낮고, 젖산을 과도하게 만들어 몸에 독성을 남긴다. 헬스장에서 너무 무리한 뒤 느끼는 구역감, 근육의 힘 빠짐, 식은땀은 모두 이 무산소 과부하의 신호다. 격렬한 운동 초반 몇 분이 유난히 괴로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폐와 호흡계가 아직 산소 공급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운동이 어느 정도 진행되어 몸이 ‘워밍업’된 뒤 한결 편안해지는 이유는, 그제야 몸이 무산소 → 유산소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이 두 에너지 시스템은 서로 다른 근육 섬유에서 만들어진다. 무산소 호흡은 비상용이기에, 우리 몸에는 그런 근육 섬유가 상대적으로 적다. 따라서 이 근육들을 너무 자주, 무리하게 사용하면 결국 손상된다. 매년 새해가 시작될 때 헬스장에서 부상자가 폭증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강도로 운동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무산소 에너지는 ‘머슬카’ 같다 — 짧은 거리에서는 빠르고 강력하지만, 오염이 심하고 장거리 주행에는 부적합하다.

그래서 유산소 호흡이 중요하다. 25억 년 전 산소를 먹기 시작한 그 미생물들 덕분에 생명이 폭발적으로 번성했다. 그들의 후손인 세포가 지금 우리 몸 안에 약 37조 개나 존재한다. 이 세포들이 산소를 연료로 작동할 때, 무산소 상태보다 약 16배 효율적인 에너지를 낸다. 운동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중요한 것은, 가능한 한 이 ‘청정 연료 구역’, 즉 유산소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헬스장으로 돌아와 나는 페달을 조금 더 세게 밟고,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심박수가 112, 114, 그리고 조금씩 올라가며 136에 근접한다. 예열 시간 3분 동안, 목표는 정확히 136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 수치는 내 나이에 해당하는 유산소·무산소 경계선에 해당한다.

1970년대, 올림픽 선수와 울트라마라토너들을 지도하던 필 마페톤 코치는 표준화된 운동법이 오히려 해롭다고 주장했다. 사람마다 신체 조건과 반응이 다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겐 팔굽혀펴기 100개가 훌륭한 운동일지 몰라도, 다른 사람에겐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마페톤은 심박수 중심의 개인화 훈련법을 도입했다. 선수들이 자신의 유산소 구역 안에서 운동하도록 해, 지방을 더 효율적으로 태우고, 회복을 빠르게 하며, 다음 날 또다시 운동할 수 있게 했다.

그가 제시한 유산소 한계치 계산법은 간단했다. 180에서 자신의 나이를 빼라. 그 수치가 유산소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최대 심박수다. 운동은 이보다 낮은 수준에서 오래 지속할 수 있지만, 절대 초과해선 안 된다. 그 선을 넘으면 몸은 장시간 무산소 영역에 머물게 되고, 운동 후 개운함 대신 피로감·떨림·메스꺼움이 밀려온다.

그리고 바로 그게 지금 내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었다. 30분간 필사적으로 페달을 밟고, 입을 벌린 채 거칠게 숨을 몰아쉰 끝에 자전거의 타이머가 0으로 떨어졌다. 기계음이 멈추고, 기어가 서서히 느려졌다. 온몸이 땀범벅이 되었고, 눈이 흐릿해졌다. 총 주행 거리는 겨우 6.44마일이었다.

나는 자전거에서 몸을 일으켜 내려오고, 올슨에게 자리를 내줬다. 이제 다시 집으로 돌아가 샤워를 하고, 물 한 잔을 마신 뒤, 다음 실험을 준비할 시간이다.

수십 년 전, 올슨과 내가 코를 막기 전부터 과학자들은 이미 입호흡의 득과 실을 실험하고 있었다.

