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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The Body Electric

생명과 전기 #003

우리는미생물 2024. 1. 27.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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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성장과 재성장

도룡뇽 : 골수 속에 묻혀 잠자는 에너지의 씨앗... - 옥타비오 파스 Octavio Paz

제1장 히드라의 머리와 메두사의 피

건강은 오직 하나뿐인데, 질병들은 많다. 마찬가지로, 질병을 치료하는 근본적인 힘은 하나뿐인 것 같은데, 수많은 의료학파들에서는 나름대로 편리한 방식으로 그것을 써먹고 있다.

우리는 약국의 선반에 놓여 있는 작은 약들을 선호하며, 앞에서 말한 근본적인 힘의 존재를 부인해 왔다. 그 약들은 각각 몇 가지 병들에 대해서 또는 한 가지 병의 일부분에 대해서만이 쓸모가 있다. 이러한 방식은 종종 효과적으로 작용하는데, 특히 세균성 질병의 치료에 있어서 그러하다. 그러나 이것은 특정한 성자나 신이 특정한 약초를 관장하면서 각 병과 각 신체 부위를 담당했던 옛 방식과 별 차이가 없다. 근대 의학이 백년 전에 파스퇴르와 리스터 Lister의 지혜로 비로소 만발하게 된 게 아닌 것이다.

인류 역사를 좀 거슬러올라가 보면, 모든 의료 체계들은 나름대로의 특정한 방식들을 근본적으로 같은 하나의 원리에 의해 결합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 하나의 원리인 내부의 치유력은 대개 네 가지 종류의 복합적인 형태로 응용되고 있는데 그것들은 믿음치료 faith healing,  마술치료 magic healing, 심령치료 psychic healing, 그리고 자연치유 spontaneous healing이다. 과학은 이 모두를 비웃고 있지만, 이것들은 퇴행성 질병과 만성 질병에 대해서 서구의 의료 방식만큼이나 효과가 있는 듯하다.

믿음치료는 환자와 치료자 모두에 있어서 믿음의 변화를 필요로 하는데, 치료자는 환자와 가정되고 있는 훨씬 큰 힘 사이의 매개자 또는 통로 역할을 한다. 치료의 실패는 대개 환자의 믿음 부족 탓으로 돌려지기 때문에, 이러한 의료 형태는 돌팔이 의사(사기꾼)들의 황금 광산이 되어 왔다. 효험이 있는 경우, 그것은 플라시보 효과의 확대된 형태로 보이는데, 플라시보 효과란 질병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약을 환자에게는 치료제라 하고 복용시킴으로써 효과를 얻는 것이다. 이것은 통계적으로 3분의 1 확률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믿음치료는 환자에게서 믿음 이상의 확신을 요구하기 때문에, 믿음이 약한 사람은 치료에 효과를 보지 못하고 "내 그럴 줄 알았지"하고 자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떻게든 믿음치료의 효과를 한번 경험한 사람은 자연히 믿음치료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다.

마술치료는 환자의 믿음보다는 치료자의 훈련과 능력을 강조한다. 대피라미드 건설자인 이집트 쿠푸Khufu왕 시대에 살았던 마술사인 테타Teta에 관한 전설이 한 예가 될 수 있다. 110세의 테타는 왕궁으로 호출되어 떨어져 나간 목을 신체에 결합시켜 목숨을 살리는 능력을 보이라는 명령을 받았다. 왕이 한 죄수의 목을 치라고 하자, 테타는 사려깊게 동물에 대한 시범으로 대신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그래서 한 거위의 목이 잘렸다. 몸은 방의 한쪽 끝에 놓이고 머리는 다른쪽 끝에 놓였다. 테타는 주문을 계속해서 외웠는데 외울 때마다 머리와 몸이 팔딱거리면서 가까워지다가 끝내는 갈라진 두 면이 서로 만났다. 그것들은 재빨리 결합되어, 거위는 일어나서 울어 대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들은 예수가 행했다고 전해지는 전설적인 기적들도 같은 고대 전통중의 부분으로서, 조숙했던 어린 시절에 이집트에서 배운 것이 아닌가하고 추측하기도 한다.

