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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The Body Electric

생명과 전기 #029

우리는미생물 2024. 2. 1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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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재생 전류

제7장 포유류를 위한 반가운 뉴스

어린이의 능력, 어른의 전망

자동차 문, 잔디 깎는 기계, 선풍기 등에 의해 손가락이 잘리는 것은 어린 시절 가장 흔한 부상 중의 하나이다. 일반적인 치료방법은 노출된 뼈를 부드럽게 다듬고 피부를 꿰메어 덮거나, 만약에 손가락이 깨끗하게 절단된 채 남아 있다면 극소 수술로 절단된 부분을 다시 붙이도록 시도하는 것이다. 불행한 것은, 아무리 공을 들인 수술이라 할지라도 그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이다. 손톱이 뒤틀리거나 없어지고, 손가락은 접촉 감각이 둔해지면서 너무 짧아지거나 통증이 자주 오게 된다.

1970년대 초 영국 셰필드 소아과 병원의 응급실에서, 그러한 부상을 입은 한 어린이가 사무 착오에 의해 오히려 득을 보았다. 응급실에 있던 의사가 상처를 붕대로 감아 주었으나 관례대로 봉합수술을 위해 외과의에게 보내는 과정이 빠져 버렸다. 며칠 후 작오가 일어났음을 알아차렸을 때, 외과의 신시아 일링워드는 손가락 끝이 살아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아무 치료도 하지 않고 단지 재생되는 과정을 관찰하기만 했다.

일링워드는 그러한 '내버려 두기' 방식으로 다른 어린이들을 치료하기 시작하여, 1974년까지 11세 이하 어린이들에게서 수백 건의 재성장 사례를 기록했다. 그 이후 다른 임상 연구들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손가락 맨 끝 마디의 가장 끝 주름살 위로 깨끗하게 절단된 어린이의 손가락은 약 3개월 안에 '반드시' 완전하게 재성장한다. 이 주름살을 경계로 해서 완전히 복구되느냐 않느냐가 가름되는 것 같다. 중간쯤만 복구되는 일은 없다.

뉴욕 마운트 시나이 병원의 마이클 블리처 같은 소아외과 의사들은 이 방법의 확실성을 철저히 신뢰하여 절단 부분에 매달려 있는 피부 조각 일부분마저 절단해 버리는 것으로 마무리하기도 했다. 이렇게 하면 손상된 부분이 새것처럼 재생되는 반면, 그렇게 하지 않은 것들은 그 상태에서 또는 심한 흉터를 남기면서 치료되었다.

손가락 끝의 재성장은 진정한 다조직 재생이었다. 아체가 형성되고 재분화하여 뼈, 연골, 근육, 혈관, 손톱, 피부, 지문, 운동신경, 그리고 여섯 개의 감각신경 말단이 되었다. 도롱뇽의 다리 재생에서처럼, 상처가 표피로 덮이지 않는 경우에만 이 과정이 발생한다. 표피로 덮이게 하는 것이 일반적인 외과치료이다. 일링워드와 그녀의 동료들은 그 이후 절단 부분의 음의 상처 치료 전류를 측정해 왔다.

불행하게도 이 자연회복 치료법은 일부 소수의 병원에서만 받아들여지고 있다. 블리처는 동료 의사들의 반발에 대해 탄식하고 있다. "지금 막 들어온 레지던트들에게 그것을 한 번 말해 보시오.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아마 미쳤다고 생각할게요. 학회나 다른 기관들 같은 곳에서 한 번 발표해 보시오. 그러면 그들은 당신더러 헛소리하지 말라고 할 것이오." 거의 모든 외과의사들은 보다 번지르르하고 훨씬 비용이 많이 들면서도 효과적이지 못한 극소 수술이나 단순 봉합에 집착하고 있고 따라서 손가락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 발견과 우리의 연구는 어린 포유류에 있어서 적어도 어느 정도는 인공적인 재생이 가능하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 주었다. 그러나 훨씬 부상을 잘 당하는 경향이 있고 따라서 그것을 가장 필요로 하는 우리 나이먹은 사람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답은 수 년 후 예기치 않게 나왔는데, 우리는 그로부터 섣불리 예측한 것에 너무 집착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하는 교훈도 얻었다. 과학자는 항상 예기치 않게 나타나는 길을 쫓아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나는 항상 동료들이, 그가 학생이든 기성 연구자이든 간에, 우리의 작업과는 별도로 독립된 연구를 추진해 나가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1979년 나의 조수였던 제임스 컬렌(현재는 박사학위를 획득하고 시라쿠즈 재향군인국 병원에서 해부학 연구위원으로 있다)이 쥐의 골수에 신경을 이식했을 경우 어떻게 될 것인가를 연구할 것을 제안했다. 컬렌은 신경이 골수강에 새로운 뼈를 유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논리가 그럴듯하고 또 그 방법이 그때 우리가 개발하고 있던 뼈 치료 전기 장치를 보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나는 연구를 잘 추진해 보라고 격려해 주었다.