1960년대 영국의 의사 오스틴 영은, 만성 코피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아예 콧구멍을 봉합하는 수술을 시도했다. 그의 후계자 발레리 J. 런드는 1990년대에 이 시술을 되살려 수십 명의 환자에게 적용했다. 나는 런드에게 여러 번 연락을 시도했지만, 그 환자들이 수주, 수개월, 수년 뒤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답변은 듣지 못했다. 다행히 그 결과를 보여주는 또 다른 연구가 있었다. 노르웨이계 미국인 치과 교정학자이자 연구자인 에길 P. 하볼드의 실험이다.

하볼드가 1970~80년대에 수행한 연구는 오늘날 동물보호단체는 물론, 동물을 사랑하는 그 누구도 용납하지 못할 끔찍한 것이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의 한 연구실에서 붉은털원숭이 여러 마리를 데려와 그중 절반의 콧속 깊숙이 실리콘을 주입해 완전히 막았다. 남은 절반은 그대로 두었다. 코가 막힌 원숭이들은 마개를 빼낼 수 없었고, 결국 평생 입으로만 숨쉬며 살아야 했다.

6개월 동안 하볼드는 원숭이들의 치열, 턱 각도, 얼굴 길이 등을 측정했다.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코가 막힌 원숭이들은 모두 얼굴이 길게 아래로 처지고, 치열이 좁아지며, 치아가 삐뚤어지고, 입이 늘 벌어진 상태로 변했다. 그는 실험을 2년 동안 반복했고, 결과는 더 참혹했다. 그는 그 모든 과정을 사진으로 남겼다.

그 사진들은 차마 보기 힘들다. 불쌍한 원숭이들 때문만이 아니라, 그 변화가 인간의 얼굴에서도 똑같이 일어난다는 점이 명확히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몇 달 만에 얼굴은 길어지고, 턱은 처지고, 눈은 초점을 잃은 듯 멍해졌다.

입으로 숨을 쉬는 행위는, 알고 보면 신체를 물리적으로 변화시키며 기도(氣道)를 변형시키는데 — 그 방향은 결코 좋은 쪽이 아니다. 입을 통해 공기를 들이마시면 공기압이 낮아지면서 입안 깊숙한 연조직이 느슨해지고 안쪽으로 말려 들어가 호흡 통로가 좁아진다. 결국 숨쉬기가 더 어려워지고, 입호흡은 또 다른 입호흡을 부르게 된다.

반대로 코로 숨을 들이마시는 것은 정반대의 효과를 낸다. 코로 들이마신 공기가 목구멍 뒤쪽의 늘어진 조직을 밀어내면서 기도가 넓어지고, 호흡이 한결 수월해진다. 시간이 지나면 이 부위의 근육과 조직은 ‘단련’되어 자연스럽게 열린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즉, 코호흡은 또 다른 코호흡을 낳는다.

“코에서 일어나는 일은 곧 입, 기도, 그리고 폐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전화 인터뷰 중 아일랜드 출신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세계적인 코호흡 전문가 패트릭 매큐언(Patrick McKeown)은 이렇게 말했다. “이건 각각 따로 작동하는 시스템이 아닙니다. 하나로 연결된 ‘통합된 기도 시스템’이에요.”

이는 놀랄 일도 아니다. 계절성 알레르기가 찾아올 때 수면무호흡증과 호흡 곤란이 급증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코가 막히면 우리는 입으로 숨을 쉬기 시작하고, 그 결과 기도가 붕괴된다. “단순한 물리 법칙이죠.” 매큐언의 말이다.

입을 벌리고 자는 것은 이런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 베개에 머리를 얹는 순간, 중력은 목 안의 연조직과 혀를 아래로 잡아당겨 기도를 더욱 좁힌다. 이렇게 자는 자세가 오래 지속되면, 기도는 결국 그 형태에 ‘익숙해져서’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이 새로운 정상으로 굳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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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를 막은 실험의 마지막 밤, 나는 또다시 침대에 앉아 창문 너머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태평양 바람이 불어올 때면 — 대부분의 밤이 그렇듯 — 침실 맞은편 벽에 비친 나뭇잎과 식물의 그림자가 색감이 섞인 만화경처럼 춤을 춘다. 잠시 후 그것들은 조끼를 입은 에드워드 고리의 신사 무리로 변했다가, 곧 에셔의 꼬인 계단으로 바뀐다. 또 한 번의 바람이 불면, 그것들은 다시 부게인빌레아와 대나무 잎, 고사리의 실루엣으로 흩어졌다.