우리가 이 특정한 사례들의 진실성을 믿든 안 믿든 간에, 수년간에 걸쳐 너무나도 많은 '기적적인 치료'의 사례들이 입증되어, 그것들을 모두 조작된 것이라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이 책에 제시된 자료들에 근거하여, 나는 우리가 치료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될 때까지 콜리지S.T. Coleridge가 말한 '불신에 대한 보류'를 제안하는 바이다. 주술사들은 명백히 한때 환자들을 가장 잘 다루는 치료자였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산업문명 세계의 언저리에 살아 남아 있다. 마술의학은 치료의 근본적인 힘에 대한 우리의 연구가 하나의 탐구 작업이라기보다는 과거에 우리가 직관적으로 갖고 있었던 것을 기억해 내는 행위라는 것을 암시한다. 즉 그러한 능력이 잠재되어 있던 사람들에 의해 일깨워져 지나간 일들을 회상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비결은 모르는 채 사용될 수도 있다. 특히 소련에서 많은 심령치료사들이 연구되었는데, 그들의 능력은 무의식적, 임의발생적이었고 대개는 우연히 발견되었다. 오스카 에스테바니는 그러한 능력을 서구에 보여준 사람들 중의 하나였다. 1930년대 중반에 헝가리의 육군 대령이었던 에스테바니는 자기가 돌보는 말들이 다른 사람들이 돌보는 말보다 병에서 빨리 회복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수년 동안 자신의 능력을 비공식적으로 사용하면서 관찰해 오다가, 1956년 헝가리 사태 후에 어쩔 수 없이 캐나다로 이주하여 정착했다. 그는 거기서 맥길 대학의 생물학자인 버나드 그래드 박사의 주목을 받았다. 그래드는 에스테바니가 쥐의 등에 만들어진 상처를 빨리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에스테바니가 동물들에 손을 대지 않고 우리 근처에 두기만 하게 했는데, 그것은 손을 대는 자체가 치료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에스테바니는 또한 보리의 성장을 빠르게 했고 자외선에 상처를 입은 위의 효소 트립신을 마치 자기장을 가했을 때처럼 재활성화시켰는데, 당시의 계측기로써는 그의 몸 주변에서 자기장을 검출할 수 없었음에도 그런 현상이 나타났던 것이다.

이제까지 우리가 고찰해 온 치료 형태들은 공통적 요소로서 치료자의식의 변화나 접촉을 필요로 한 반면에, 치료자 자체를 필요로 하지 않는 형태가 있다. 루드르Lourdes에서 일어난 자연치유의 기적이나 다른 종교 사원들의 경우에서는 오로지 기대감, 열렬한 기도, 성물聖物과의 순간적인 접촉, 그리고 질병에 걸린 장기나 사지에 대한 강렬한 정신집중만을 필요로 한다.

다른 보고서들에서도 강렬한 정신집중만이 필수적이고 다른 것들은 보조적 역할이라고 주장한다. 그리스 신화의 트로이 전쟁을 다룬 일리아드 제5권에서 디오메데스Diomedes가 바위로 에네아스Aeneas의 엉덩이에 중상을 입혔을 때, 아폴로Apollo는 그 트로이의 영웅을 치료의 사원으로 옮겨서 수분 만에 그의 다리를 정상으로 되돌려 놓는다. 후에 헥토르Hector 역시 떨어진 돌에 의해 가슴에 중상을 입고는 같은 치료를 받는다. 만약에 호머Homer가 다른 전투들을 상세히 묘사하는 데 있어 그렇게 사실적이지 않았거나, 최근의 전쟁에서 치명적인 중상에서회복되거나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아랑곳하지 않고 투병을 했던 병사들의 사례들이 없었다면, 호머의 이야기는 시인의 과장된 묘사라고 일축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영국 육군의 군의관이었던 비치H.K.Beeche 중령은 제2차 세계대전 후에 그러한 사례들 225가지를 문서로 보고하고 있다. 1943년 안지오Anzio 전투에서 한 병사는 유산탄 파편에 의해 척추 근처의 갈빗대가 여덟 개 상하고, 게다가 신장과 폐에 자상을 입어서 안색이 창백해진 채 거의 죽어가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소총을 쥐고 있는 한 자기는 건재하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에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얼마 가지 않아 그의 출혈은 멎고 안색이 돌아왔으며, 그의 엄청난 상처가 회복되기 시작했다. 아무런 치료 행위도 하지 않았고, 모르핀이 없었기 때문에 약한 진정제인 나트륨 제제를 소량 투입했을 뿐이었다.

