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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좋은 곡물이 위험해진 걸까?

우리는미생물 2024. 1. 1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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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똥배⟫ 중에서


현대 밀과 조상 밀 사이의 더욱 멀어진 유전적 거리(genetic distance)를 감안했을 때 현대 밀 식품에서 볼 수 있는 해로운 작용이 고대 밀(엠머, 아인콘)에서는 나타나지 않을까?

나는 아인콘으로 실험해보기로 마음먹었다. 통곡 상태의 아이콘 1킬로그램을 빻아 밀가루로 만들고, 보통 유기농 종자에서 나온 통밀도 빻았다. 설탕이나 향료는 사용하지 않고 물과 효모만 넣어서 아인콘과 보통 밀가루로 빵을 만들었다. 아인콘 밀가루는 일반적인 통밀가루와 매우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일단 물과 효모를 넣으면 차이가 분명해진다. 밝은 갈색 반죽은 탄력이 떨어지고 부드러움이 덜하며 보통 반죽보다 덜 끈적끈적하다. 성형성도 보통 밀가루 반죽보다 부족하고 냄새도 다르다. 뚜렷한 특징이 없는 일반적인 반죽 냄새보다 땅콩버터 냄새에 가깝다. 아인콘 반죽은 두 배쯤 커지는 현대 밀반죽보다 조금밖에 부풀어 오르지 않는다. 엘리 로고사가 주장했듯이 완성된 빵 역시 실제로 맛이 달랐다. 뻣뻣하고 고소하며, 먹은 후에는 떫은맛이 남았다. 나는 기원전 3세기 아모리인과 메소포타미아인의 식탁에 놓인 천연 아인콘 빵을 마음속으로 상상해보았다.

나는 밀에 대한 민감성이 있어 과학적인 흥미 차원에서 작은 실험을 수행했다. 첫째 날에는 아인콘 빵 약 113그램을, 둘째 날에는 현대 유기농 통밀 빵 약 113그램을 먹은 것이다. 과거에 불쾌한 신체 반응을 보인 적이 있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했다.

단순히 신체 반응만 관찰한 게 아니라 빵을 먹고 지침으로 채혈해 혈당도 측정했다. 차이는 놀라웠다.

혈당은 84㎎/㎗에서 시작해 아인콘 빵을 먹은 후 110㎎/㎗로 상승했다. 이는 탄수화물 식품을 적당량 먹었을 때 예상할 수 있는 수치였다. 그 후에는 딱히 이렇다 할 문제가 없었다. 졸음이나 메스꺼움도 없고, 아프지도 않았다. 간단히 말해서, 괜찮았다. 휴~!

다음 날에는 보통 유기농 통밀 빵으로 같은 과정을 밟았다. 혈당은 마찬가지로 84㎎/㎗에서 시작했지만, 빵을 먹은 후 167㎎/㎗까지 치솟았다. 게다가 곧 메스꺼워지면서 점심에 먹은 음식물이 올라올 것 같았다. 속이 울렁거리는 증세가 36시간 동안 계속됐다. 거의 비슷하게 시작된 위경련도 몇 시간 동안 이어졌다. 그날 밤에는 생생한 꿈을 계속 꾸면서 자주 깼다.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도 없었다. 다음날, 연구 보고서를 읽었는데 아무리 봐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같은 곳을 네다섯 번씩 읽고 또 읽다가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만 하루 반이 지나서야 평소대로 몸상태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 작은 밀 실험에서 살아남기는 했지만, 내 몸이 고대 밀과 현대 밀로 만든 통밀빵에 보인 반응은 인상적이었다. 확실히 여기에는 뭔가 이상한 점이 있었다. 

물론 나의 경험이 임상 실험의 요건을 충족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1만 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있는 (인간의 유전자 개입으로 변화가 생기기 이전의) 고대 밀과 현대 밀, 이 둘 사이에 숨어 있는 차이점에 관해 몇 가지 의문을 품게 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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