길게 말하자면, 나는 잠들 수가 없었다. 베개를 여러 개 겹쳐 머리를 괴고, 이 기묘한 풍경을 메모하며 15분, 20분, 어쩌면 40분째 깨어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코를 훌쩍이며 막힌 비강을 뚫어보려 했지만, 돌아온 건 머리를 찌르는 듯한 통증이었다. 부비동 두통 — 내가 자초한 고통이었다.

지난 열흘 남짓한 밤마다, 나는 마치 누군가에게 천천히 목이 졸리는 듯한 느낌 속에서 잠들었다. 실제로 내 목구멍은 좁아지고 있었고, 나는 점점 더 질식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입호흡을 강제당한 내 몸은, 하볼드 박사의 원숭이들처럼 기도의 구조 자체가 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변화는 몇 달이 아니라 단 며칠 만에 일어나고 있었다. 숨을 쉴 때마다 상태는 점점 악화되었다.

내 코골이는 열흘 전보다 4,820%나 증가했다. 그리고 생전 처음으로, 나는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증상을 겪기 시작했다. 최악의 경우, 나는 한 시간에 평균 25회 정도 ‘무호흡 사건(apnea events)’을 경험했는데, 그때마다 산소 포화도가 85퍼센트 이하로 떨어졌다.

산소 포화도가 90퍼센트 밑으로 내려가면, 혈액은 신체 조직을 유지하기에 충분한 산소를 실을 수 없다.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심부전, 우울증, 기억력 저하, 심지어 조기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내 수치가 의학적 진단 기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분명히 악화되고 있었다.

매일 아침, 올슨과 나는 전날 밤의 수면 녹음을 함께 들었다. 처음엔 웃었지만, 곧 공포로 바뀌었다. 들려오는 소리는 ‘취한 사람의 코골이’가 아니라, 자기 몸에 목 졸려 죽어가는 남자의 신음이었다.

“입을 다문 채로 자는 것이 훨씬 건전하다.” 16세기 네덜란드의 의사 레비누스 렘니우스(Levinus Lemnius)는 코골이에 대한 최초의 연구자 중 한 명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는 이미 그 시대에, 수면 중 기도가 막히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었다. “입을 벌리고 자는 자들은, 공기가 이리저리 오가며 혀와 입천장을 마르게 하기에, 밤새 물을 찾게 된다.”

나 역시 그랬다. 입호흡은 수분 손실을 40퍼센트 더 늘린다. 그 결과 나는 매일 밤 심하게 목이 말라 자주 깼다. 흥미로운 건, 이렇게 수분이 빠져나가면 오히려 소변량이 줄어야 할 것 같지만, 정반대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가장 깊고 회복적인 수면 단계에서, 뇌하수체는 여러 호르몬을 분비한다. 아드레날린, 엔도르핀, 성장호르몬, 그리고 바소프레신(vasopressin). 이 호르몬은 세포에 물을 저장하라고 지시한다. 동물이 밤새 목마르지 않고 소변을 참을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깊은 잠에 들 시간이 부족하면 — 즉, 만성 수면무호흡 상태가 되면 — 바소프레신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는다. 그러면 신장은 물을 방출하고, 우리는 밤새 소변이 마렵고 목이 타게 된다. 이게 바로 내 ‘예민한 방광’과 ‘끝없는 갈증’의 원인이었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의 끔찍한 건강 영향을 다룬 책은 많다. 이런 문제들이 야뇨증, ADHD, 당뇨, 고혈압, 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나는 메이요클리닉 보고서에서, 오래도록 심리적 문제로만 여겨졌던 만성 불면증이 사실은 ‘호흡 문제’인 경우가 많다는 내용을 읽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이 나처럼 창문이나 TV, 휴대폰, 천장을 바라보며 잠들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숨을 쉴 수 없기 때문에 잠들지 못하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코골이에 ‘정상적인 정도’란 없다. 스탠퍼드 대학의 수면 연구자 크리스티앙 기에르미노(Christian Guilleminault) 박사는, 수면 중 무호흡이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단순한 코골이”만으로 기분 장애, 혈압 이상, 학습 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입호흡은 나를 바보로 만들고 있었다. 최근 일본의 한 연구에서는, 코를 막아 입호흡만 하게 된 쥐들이 신경세포 수가 줄고, 미로를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두 배로 늘어났다는 결과가 나왔다. 2013년의 또 다른 일본 연구에서는, 입호흡이 인간의 전전두엽(집중력과 주의력과 관련된 부위)에 산소 공급 장애를 일으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반면 코호흡에는 그런 영향이 전혀 없었다.