전투지에서 가끔있는 경이로운 사건들은, 오로지 그들의 의지만으로 통증을 조절하고 출혈을 멎게 하며 상처를 훨씬 빨리 회복시키는 요가 수행자들의 경우와 비슷하다는 인상을 강하게 준다. 메닝거 연구소나 다른 곳에서의 바이오피드백 연구는 요가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들에게서도 이러한 종류의 능력을 끌어 낼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의지가 질병의 치료에 응용될 수 있다는 사실은, 노먼 커즌스Norman Cousins가 시도하여 성공한, 척추판과 인대가 뼈처럼 경화되어 앉은뱅이가 되게 하는 교착척추염에 대한 웃음요법이나 암에 대항해서 정신을 집중하는 영상화visualization 기법에 의한 성공들에서도 암시된다.

불행스럽게도 어떠한 접근방법도 확실한 것은 아니다. 우리의 무지때문에 모든 치료의 공통분모는 - 우리가 잘 알고 있다는 화학물질에서조차도 - 여전히 신비로 남아 있다. 그러한 불확실성은 유사 이래 의사들을 어지럽혀 왔다. 의사들은, 다른 환자에게 그 열 배를 투여해도 전혀 효과가 없는 의약품이 왜 어떤 환자에게는 조금만 투여해도 효과를 보는지, 또는 어떤 암들은 회복이 되는 반면 어떤 것들은 냉혹하게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지에 대해 전혀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어떤 수단에 의하든, 에너지가 성공적으로 초점을 맞추면 놀라운 변화가 초래된다. 절망적이던 상태가 갑자기 호전된다. 치료는 거의 하나의 기적으로 '정의'될 수 있다. 손상된 부분의 즉각적인 재성장이나 질병에 전혀 걸리지 않는 일 등은 신화의 세계에서 공통적인 현상이다. 치료 자체의 주제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신화들에서조차 그러한 것들이 끊임없이 나타난다. 바이킹들은 죽어서 하루 종일 전투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갔는데, 그들은 다음 날의 전투 전까지는 부상이 적절히 치료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끊임없이 자라는 프로메테우스의 간은 제우스가 착안한 하나의 현명한 고문 방식이었다. 제우스는 인간에게 신의 불을 갖다 준 벌로 독수리를 보내어 영원히 그의 간을 쪼아먹게 한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선사시대의 그리스인들이 손상을 입어도 계속 확대되는 간의 능력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는 것을 암시하는지도 모른다.

히드라는 이러한 능력에 있어서의 명수였다. 헤라클레스는 유리스테우스왕에게서 받은 두번째 과업으로 이 괴물을 죽여야 했다. 그 괴물은 대략 일곱 개에서 백 개에 달하는 머리를 갖고 있었는데, 헤라클레스가 하나를 잘라 없애 버릴 때마다 그 자리에 두 개가 새로 솟아나왔다. 그 영웅은 결국 그의 조카 이올라우스로 하여금 목이 떨어진 자리를 부식시키게 함으로써 힘든 싸움을 마칠 수 있었다.