그는 곧바로 기술적인 문제에 부딪혔다. 쥐 뒷다리에서 좌골신경을 쉽게 절개했으나, 그것을 허벅지 뼈에 뚫은 구멍을 통해 골수강으로 집어 넣는 것은 마치 축 늘어진 국수가락을 열쇠구멍으로 집어 넣으려는 것과 같았다. 그는 다시 대퇴골에 두 개의 구멍을 뚫고 한 구멍에 봉합선을 집어 넣어 엉덩이에 좀 더 가까운 다른 구멍으로 끄집어냈다. 다음에 신경을 봉합선으로 묶고 봉합선을 당겨서 신경을 골수강으로 집어 넣었다. 몇 차례 이 방법을 써 본 후, 그는 다른 좋은 방법을 생각해 냈다. 뒷다리를 어덩이와 무릎 중간에서 절단한 다음 엉덩이 바로 밑에서 골수강까지 구멍을 내는 것이었다. 다음에 그 구멍을 통해 신경을 묶은 봉합선을 집어 넣고 당겨서 신경을 뼈의 나머지 부분 끝까지 끌어냈다. 이 방식은 훨씬 쉬웠고 신경이 뼈에 더 잘 연결되었기 때문에, 많은 쥐를 이런 식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신경이 자꾸만 뒤로 당겨져서 대퇴골 밖으로 빠져 나오곤 했다. 다리 절단을 쥐를 곤란하게 하지 않았다. 그것들은 절단된 다리를 활기차게 사용해 신경이 후퇴시켰던 것이다.

신경이 뒤로 밀리지 않고 제자리에 붙어 있던 소수의 쥐들에게서 흥미로운 '뼈의 형성'이 골수강에 나타났다. 신경을 붙들어 놓고 또다른 쥐들에게서도 같은 결과를 얻기 위해, 컬렌은 신경을 절단 부분 위를 덮은 표피에 꿰매었다. 그 봉합은 신경을 잘 붙들어 두었다. 그런데 그렇게 처리한 한 쥐가 완전히 예상치 못했던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었다. 대퇴골의 잘려 나간 부분이 일부분 재생되었던 것이다. 이 자체도 충분히 놀라웠지만 가장 놀아운 사실은 컬렌이 사용한 쥐들이 생후 약 6개월된 것들이었다는 사실이다. 어른이 되면 포유류는 골절 치료 외에는 모든 재생 능력을 잃어버린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것들은 다분히 어른 쥐에 가까운 것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면밀히 관찰한 결과, 우리가 신경을 피부에 꿰맸을 때 피부에 구멍이 생겼다는 것을 알았다. 신경이 자라서 표피에 닿게 된 듯했다. 도롱뇽의 정상적인 재생의 필수조건 중의 하나가 신경–표피 접합인데, 수술로 두 조직을 가깝게 붙였을 때 운좋은 쥐 한 마리가 이 조건을 우연찮게 획득하게 된 것 같았다.

우리는 실험 경로를 바꾸어 진피를 문질러 없앤 다음 좌골신경과 표피를 결합시켰다. 우리는 다양한 연령의 쥐들을 사용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늙은 쥐들도 대퇴골과 많은 주변 조직을 재생시켰다.

이것은 우리에게 신경–표피 접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알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했다. 우리는 이전처럼 신경–표피 접합수술을 한 한 무리의 쥐들을 준비했다. 두번째 그룹의 쥐들은 신경을 뼈 끝에 붙여서 표피와 1밀리미터 떨어뜨려 닿지 않게 했다. 첫번째 그룹은 재생을 일으킨 반면에 두번째 그룹은 성장이 없는 정상적인 치료 과정을 보여 주었다. 매일 계속해서 절단된 부분을 전기적으로 측정하자 또 다른 결과가 나왔다. 신경–표피 접합을 한 쥐들에서 측정한 전위는 열 배 정도로 컸을 뿐, 모양은 정확하게 같았다. 신경–표피 접합을 하지 않은 쥐들에서 측정한 전위는 재생 능력이 없는 개구리에서 관찰되었던 것과 같은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우리는 재생을 시작하게 하는 특정한 전기적 활동이 단순한 신경 뭉치에서가 아니라 신경–표피 접합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직류 전류 제어 시스템이 신경에 존재한다는 본래의 아이디어는표피의 전기적 성질도 포함하는 것으로 확장되어야 했다. 신경 섬유는 역분화 전류를 만들어 내는 회로를 완성하기 위해 마치 플러그를 소켓에 꽂는 것처럼 표피와 결합했다. 더욱이 신경–표피 접합이 절단 부분 위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은 정확히 필요한 곳에 아체세포들을 만들어 냈다. 의심의 여지 없이, 전류가 재생을 시작하게 하는 일차적 자극제이며 포유류에서도 재생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기 때문에 이 발견은 대단히 중요한 것이었다.

그러나 다른 실험에서 우리는 대단한 장애물을 만났다. 추가 실험을 하면서, 절단면이 아니라 다리 측면에 신경–표피 접합을 만들어 보았다. 거기서 우리는 같은 '재생적' 전류 변화를 측정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전혀 성장이 없었다. 이것은 전류에 반응하여 역분화를 일으킬 수 있는 민감한 세포들이 이곳에는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포유류에서는 그 세포들이 오로지 골수에서만 발견되는 듯했는데, 그것은 특히 성체 동물에 있어서 원재료의 공급원 역할을 하는 드문드문한 조직을 가진 세포 집단이었다.

이것은 우리가 왜 쥐를 가지고 한 실험에서 완벽한 재생을 얻지 못했느냐는 것을 설명해 주었다. 거기서 얻은 결과물은 부적절한 아체의 전형이었다. 다리 전체를 만들어 낼 만큼 큰 아체를 만들 수 있는 민감한 세포들이 골수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따라서 전기에 반응하여 특화되지 않은 아체세포로 바뀔 수 있는 세포를 찾지 못한다면, 인간의 사지도 완전히 재생될 수 있으리란 전망은 어두워 보였다. 그러나 운좋게도, 다음 장에서 언급할 완전히 다른 연구를 하는 동안, 우리는 바로 그 방법을 우연히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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