고대 중국인들도 이미 이를 알고 있었다. “입으로 들이마신 숨을 ‘니치(逆氣, 거스르는 기운)’라 하며, 이는 지극히 해롭다.” 『도덕경』의 주석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입으로 숨을 들이마시지 않도록 조심하라.”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뒤척이며, 또다시 화장실에 가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누워 있는 나는, 그나마 긍정적인 생각에 집중해보려 애쓴다. 그러다 문득, 나에게 한 줄기 희망을 준 마리애나 에번스(Marianna Evans)의 해골 하나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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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었다. 필라델피아 도심에서 서쪽으로 약 삼십 분 거리, 에번스의 교정의학 클리닉 사무실. 그녀는 커다란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다. 흰 벽, 흰 타일 바닥, 깨끗하고 냉정한 분위기 — 미래의 실험실 같았다. 내가 지금껏 다녔던 금붕어 수조와 고사리 화분, 그리고 로베르 두아노의 사진으로 장식된 평범한 치과들과는 전혀 달랐다. 에번스의 진료실은 ‘다른 세계’였다.

그녀는 모니터에 두 장의 이미지를 띄웠다. 하나는 모턴 컬렉션(Morton Collection)에 소장된 고대 해골, 다른 하나는 새로운 환자 — 일곱 살가량의 소녀 ‘지지(Gigi, 가명)’의 얼굴이었다. 사진 속 지지의 치아는 잇몸 위에서 사방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입술은 마르고 벌어진 채, 마치 보이지 않는 막대사탕을 문 것 같았다. 눈 밑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 있었고, 그녀는 만성 코골이와 부비동염, 천식을 앓고 있었다. 최근엔 음식과 먼지, 애완동물 털에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지는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다. 식단은 식품피라미드에 맞게 균형 잡혔고, 야외활동도 충분했으며, 예방접종을 빠짐없이 받았고 비타민 D와 C를 복용했다. 성장기에 별다른 병력도 없었다. 그런데도, 결과는 이랬다. “이런 아이들을 하루 종일 봅니다.” 에번스가 말했다. “전부 다 비슷해요.”

그리고 사실, 그녀 말은 틀리지 않았다. 오늘날 아이들의 90퍼센트가 구강과 비강의 어떤 형태적 변형을 가지고 있다. 성인의 45퍼센트는 가끔 코를 골고, 25퍼센트는 매일같이 코를 곤다. 30세 이상 미국 성인의 4분의 1은 수면 중 스스로의 몸에 질식하고 있으며, 중등도 이상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80퍼센트는 아직 진단조차 받지 못한 상태다. 대부분의 인류가 어떤 형태로든 호흡 저항이나 장애를 겪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도시를 정화했고, 조상들을 괴롭히던 수많은 질병을 억제하거나 없애버렸다. 더 똑똑해졌고, 키가 커졌으며, 평균적으로 훨씬 오래 산다. 지금 인류는 1만 년 전보다 천 배나 많은 75억 명에 이른다.

