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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역설

우리는미생물 2025. 5. 16.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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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특히 동물성 지방과 포화지방이 몸에 해롭다는 이론은 어떤 과정을 거쳐 세상에 뿌려지게 되었는가를 따라간다.

책 끝에 있는 '결론' 부분을 옮겨봅니다.


이 책의 교훈은 고지방 식단이 저지방 고탄수화물 식단에 비해 모든 면에서 더 건강하다는 것이다. 오늘날 매우 엄격한 과학적 근거들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탈리아 농부처럼 아침 식사로 올리브유를 사발째 마시고 싶지 않다면, 건강을 위해 지방을 충분히 섭취하는 유일한 방법은 동물성 식품에 풍부한 포화지방을 먹는 것이다. 이는 전지방 유제품, 달걀, 육류(그중에서도 기름진 고기)의 섭취를 의미 한다. 쉽게 말해 우리가 오랫동안 거부해왔던 모든 기름진, 금단의 식 품을 먹으라는 것인데, 이 식품이 건강한 식단의 필수 요소이기 때문 이다.

지난 10년 동안 식이 지방의 중요성을 입증하는 우수한 과학 연구 들이 축적되어 이제는 부인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고지방 저탄 수화물 식단은 심장 질환, 비만, 당뇨에 대항하는 효과가 입증되었다.

지중해 식단과 비교해봐도 건강에 더 이로운 결과를 보였다. 지난 반 세기 동안 서구에서 공식적으로 권장해온 저지방 식단보다 훨씬 유익 하다.

저지방 식단은 모든 측면에서 건강에 끔찍한 결과를 초래했다. 비 만과 당뇨의 유병률이 폭증했고, 심장 질환 정복에도 실패했다. 1961 년부터 미국심장협회가 심장 질환에 대항하기 위해 처방하고, 1980년 농무부가 모든 남성, 여성, 아동을 위한 공식 식단 지침으로 채택했던 식이 요법은 실패하고 말았다. 실질적인 "증거"를 입증할 수 있는 유 일한 과학적 방법인 엄격한 임상 실험은 미국인들에게 저지방 권고안 을 공표하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실시되었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의 대다수 연구에서 저지방 식단은 비만, 심장 질환, 당뇨, 암에 맞서는 효과가 없다고 밝혀졌다. 실험에 쓰인 저지방 식단은 스낵웰 쿠키와 설탕 범벅인 음료수로 가득한 최악의 형태가 아니었다. 과일, 채소, 통곡물, 살코기 등으로 이뤄진, 오늘날까지 일관되게 권장되고 있는 모범적 형태의 저지방 식단이었다.

어떻게 존경받고 있는 수많은 권위자들이 이 같은 실수를 저지를 수 있었을까? 이야기를 하자면 길고도 복잡하지만, 다른 많은 비극적 인간사처럼 개인적 야망과 돈 문제 때문이었다. 이 책은 이러한 인간 적 결함을 입증하는 증거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한편에는 소중한 동 기가 하나 있었다. 바로 미국에서 심장 질환을 없애고자 애썼던 연구 자들의 순수한 열망이다. 그들은 나라를 구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 들은 섣불리 행동하며 철저한 검증이 이루어지기 전에 공식 권장안을 만들었고201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따라 의학 치료는 "첫째, 해를 입히 지 말아야 한다"라고 경고한 사람들을 무시했다.

저지방 식단 지지자들이 범한 실수는 해를 거듭하며 더욱 악화되었 다.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들인 수십억 달러 때문에, 그 뒤에 줄 선 기득권 때문에, 연구 경력을 걸었기 때문에 편향이 발생하고 굳어졌다.

그 편향을 뒷받침하기 위해 마치 거울의 방에 갇힌 것처럼 학자들은 부적절한 연구를 서로 돌려가며 인용했다. 비판 세력은 족쇄로 묶고 침묵을 강요했다. 결국 절대 다수의 영양 전문가들은 소의 젖을 짜던 자신들의 선조를 망각한 채 육류, 유제품, 달걀 등이 위험할 정도로 건 강에 나쁜 음식이라고 믿게 되었다.

