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바세린의 발명자 로버트 체스브러(Robert Augustus Chesebrough). 그는 1933년 96세로 사망했습니다. 특히 사망 약 6개월 전 자신이 매일 바세린을 한 티스푼보다 많이 먹는다고 직접 주장한 기록이 확인됩니다. 즉, 단순히 인터넷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이것이 실제로 장수의 원인이었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내가 왜 바세린을 먹느냐고? 당신들은 이상하게 생각하겠지. 석유에서 나온 것을 어떻게 먹느냐고. 하지만 나는 그 물질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네. 나는 처음부터 이것을 먹으려고 만든 것이 아니야. 유전에서 노동자들이 기계에 들러붙은 끈적한 물질을 긁어내고 있었지. 그런데 그 사람들이 그걸 상처에 바르는 걸 봤네. 이상하지 않은가? 기계에는 골칫거리인 찌꺼기인데, 사람들은 그것을 상처에 바르고 있었어. 그래서 나는 그것을 가져다가 정제했네. 불순물을 제거하고, 냄새와 색을 없애고, 일정한 성질을 가진 물질로 만들었지. 그리고 직접 내 몸에 시험했네. 내가 상처를 내고 발라보기도 했어. 왜 그랬겠나? 내가 만든 것을 남에게 먼저 쓰게 할 수는 없었으니까."
실제로 체스브러가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고 바세린의 효과를 보여주는 식으로 제품을 홍보했다는 이야기는 당시부터 전해집니다. 석유젤리가 상처를 '치료'한다기보다는 피부 표면에 막을 만들어 수분 손실을 줄이고 외부 오염으로부터 보호한다는 것이 현대적인 설명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체스브러의 사고방식이 한 단계 더 나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지… 피부에 이렇게 좋은 물질이라면, 몸 안에서는 어떨까?"
당시 19세기 후반~20세기 초의 의학은 지금과 상당히 달랐습니다. 오늘날처럼 석유젤리의 화학적 성질과 인체 흡수 여부를 정밀하게 분석할 수 없었죠. 체스브러 입장에서 보면 바세린은 상당히 독특한 물질이었습니다. 상하지 않는다. 산패하지 않는다.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적이다. 피부에 발라도 자극이 적다. 수분을 차단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가 수십 년 동안 직접 사용해보면서 별다른 문제를 경험하지 않았다. 그러면 이런 생각을 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안정적인 물질이라면 장 속에서도 썩거나 부패하지 않고 지나갈 것이다."
실제로 당시 일부 사람들은 바세린을 단순한 피부보호제가 아니라 내복 가능한 건강·의약품에 가까운 물질로 생각했습니다. 당시에는 석유에서 나온 물질이라는 것 자체가 오늘날처럼 '위험물질'이라는 의미와 동일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체스브러가 바세린을 먹으면서 기대했던 효과를 현대적으로 추측한다면, 아마 이런 것이었을 겁니다.
첫째, 소화기관을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했을 가능성. 바세린은 몸에서 거의 흡수되지 않는 매우 안정적인 탄화수소 혼합물입니다. 따라서 체스브러 입장에서는 "몸에 흡수되어 이상한 작용을 하는 약이 아니라, 장을 통과하면서 미끄럽게 해주는 물질"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체스브러의 바세린 섭취가 소화 건강을 위한 것이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둘째, 장의 '윤활유' 같은 역할. 이건 상당히 그럴듯한 추측입니다. 그가 바세린의 가장 중요한 물리적 특성을 '윤활과 보호'라고 생각했다면, "피부를 보호한다 → 내부의 점막도 보호하지 않을까?" 라는 식으로 사고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피부 → 보호막, 상처 → 보호막, 장 → 보호막 이라는 단순한 확장이죠.
셋째, 변비 예방 또는 배변을 쉽게 하는 효과. 이 역시 당시 사람이 생각하기에는 상당히 자연스러운 발상입니다. 기름 성분을 먹으면 장 내용물이 미끄러워질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석유계 물질이 장에서 거의 흡수되지 않는다는 특성은 현대적으로도 알려져 있고, 과거에는 여러 종류의 광유(mineral oil)가 완하제 목적으로 사용됐습니다. 그러니 체스브러에게는 "내가 만든 가장 안정적인 윤활제를 매일 조금씩 먹으면 장이 편안해지지 않겠나?" 라는 생각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흥미로운 것이 있습니다. "장수." 체스브러는 결국 96세까지 살았습니다. 그가 죽기 직전까지 바세린을 매일 먹었다고 주장했고, 심지어 그 습관과 자신의 장수를 연결해서 생각했습니다. 당시 기록에는 그가 하루에 티스푼 하나 이상을 먹었다고 직접 말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말년의 체스브러가 정말로 이렇게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나는 이 물질을 만들었다. 나는 평생 이것을 연구했다. 나는 이것을 먹었고 96세까지 살았다. 그렇다면 이것이 내 몸을 보호해준 것이 틀림없지 않은가?"
이게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96세까지 살았으니 바세린 덕분이다"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형적인 생존자 편향이니까요. 하지만 체스브러 본인에게는 아주 강력한 자기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자기가 직접 만든 물질에 평생 확신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입니다. 실제로 바세린의 역사에서 그가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자기 몸에 직접 시험했다는 일화와, 매일 바세린을 먹었다는 이야기가 함께 등장합니다. 그래서 제가 체스브러의 머릿속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아마 이랬을 겁니다. "내가 발견한 이 물질은 몸을 보호한다. 피부에서 그것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몸속에서도 보호 작용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나는 실제로 그것을 먹으며 96년을 살았다."
다만 현대에는 바세린을 건강을 위해 먹는 것을 권하지 않습니다. 체스브러가 먹었다는 사실과 그것이 건강에 유익했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특히 체스브러의 장수와 바세린 섭취 사이에는 인과관계를 입증할 근거가 없습니다. 그리고 유명한 이야기 중 하나인 "흉막염(pleurisy)에 걸렸을 때 온몸에 바세린을 바르고 치료했다"는 부분은 확인 가능한 1차 자료가 부족하다는 팩트체크 결과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더 파고들면 꽤 재미있습니다. 19세기에는 '석유에서 나온 물질'이 어떻게 약·화장품·치료제로 받아들여졌는지, 그리고 당시 사람들이 왜 바세린을 만능약처럼 생각했는지를 보면 체스브러가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가 훨씬 잘 이해됩니다.
'의학 · 약'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음성 자극을 이용한 미주신경 활성화법 (0) | 2026.08.30 |
|---|---|
| 꿀벌 독의 암치료 (0) | 2026.08.22 |
| Align Probiotics 24/7 Digestive Support (0) | 2026.08.12 |
| 컬처렐 다이제스티브 데일리 프로바이오틱 (0) | 2026.08.11 |
| 무선으로 세포내 유전자 조작 연구 (0) | 2026.05.2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