그런데도, 우리는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생리 기능 —‘호흡’— 을 잃어버렸다.

에번스가 그려낸 그림은 암울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반짝이는 현대식 진료실 안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그리고 완벽한 형태의 고대 두개골과 나란히 놓인 화면을 바라보며 그 아이러니를 뼈저리게 느꼈다. 그 고대 표본의 주인공들은 생전에 “퇴화된 인종들”이라며 멸시받던 이들이었지만, 지금 내 앞의 현대인 얼굴들은 오히려 그들의 ‘이상적 형태’를 잃어버린 채 뒤틀려 있었다. 나는 모니터 유리에 비친 내 얼굴을 보았다. 어긋난 두개골, 가라앉은 턱, 막힌 코, 이빨이 다 들어가지 못하는 작은 입. ‘바보들 같으니라구.’ 순간, 고대 해골이 나를 비웃는 듯 보였다. 아니, 확실히 웃고 있었다.

그러나 에번스가 나를 부른 이유는 단순히 ‘현대인의 퇴화’를 한탄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녀가 이토록 집요하게 인류의 호흡 변화를 추적해온 이유는, 희망을 되찾기 위해서였다.

에번스는 동료 케빈 보이드(Kevin Boyd)와 함께 수년간, 그것도 개인 사비를 들여 연구를 지속해왔다. 그들은 고대 두개골에서 얻은 수백 가지 계측 자료를 바탕으로, 현대인을 위한 새로운 기도 건강 모델을 만들고 있었다. 그들은 ‘폴루모넛(pulmonauts, 폐 탐험가)’이라 불리는 신흥 연구 집단의 일원으로, 호흡법·폐 확장·교정의학·기도 발달 분야의 새로운 치료법을 탐색하고 있었다. 그들의 목표는 단 하나 — 지지, 나, 그리고 우리 모두를 ‘본래의 인간 형태’로 되돌리는 것. 모든 것이 망가지기 전, 우리의 조상이 숨 쉬던 그 방식으로.

모니터 화면에 또 한 장의 사진이 떴다. 역시 지지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눈 밑 그늘도, 창백한 피부도, 처진 눈꺼풀도 없었다. 치아는 가지런했고, 얼굴은 넓고 밝게 빛났다. 그녀는 다시 코로 숨을 쉬고 있었고, 코골이는 사라졌다. 알레르기와 호흡기 질환도 거의 자취를 감췄다. 이 사진은 첫 번째 사진으로부터 2년 후의 모습이었다. 지지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이런 변화는 비단 지지뿐 아니라, 올바른 호흡을 되찾은 다른 환자들 — 어른과 아이 모두 — 에게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쳐졌던 턱선과 좁아졌던 얼굴이 본래의 형태로 되돌아갔고, 혈압이 내려갔으며, 우울감이 사라지고, 두통이 없어졌다.

심지어 하볼드의 원숭이들도 회복했다. 2년간의 강제 입호흡 실험이 끝나자, 그는 실리콘 마개를 제거했다. 그러자 원숭이들은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코로 숨 쉬는 법을 다시 배웠다. 그리고 그들의 얼굴과 기도 역시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다시 변했다. 턱은 앞으로 이동했고, 얼굴과 기도는 본래의 넓고 건강한 형태를 되찾았다.

실험이 끝난 지 6개월 후, 원숭이들은 다시 원래의 원숭이 얼굴로 돌아왔다. 그들은 이제 정상적으로 숨 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다시 침대 위에서, 창문 너머 나뭇가지 그림자가 만드는 그림자극을 바라보며 누워 있었다. 나는 바랐다. 지난 열흘, 아니 사십 년 동안 내 몸에 생긴 손상을 되돌릴 수 있기를. 조상들이 숨 쉬던 그 방식으로 다시 호흡할 수 있기를.

곧 알게 되겠지. 내일 아침이면, 이 마개들이 빠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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