2006년 역대 최대 규모의 식단 실험에서 저지방 식단의 유익이 증 명되지 못하자 영양학계는 망연자실하여 혼란에 빠져들었다. 이제 보 건 당국은 모든 지방을 엄격하게 제한할 필요가 없다는 데 동의하고 있으며, 미국심장협회와 농무부는 지방 섭취 한도 문제에 있어서 슬 그머니 한 발 물러섰다. 그럼에도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전문 위원 들은 최근까지도 포화지방 섭취량을 극단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인류 역사에서 최악의 빈곤에 시달리던 시기 이외에는 흔치 않았던 수준으 로까지 줄이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러한 권고에 따르면 이상적인 식단(육류, 유제품, 달걀이 적은 사실상 비건 에 가까운 식단)에서는 식물성 기름과 올리브유라는 대체재를 통해서만 지방을 섭취해야 한다. 올리브유는 건강에 좋은 듯 보이지만 심장 질 환에 대항하는 효능이 입증되지 않았고,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고대 로부터 내려온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다불포화 식물성 기름을 튀김에 적절한 온도로 가열할 경우 매우 독 성이 높은 산화 부산물이 생성되는데, 이 산화 부산물이 인체에 치명 적이고 심각한 손상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 고도로 불안정한 기름이 현재 패스트푸드점과 식당에서 트랜스지방을 대신하여 공공연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언젠가 가공식품의 역사에서 의도치 않은 최악의 공중 보건 실패 사례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지 난 반세기 동안 미국을 비롯한 서구 세계가 저지방 고탄수화물 식단 을 채택함으로써 겪게 된 최대 규모의 통제되지 않은 실험의 결과보 다 더 심각한 결과는 상상하기조차 어렵지만 말이다.

식단에서 동물성 지방을 제거하려는 광풍은 우리를 트랜스지방과 산화된 식물성 기름이라는 위험에 노출시켰다. 육류와 유제품을 버리 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도 라드, 수이트, 수지, 버터를 조리용이나 식 용으로 이용하고 있었을 것이다. 인류 역사가 기록되기 시작한 때로 부터 섭취해오던 이러한 지방들은 안정적이고 산화되지 않는다.

동물성 지방은 총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킨다는 속성 때문에 비난을 받았고, 이후에는 LDL 콜레스테롤 때문에 비난받았는데, 이 두 생체 지표는 절대 다수의 사람들에게서 심장 발작 위험의 예측 인자로서 신뢰성이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포화지방을 거부하는 또 다른 증거 로는 과거의 유명한 임상 실험들 몇 건이 있는데, 훗날 이 실험들의 결 과는 실제와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마침내 포화지방에 씌 워진 혐의가 벗겨진 것이다.

더욱이 이제 우리는 적색 육류, 치즈, 달걀, 우유와 같은 동물성 식 품을 먹어야 하는 수많은 이유를 알고 있다. 이들 식품은 영양소의 밀 도가 과일이나 채소보다 훨씬 높다. 그리고 지방과 단백질이 인체가 필요로 하는 비율로 함유되어 있으며, 건강한 성장과 생식을 위한 최 선의 영양을 제공한다. 또한 포화지방은 HDL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 는 유일한 식품인데, HDL 콜레스테롤은 LDL 콜레스테롤보다 훨씬 신뢰성 있는 심장 발작 예측 인자로 밝혀졌다. 그리고 포화지방은, 다 른 모든 지방처럼, 우리를 살찌게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포화지방에 대한 우리의 두려움은 실체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두려움이 오늘날까지 이어져온 이유는 단지 그것이 연구자, 의사, 공중 보건 당국의 선입견에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편향된 연구 자들이 작성한, 육류를 반대하는 내용의 논문은 논문 심사를 거치는 학술지에 손쉽게 등재되었으며, 똑같이 편향된 언론은 연구 결과를 홍보해줬다. 우리 모두는 이러한 편향과 매우 오랫동안 함께해왔기 때문에 다른 쪽으로 생각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이다. (내가 이 책 을 쓸 수 있었던 이유는 나는 영양학계의 외부자로 평균적인 미국인 정도로만 편향되어 있었 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학 전문가나 대학의 연구자들과는 달리 논문을 발표하기 위해, 연구 비를 확보하기 위해, 후원을 받기 위해 그들이 겪게 되는 모종의 압박으로부터 비교적 자유 로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포화지방을 거부하는 우리의 오래된 편향을 극복하기 위해 애써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식단과 질병의 과학은 이제 더 이상 포화지방 을 반대하는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적색 육류, 치즈, 크림은 맛있다! 버터, 달걀프라이, 크림소스, 구운 고 기에서 나오는 육즙 등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는 오랫동안 이런 식품 들이 주는 기쁨을 잊고 살았다. 살코기만 먹지 말고 풍미 있는 지방 부 위도 함께 먹으라고 권하는 이유는 인체가 많은 양을 필요로 하는 지 방을 공급해주고, 충분한 양의 지방 없이 단백질만 다량으로 섭취할 경우 초래될 수 있는 질소 독성의 위험을 상쇄해주기 때문이다.