히드라란 이름은 18세기에 한 조그만 수생동물에게 붙여졌다. 그 동물은 텅빈 가느다란 몸 위에 일곱에서 열두 개 까지의 '머리' 또는 촉각을 갖고 있으며 재생 능력이 있다. 신화 속의 히드라는 우리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들이 어느 정도는 보유하고 있는 능력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씨에서부터 성체에 이르는 생명의 일반적인 변화인 성장은, 그것이 그렇게 일반적인 현상이 아니라면 재성장(재생)만큼이나 신비롭게 보일 것이다. 우리는 둘 다 - 성장, 재생 - 에게서 서로 같은 종류의 변화를 보고 있다. 그리스의 영웅 카드모스Cadmus는 그가 죽인 용의 이빨을 뿌려서 군대를 일으켰다. 태초의 뱀은 우주란World Egg에 구애를 하여, 지구상에 온갖 생물을 태어나게 했다. 하느님은 이브의 갈빗대로 아담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나중의 설에서는 그 반대였다고도 한다. 하느님의 말씀으로 생명이 펼쳐졌다. DNA에 수록된 유전 암호는 그 펼침의 명세서를 담고 있다. 점점 증대되지만 여전히 제한된 이해 수준에서, 이러한 믿음들은 각각 괴이하면서도 아름다운 변형 작용에 대해 설명하려고 하고 있다. 만약에 어떤 원시인이 우리에게 창이 없는 작은 집을 지어서 한 철 내내 잠을 자다가 어느 날 아름다운 새가 되어 날아가 버린 한 벌레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우리가 나비를 전혀 본 일이 없었다면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웃어 버렸을 것이다.

치료자의 작업은 항상 환자와 조화를 이루려 하는 생명력 사이에 있는 장애물(귀신, 세균, 절망 등)을 제거하여 그 둘을 연결시키는 것이었다. 그 방법은 직접적일 수도 있고 - 위에 언급한 심령적 방법들 - 또는 간접적일 수도 있다. 약초도 회복을 유도하는 데 쓰일 수 있다. 이 전통은 선사시대의 무녀들wise women에서부터 디오스코리데스Dioscorides의 그리스 약초사전, 그리고 르네상스 시대 유럽과 현재 지배적인 약물요법에까지 이른다. 단식, 영양 조절,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한 생활습관 조절 등이 병든 신체로부터 잠재된 치유력을 발현시키는 데 쓰일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접근 방식을 오늘날의 자연요법에서 거슬러올라가 갈렌Galen과 히포크라테스까지 추적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와 이집트의 치료 사원의 치료자들은 환자에게 꿈을 꾸도록 도와 주는 방법을 썼는데 그러면 환자는 잠든 채 치유력이 발현되거나, 깨어나서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를 말하는 것이었다. 이 방식이 현재는 퇴색되었지만, 당시에는 효과가 있었음에 틀림없다. 그 사원에는 회복된 환자가 감사의 마음을 새겨놓은 현판들이 가득차 있었기 때문인다. 이 방식을 창안한 전설적 의사인 에스쿨라피우스는 메두사의 피를 담은 두 개의 유리병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메두사는 페르세우스Perseus에 의해 죽은, 뱀 머리카락을 가진 마녀 여왕이었다. 그녀의 왼쪽 부분의 피는 생명을 회복시켰고, 오른쪽 부분의 피는 생명을 앗아갔다고 하는데, 의료 기술의 묘사로 이보다 더 간단명료한 것을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의학의 기원에 대해 고찰하면 할수록, 모든 진정한 의사들은 같은 것을 찾고 있다는 것을 더욱 확신하게 된다. 민간요법과 우리의 방식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서구 의학은 같은 뿌리에서 형성되었고, 시골 친척 격인 민간요법과 마찬가지로, 결국 분석해 보면 아직 잘 이해되어 있지 않은 힘을 통해 작용한다. 의사들은 위험천만하게도 - 특히 환자에게 위험한데도 - 이러한 관련성을 무시하고 있다. 모든 가치 있는 의학적 연구와 각 의료인들의 직관은, 미묘한 치료 에너지에 대한 지식을 구하기 위한 똑같은 탐구의 한 부분이다.

 

생명과 전기 #004

제1부 성장과 재성장 제1장 히드라의 머리와 메두사의 피 뼈 치료의 실패 정형외과 의사로서 나는 그 치료 에너지의 한 가지 특정한 모습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왔는데, 그것은 내 전공에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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