버터를 먹고 전지방 우유를 마셔라. 온 가족이 함께 먹어라. 치즈와 내장, 소시지, 베이컨을 쌓아놓아라. 이러한 식품들 중 그 어떤 것도 비만, 당뇨, 심장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탄수화물 이 이러한 질환을 유발한다는 것이 최근 많은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 다. 설탕, 흰 밀가루, 기타 정제된 탄수화물이 주요 원인임이 거의 자 명하다. 현대 과학 연구와 역사적 기록 모두 정제 탄수화물 섭취가 비 만, 심장 질환, 당뇨의 위험을 높인다는 결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질병은 유전자 탓이 아니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책임 연구원에 따르면, 관련된 유전자 수가 너무 많아서 의미를 부여하기가 어렵다 고 한다. 2009년 그는 수많은 유전자가 만성 질환의 발병과 연관되어 있어 유전학은 모든 것을 가리킨다는 점에서 아무것도 가리키지 않 는 것과 같다"고 했다. 또 그 밖의 다른 환경 요인들은 임상 실험에서 인과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탄수화물만이 유일하게 임상 실험에서 비만, 심장 질환, 당뇨의 주요 원인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나는 이러한 결론이 직관에 어긋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책을 쓰기 위해 조사를 시작했을 때 나 역시 언뜻 납득이 되지 않았다. 최선의 과 학적 근거들이 제시되고 있었지만, 다음과 같은 결론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근대 샐러드와 과일 스무디 점심 식사는 버터로 요리한 달 걀프라이 한 접시보다 허리둘레와 심장 건강에 나쁘다. 스테이크 샐 러드가 후무스202와 크래커 한 접시보다 건강하다. 전지방 치즈 간식 이 과일보다 훨씬 좋다.

간식 이외에도 우리는 주식으로 이용할 "건강한 음식" 항목에 훨씬 더 다양한 음식이 필요하다. 채소, 생선, 파스타뿐인 저녁 식사를 평생 토록 먹어야 한다면 너무 가혹한 처사일 것이다. 그리고 생선은, 우리 의 유일한 "안전 식품"이 된 이후로, 빠르게 남획되고 있다. 양갈비, 비프 스튜, 카술레203 등의 폭넓은 메뉴가 우리의 식탁을 풍성하게 해 줄 것이다. 요컨대 정제되지 않은 전체식품에서 지방이 더 많은 식단 으로 가는 길에는 동물성 식품이 수북이 쌓여 있다. 그래서 역사를 통 틀어 인류는 그 길을 택해왔다.

식이 전통에 관한 역사적 관점이 사라진 가장 큰 이유는 영양 정책 이 지금까지 정도를 벗어나 있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인간이 고 포화지방 식단을 장기간에 걸쳐 섭취한 데이터"에 대한 기록이 없 다”고 주장한다. 즉, 동물성 식품이 풍부한 식단에 대한 2년 이상의 임 상 실험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4,000년 인류 역사를 참고 하지 않았다. 요리책, 역사서, 일기, 회고록, 소설, 식품 일지, 그리고 선교사, 의사, 탐험가, 인류학자들의 이야기, 성서에서부터 셰익스피 어의 희곡에 이르기까지 끝없이 많은 문헌들이 동물성 식품이 수천 년 동안 인류의 식사에서 근간을 이뤄왔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과 거에 기대 수명이 짧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른 사망은 감염성 질환 탓이 컸다. 그들은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비만, 당뇨, 심장 질환과 같 은 만성 질환을 거의 겪지 않았다. 있었다 하더라도 오늘날 같은 유병 률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아테나 여신이 오디세우스에게

"살찐 염소와 라드가 풍부한 멧돼지 등심"을 하사했다는 구절로부터, 구약성서에 나오는 "만군의 여호와께서 이 산에서 만민을 위하여 기 름진 것과 .•· 연회를 베푸시리니 곧 골수가 가득한 기름진 것과”라는 이사야의 예언, 《위대한 유산》에서 핍Pip이 돼지고기 파이를 훔친 이 야기, 18세기에 미국인들은 적색 육류를 오늘날보다 서너 배 가까이 더 먹었음을 기록한 역사적 분석에 이르기까지 과거의 기록은 우리에 게 많은 것을 알려준다. 인류가 남긴 기록을 살펴볼 때 육류는 인류 역 사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음식이었다. 우리는 위험을 무릅쓰고 역사 를 망각한 것이다.

역사는 우리에게 심장 질환이 비만, 당뇨, 기타 만성 질환과 연결되 어 있다고 말한다. 오늘날 대사증후군으로 알려진 만성적인 의료 문 제의 집합체는 과거에 "비만 6인조""서구 질병" "문명의 질병"이라 고 불렸으며, 1900년대 초 설탕이 영국 식민지를 뒤흔들던 당시에는

"당분 과다 병"으로 불리기도 했다. 앞서 보았듯이 역사로부터 이끌 어낸 결론과 지난 10년 동안 실시된 최고 수준의 면밀한 식단 실험 결 과는 완벽하게 일치한다. 연구 결과는 일관성을 보이고 있다. 설명이 필요한 역설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과학과 역사가 주는 교훈을 바 탕으로 삼는다면 만성 질환을 완치하기 위한 해법의 첫걸음을 어떻게 내디딜 것인지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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